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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 영국 원전' 중국 꺾고 따낸 탈원전 한국, 3세대 원전 기술 유럽서도 인정받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전력이 7일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존 사업자인 뉴젠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내용이다. 뉴젠의 대주주는 일본 도시바다. 막판까지 끈질겼던 중국의 추격을 따돌렸다.
 
영국 리버풀 북쪽 무어사이드 지역에 3기의 원전을 짓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약 150억 파운드(약 22조원)를 투입하는 초대형 원전 사업이다. 한국이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는 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8년 만이다. 선진국에 짓는 첫 번째 한국 원전이기도 하다.
 
한전은 2013년부터 영국 원전 사업 참여를 추진했다. 기존 사업 주체였던 도시바가 경영난으로 뉴젠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인수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 11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환익 한전 사장이 영국을 직접 찾아 정부의 강한 인수 의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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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최종적으로 원전 수주가 확정된 건 아니다. 한전 관계자는 “사업 참여를 위한 배타적 협상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단 도시바와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어 예비타당성조사와 영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전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본계약을 체결하고, 203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해외에서 활로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영국 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그렉 클라크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한-영 원전협력 각서 체결’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관섭 한수원 사장, 그렉 클라크 장관, 백 장관, 조환익 한전 사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영국 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그렉 클라크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한-영 원전협력 각서 체결’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관섭 한수원 사장, 그렉 클라크 장관, 백 장관, 조환익 한전 사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영국 원전 시장은 한국형 3세대 원전 유럽 진출 교두보 
 
한국전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 프로젝트는 원래 일본과 프랑스의 합작사업이었다.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엔지가 각각 지분 60%, 40%씩 투자한 뉴제너레이션(뉴젠)을 설립해 사업을 따냈다. 2019년 착공이 목표였지만 도시바가 미국 원전사업에서 수조원대의 손실을 보면서 균열이 생겼다. 도시바의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파산 신청을 하자 엔지마저 지분 40%를 도시바에 넘기고 철수했다.
 
적자가 쌓여 사업 추진이 힘들어진 도시바가 뉴젠 지분 매각에 나섰고, 올 초부터 한전과 본격적인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다.
 
협상은 순조로웠지만 곧 복병을 만났다. 정부의 지원과 자본을 앞세운 중국 광둥핵전공사(CGN)가 뛰어들면서 혼전이 시작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자체 기술 확보에 매진한 중국은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섰다. 최근엔 루마니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와 도시바는 한전을 더 선호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중국의 실제 해외 진출 경험은 파키스탄에 지은 소형 원전밖에 없지만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국 진출이 확정되면 한국형 원전을 유럽 전역에 알리는 효과가 생긴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엔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모델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APR1400은 2002년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전이다. 설비용량 1400㎿에 설계수명은 60년이다.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한국은 2009년 UAE와 총 18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APR1400 원전 4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애초 미국식 원전을 원했던 영국도 APR1400으로의 변경을 허가한 상태다. 지난 10월 APR1400의 유럽 수출형 모델인 ‘EU-APR’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유럽에 지을 수 있는 최종 관문을 통과하면서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로 경험까지 쌓으면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체코 등과 원전 건설 협의를 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건 아니다. 계산기를 잘 두드려야 한다. 한전이 뉴젠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총 사업비는 20조원이 넘는다. UAE 정부가 건설비를 지급하는 UAE 사업과 달리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사업자가 원전을 지은 뒤 전기를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려면 사업성이 관건이다. 전력 판매단가가 높아야 이익률이 높아지고, 투자금 회수 속도도 빨라진다. 영국 정부 입장에선 싸게 사려 할 것이 분명하다. 주한규 교수는 “단순히 한전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 영국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며 “초기 설계가 잘못되면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이어진 탈(脫)원전 기조에 생존을 걱정하던 원전업계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탈원전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범진 교수는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신뢰를 높이면서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우수한 기술을 국내에서 버리는 게 맞느냐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심새롬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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