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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구형보다 더 센 선고, 왜…세 가지 해석 공존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8)씨가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장씨는 지난해 11월 구속된 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런데 6일 징역 2년6월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앞서 검찰이 낸 구형 의견은 징역 1년6월이었다.
①법원의 검찰 '플리바게닝' 제동설
검찰 측은 지난달 8일 법정에서 장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구형하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플리바게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 혐의에 대해 증언하면 그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춰주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는 일종의 '거래'다.
 
한국 사법체계에선 인정하지 않는 제도지만 관행적으로 유사한 일들이 진행돼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정 농단 피고인 중 가장 협조적이었던 장씨에게 집행유예 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장씨는 최씨의 두 번째 태블릿PC를 특검팀에 제출하거나,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차명폰으로 통화했다고 진술하기도 해 ‘특검 도우미’로 불렸다. 

최순실씨가 사용했다고 지목된 제2의 테블릿PC. 장시호씨가 제공한 정보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찾아냈다. [중앙포토]

최순실씨가 사용했다고 지목된 제2의 테블릿PC. 장시호씨가 제공한 정보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찾아냈다. [중앙포토]

6일 법정에 나온 장씨 역시 실형 선고에 대비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장씨는 선고 직후 재판장에게 “머리가 하얘진다. 잠시 뒤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암묵적으로 이뤄져온 검찰의 플리바게닝성 수사·구형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맞지만,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가장 많은 이득을 본 것도 장씨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과 GKL에 압력을 가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강요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이중 일부를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 장씨의 혐의는 법정형이 10년 이상도 가능하다. 법원 관계자는 “죄책이 무겁고 스스로 자백해 유죄 가능성이 큰 데도 수사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낮은 형이 구형됐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②재판부의 ‘강요’ 구조 중시설
장씨의 변호인인 이지훈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 사건이 국정 농단 사건의 한 축이라서 직권남용·강요 부분을 무겁게 판단한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권남용죄(형법 123조)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대부분에게 적용된 죄목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중앙포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중앙포토]

재판부는 장씨에게 형을 선고하기 직전에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라는 점을 이용해 기업 관계자에게 압박을 가하고 후원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재판부가 강요에 촛점을 맞춘 것은 차후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 재판에서 최씨 측에 대한 지원은  '뇌물' 이 아니라 '강요에 의한 것' 이라고 주장하며 변론을 펼치고 있다. 재판부가 장씨에게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이 삼성의 최씨 측 지원을 죄질이 나쁜 강요 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면 이는 삼성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된다. 장씨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도 맡고 있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곳이다.    
 
③'원칙주의' 재판장 성향 반영설  
장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의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씨 등 ‘국정 농단’ 주요 피고인들의 재판을 맡아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김세윤 부장판사. [JTBC 캡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김세윤 부장판사. [JTBC 캡쳐]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에서 ‘경청하는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검찰과 변호인이 팽팽히 맞서고 이로 인해 재판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소송 관계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준다. 가령 재판부 허락을 받아 직접 증인신문을 하는 도중에 최씨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감정적으로 쏟아내면 "피고인 말을 재판부가 잘 알겠다. 하지만 증인신문에선 증인에게 질문만 해달라”고 타일렀다. 최씨 뿐 아니라 다른 피고인에게도 “피고인, 잠시 일어나볼까요” “피고인, 질문 해볼까요” 등 청유형 화법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결정을 내릴 땐 원칙을 중시하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전 변호인단이 추가 구속 결정에 반발해 총사퇴 했을 때에도 김 부장판사는 한 차례 철회할 기회를 먼저 주고, 이후 변화가 없자 곧바로 국선변호인 선정에 나섰다. 자신의 재판에 나오지 않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궐석재판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 동료 판사는 “의외의 판결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원칙대로면 이상한 결과가 아니다. 2년6월이면 피고인의 반성 태도와 수사 협조를 고려해도 사실상 최저 형량 수준이다. 김 부장판사가 원칙에 따라 재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낮출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1999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해 수원지법 판사ㆍ서울고법 판사ㆍ전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를 맡기 전까진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으로 일했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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