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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침묵 깬 ‘미투’ 이들이 세상을 바꿨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017 올해의 인물’을선정해 그들을 표지 인물로 담았다. [AP=연합뉴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017 올해의 인물’을선정해 그들을 표지 인물로 담았다. [AP=연합뉴스]

“우리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도록 독려한,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이 ‘2017 올해의 인물’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매년 말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 불특정 다수의 폭로자들이 선정됐다.
 
6일(현지시간) 발표에서 타임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 당사자들을 포함한 이들이 ‘거부의 혁명’을 통해 “집합적 분노로 최고경영자(CEO)를 쫓아내고 실력자를 쓰러뜨리고 유명인의 명성을 떨어뜨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왼쪽부터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하비 와인스틴.

왼쪽부터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하비 와인스틴.

이 가운데 미투 캠페인은 지난 10월 초 불거진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성추문에서 촉발됐다. 당시 와인스틴에게 당한 애슐리 주드·귀네스 팰트로·앤젤리나 졸리 등 피해 여배우들이 실명으로 이를 언론에 공개하자 여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했다. “당신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미투’라고 써달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 문제의 규모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24시간 만에 약 50만 건의 트윗이 뒤따랐고 광범위한 폭로가 엔터테인먼트·언론계를 강타했다. 할리우드 스타 케빈 스페이시, 유명 앵커였던 찰리 로즈와 맷 라워 등이 줄줄이 사과문을 내고 일부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투 파문은 정치권까지 흔들어 미 의회에선 여성 의원들이 직접 성희롱 경험을 토로하며 청문회를 열었다. 앨 프랭컨 상원의원 등 현역 정치인도 고개를 숙였고 앨라배마 보궐선거에 출마한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는 사퇴 위기에까지 몰렸다.
 
캠페인은 영국 정가도 덮쳐 15년 전 성희롱 사실이 드러난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이 사임하고 몇몇 정치인의 자살로 이어졌다.
 
타임 표지 사진에는 와인스틴 성추문을 고발한 영화배우 애슐리 주드 외에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포함됐다. 파울러는 지난 2월 사내 성추행과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폭로해 6월 트래비스 캘러닉 CEO의 사퇴를 초래했다. 스위프트는 4년 전 겪은 성추행 관련, 1달러짜리 손해배상소송을 벌여 지난 8월 승소 후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거액을 기부한 바 있다.
 
타임은 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 피해자 대표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출신의 기업 로비스트 아다마 이우, 멕시코 딸기 농장에서 일하는 이자벨 파스쿨(가명) 등을 표지에 세웠다.
 
에드워드 펠센털 타임 편집장은 이날 NBC 프로그램 ‘투데이’에 출연해 “표지에 실린 여성들의 충격요법적 행동이, 다른 수백 명의 여성과 남성들의 동조로, 1960년대 이후 우리 문화의 가장 빠른 변화 중 하나를 촉발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1927년 시작된 타임 ‘올해의 인물’은 주로 정치·기업인과 사회운동가를 선정하지만 올해처럼 일군의 무리를 뽑기도 한다.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에 헌신한 ‘에볼라와 싸운 사람들’, 2011년 아랍 민주화 등을 이끌어낸 ‘시위자들’ 등이다. 2006년엔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콘텐트를 만들어낸 ‘당신(You)’이 뽑혔다.
 
올해 최종 후보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버트 뮬러 미국 특별검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 등이 올랐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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