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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마크롱 “미국에 동의 안 해” … 하마스 “지옥 문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반발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7일(현지시간)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돌을 던지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서안에 수백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반발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7일(현지시간)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돌을 던지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서안에 수백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AFP=연합뉴스]

시한폭탄 같던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뇌관에 불을 붙였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3개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이 ‘세계의 화약고’로 재등장하면서 중동 정국은 혼란으로 빠져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회견에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 동의한다면 ‘2국가 해법’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국가 해법은 1967년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평화공존 구상이다. 하지만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은 중재 역할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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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등 유혈사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항의 시위가 빗발쳤다. 터키 이스탄불의 미 영사관 앞에는 1500명가량이 몰려들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살인자 미국은 중동에서 떠나라”고 외쳤다. 터키 수도 앙카라의 미 대사관 밖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에선 미국 국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불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유대교인들이 예수의 탄생지라고 믿는 베들레헴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전등을 꺼버리기도 했다.
 
전 세계 미 대사관과 영사관은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중동과 유럽에 있는 미국민들에게 폭력 시위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요르단은 팔레스타인과 공동으로 아랍연맹(AL)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고, 터키는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를 제안했다.
 
중동의 화약고 예루살렘

중동의 화약고 예루살렘

서방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의 미래 수도로서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는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미국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동의 평화를 기대하는 관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알제리를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유감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셰이크 모하마드 빈 압둘라흐만알타니 카타르 외교장관은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라고 비유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아랍권 민중 봉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예루살렘은 당사자 쌍방의 직접 협상으로 풀어야 할 마지막 단계의 과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트럼프의 선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국민과 자신의 국내 정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과 아랍 수니파 국가 간의 이란을 겨냥한 암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렵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고, 예루살렘이나 중동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 트럼프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고 WP는 내다봤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무모한 결정이자 역사적으로 큰 실수”라며 “앞으로 몇 년간 중동 내 미국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지역의 불안정성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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