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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재발 잦은 다발골수종, 신약을 기쁘게 반기기 어려운 이유

진료실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치료 후 호전되었던 암환자들에게 암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전해야 할 때다. 그나마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경우는 걱정하지 말고 다시 치료하자는 위로를 줄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는 말을 꺼내기까지 여전히 망설여진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면역치료제가 개발되었지만 고민의 방향이 한 가닥 더 생겼다. 재발된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만 의료 보험급여가 신속하게 되지 않아서 환자가 약제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현실이 더욱 마음 아프다.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민창기교수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민창기교수

 
우리나라에서 발생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은 호전과 재발이반복되는 대표적이 암질환이다. 재발이 많은 이유는 다발골수종이 지닌 특징에서 기인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항체를 만드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및 증식하면서 면역체계를 무너뜨리고 뼈, 근육, 신경조직 등을 공격해 혈관과 장기를 손상시키게 된다. 50세 이상의 환자가 80%이상을 차지하며 재발할수록 그 연령은 더 높아서 고령의 환자가 많다. 다발골수종으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 20여 년간 30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고령화 사회로 갈 수록 심각해질 수 밖에 없는 질환이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조혈모세포이식과 개발된 신약의 적절한 투여에 힘입어 환자의 생존 기간이 점차 향상되고 있으나 재발이 반복되는 만큼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절실함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3 차례 이상의 재발을 경험한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생존을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필자가 직면한 상황도 3차 치료제인 포말리도마이드에 실패해 재발한 환자였다. 얼마 전까지 국내에는 다발골수종 3차 치료제까지 허가를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3 차례 이상 재발한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암에서 면역치료제들이 새로 개발되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재발된 다발골수종에서도 기존의 항암제에서 관찰할 수 없었던 탁월한 항암작용을 보유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4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면역치료제가 새롭게 승인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환자들은 희망을 갖고 진료실을 찾아왔으나 문제는 비용이었다. 이미 3 차례 이상의 항암 치료를 겪으며 경제적 활동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는 급여가 되지 않는 신약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희망을 갖고 진료실을 찾은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에 대한 내용을 전해 할 상황은 환자 앞에서 아무것도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순간이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재발’은 최대한 막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발생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진의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새로 개발되어 항암효과가 탁월한 면역치료제를 활용한 치료 옵션의 기회마저 편안하게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발골수종의 경우 재발이 잦은 만큼 오래 만나온 환자분들이 많다. 이 한 분 한 분이 재발되더라도 최소한 경제적 부담으로 효과적인 치료제를 투여 받을 수 있도록 보험급여가 빨리 이루어져 치료를 포기하는 날이 없도록 기쁜 소식이 들려 오기를 바란다.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민창기 교수
 
*기고문은 중앙일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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