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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중고차 시장서 가격 흥정을 잘 하는 법

기자
류재언 사진 류재언
중고차 매매단지. [중앙포토]

중고차 매매단지. [중앙포토]

 
필자는 2004년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SM5를 매입한 경험이 있다. SM5 중 외관에 흠이 없고 엔진 소리가 경쾌했던 검은색 차량을 발견하고 중고차 딜러와 협상을 시작했다. 차량 가격표에는 175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1500만원 정도면 구매하겠다고 마음먹고 딜러에게 호기롭게 가격을 제시했다.
 
“색깔도 제가 좋아하는 검은색이고 외관도 깨끗하고 엔진 상태도 좋은 것 같은데, 가격이 조금 비싸 보이네요. 혹시 1500만원까지 가능한가요? 그 가격이면 구매할 의향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나의 가장 굴욕적인 거래 중 하나로 남아 있는 2004년 SM5 중고차 매매. 딜러는 내게 뭐라고 대답했을까? 듣고 있던 딜러가 빙그레 웃더니 이렇게 이야기했다. “네, 알겠습니다. 젊은 사장님 인상이 너무 좋아 보이셔서 1500만원에 드리겠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야. 뭐가 문제야. 침수된 차야. 왜 말하자마자 오케이를 하는 거야. 불안하게….’ 딜러의 답변을 들은 직후 그 짧은 시간 동안 동공이 확대되고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먼저 가격을 제시한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협상에서 이렇게 흔들릴 때는 ‘Go to the Balcony(발코니 가기 전략. 잠시 흐름을 끊고 장소를 이동해 생각할 시간을 버는 것)’를 써야 한다.  
 
 
협상에서 흔들릴 때는 발코니 가기 전략을 써야 한다. [사진 Freepik]

협상에서 흔들릴 때는 발코니 가기 전략을 써야 한다. [사진 Freepik]

 
찜찜한 마음에 잠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며 15분 정도 시간을 번 뒤, 차를 꼼꼼히 살펴봤다. 검색사이트에서 ‘침수차량 특징’을 검색해 살핀 결과 침수차량은 전혀 아니었다. 엔진 소리, 외관 등 문제 될 만한 것들을 찾아봐도 딱히 흠을 찾지 못했다.
 
조금 후 사무실로 들어가니 딜러는 이미 계약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막판에 결제조건, 포인트 적립, 무상AS기간, 기존 차량 매각, 자동차보험 등 부대조건을 유리하게 얻어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첫 제안에 상대가 바로 ‘Yes’라고 대답할 때 겪은 트라우마는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다.  
 
 
상대의 첫 제안 덥석 물지 마라
 
협상에 있어 최적의 타이밍과 관련된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우선 첫 제안을 먼저 할 것인지 아닌지는 ‘정보력’에 달려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치명적인 약점은 거래 상대방인 딜러보다 자동차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부족했고,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예컨대 자동차에 대해 잘 아는 지인과 함께 가거나, 비교 견적을 받아 가는 등)을 준비하지 못한 채 가격 흥정에만 열을 올렸다는 점에 있다. 내가 거래의 핵심 요소에 대해 상대방보다 더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모를 일이다. 그러나 상대보다 정보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내가 먼저 제안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제안과 제안 근거를 들어보고 협상을 진행하는 편이 유리하다.  
  
또 상대의 첫 제안에 절대로 ‘Yes’를 외쳐선 안 된다.
하지만 당시의 딜러 역시 협상의 고수는 아니었다. 나의 첫 제안에 ‘Yes’를 외치는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가격을 대폭 할인해주고도 고객의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우를 범했다. 많은 협상전문가가 ‘절대로 상대의 첫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 제안은 최선의 옵션이 아닐 확률이 99%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협상에서 첫 제안에 최선의 옵션을 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항상 첫 제안 뒤 상대방의 반박을 예상하고, 더 나은 옵션을 가지고 접근한다. 첫 제안을 수락하면 상대는 고마워하기보다 아쉬워한다.
 
 
상대의 첫 제안에 YES 외치지 말자. [사진 Freepik]

상대의 첫 제안에 YES 외치지 말자. [사진 Freepik]

 
필자의 중고차매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첫 제안을 상대가 그대로 수락하면 제안자는 이를 고마워하기보다는 더 나은 제안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자책하고 아쉬워하며, 심지어 불안해한다. 따라서 상대의 첫 제안을 덥석 물기보다는 ‘글쎄요, 제가 생각하는 조건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조금 고민해볼게요’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  
 
 
협상 테이블엔 사소한 이슈부터 
 
협상 테이블에서의 논의 순서도 중요하다. 협상 테이블에 여러 가지 이슈가 동시에 올라온다면,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부터 논의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사소한 것부터 할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중요한 이슈가 초반에 합의점을 찾는다면 가장 좋다. 하지만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를 초반에 논의할 경우 협상 테이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고 심지어 적대적으로 바뀌게 돼 자칫 협상이 결렬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사소한 이슈, 어렵지 않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것부터 먼저 논의하라. 작은 성취를 통해 상호 간에 의미 있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협상 초반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우호적 분위기는 이후 조금 더 무겁고 민감한 이슈를 논의할 때 도움이 된다.
 
류재언 글로벌협상연구소장(변호사) yoolbonla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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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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