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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중동에 기름 붓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해 유대인 전통모인 키파를 쓰고 추모하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이라고 주변국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해 유대인 전통모인 키파를 쓰고 추모하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이라고 주변국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 트럼프는 6일 오후 1시(한국시간 7일 오전 3시) 백악관에서 회견을 열고 미 국무부가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도록 명령할 예정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동평화협상의 화약고이자 중동 국가들이 극렬 반대해 온 예루살렘 수도 인정 문제를 트럼프가 건드림에 따라 중동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유혈 충돌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미 정부는 이스라엘 여행에 주의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인에 대해선 “당분간 예루살렘과 서안지구로의 이동을 자제하라”는 안전 메시지를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내 여러 아랍 단체는 이날 미국의 결정에 대한 항의로 6~8일 사흘간을 ‘분노의 날(days of rage)’로 명명했다.
 
트럼프의 공식 발표에 앞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역사적 현실과 현대적 현실의 인정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루살렘이 이미 오랜 기간 이스라엘 지배하에 있어 온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사관 이전과는 별개로 이스라엘이 추진하는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는 계속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사관 부지를 물색하고 보안 문제 해결, 건물 설계 등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즉각적인 대사관 이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전 시기는 6개월 뒤쯤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인 예루살렘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이스라엘이 서쪽을 장악해 동과 서로 나뉘었다. 이후 67년 이스라엘은 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west bank)까지 점령해 자신들의 영토로 병합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이 ‘통일 수도’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외국 대사관이 텔아비브에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가 이스라엘에 무단 점유됐을 뿐이라 미래에 국가 지위를 되찾고 수도로 수복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실제 현재 동예루살렘 주민의 대다수는 팔레스타인인이다.
 
이번 트럼프의 발표는 그동안 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줄곧 ‘2개 국가 해법’,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정책에 따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영토뿐 아니라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3개 성지가 공존하는 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니만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할 경우 정착촌 건설 등 이스라엘 측이 감행해 온 모든 점령정책을 추인하는 결과가 된다.
 
95년 미 의회는 공화당 주도로 ‘예루살렘 대사관 법’을 통과시키며 99년 5월까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하면서도 ‘미국의 안보를 위해’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6개월마다 이전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는 물론 트럼프도 지난 6월 이전 연기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내년 말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공약을 지키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결정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전 내내 “취임 직후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최근 대표적 공약이었던 세제개혁을 의회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별검사의 러시아 내통 스캔들 수사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가 정국 돌파를 위해 공화당 주류인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유대인인 데다 장녀 이방카도 유대교로 개종할 만큼 가족이 친이스라엘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이번 결정이 중동의 화약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로부터 대사관 이전 통보를 받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분명히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극단주의자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압바스 자치수반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 프랑스, 요르단 정상들에게 대사관 이전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와 통화한 다른 아랍 정상들 역시 강력히 반발했다. 트럼프의 아군으로 분류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도 “그러한 위험한 조치는 알카에다 등 전 세계 강경 무슬림들을 도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 대사관 이전이 ‘레드 라인’이라고 선언하고, 이스라엘과의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예루살렘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안에 근거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당사자 간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만 하는 최종적 문제로 여긴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결정을 비판했다고 영국의 스카이뉴스가 6일 전했다. 이날 교황은 수요 강론을 통해 “최근 며칠 동안 드러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며 “유엔 결의안에 따라 도시(예루살렘)를 현 상황대로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관련 일지
● 1917년 11월
벨푸어 선언으로 대규모 유대인 이주 시작 
● 1948년 5월

이스라엘 독립 국가 선포, 제1차 중동 전쟁 발발
● 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 발발, 이스라엘, 동예루살렘 등 점령
●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
● 1993년 9월

오슬로 평화협정
● 1996년 1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 2002년 3월

유엔 안보리,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명세하는 결의안 채택
● 2017년 12월

미국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 방침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이경희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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