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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정 고장났어요” “잠수사 안 왔어요” 해경, 우왕좌왕 6장면

구조를 위해 물에 뛰어든 해경. 승객이 선수에 있다고 했는데 선미로 들어갔다. [사진 인천해경]

구조를 위해 물에 뛰어든 해경. 승객이 선수에 있다고 했는데 선미로 들어갔다. [사진 인천해경]

“세월호 이후 구조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인천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수사를 현장에서 지휘한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지난 5일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체됐다가 2년6개월여 만인 지난 7월에 부활한 해경.
 
세월호 사고 당시 늑장 출동과 허술한 구조체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해경은 지난 3일 발생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와중에 획기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못했다. 오히려 해경은 사고 직후 출동과 구조 과정에서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드러내 국민에게 실망과 불안감을 안겨 줬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도 샀다. 대표적으로 우왕좌왕한 여섯 장면을 뽑아 봤다.
 
① 고속보트 없어 육지로 이동한 해경
 
고속단정은 어선들 속에서 줄 푸는 데 20분을 허비했다. [JTBC 화면 캡처]

고속단정은 어선들 속에서 줄 푸는 데 20분을 허비했다. [JTBC 화면 캡처]

해경은 사고 발생(3일 오전 6시5분) 직후 신고를 받고도 오전 6시13분에 평택구조대와 인천구조대에 출동명령을 내렸다. 구조대에 특수훈련을 받은 잠수요원이 있어서다. 하지만 인천구조대는 오전 7시33분에야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고속보트가 2대 있지만 야간 항해가 가능한 신형 고속보트는 한 달여 전에 고장 나 수리 중이다. 나머지 1대는 야간 항해가 아예 불가능한 구형 고속보트다. 당시 일출 전이라 구형 보트로는 출동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결국 구조대는 육상으로 52㎞를 돌아 출동했다. 1시간20분이나 걸렸다. 고속보트를 탔다면 1시간 이내에 도착했을 시간이다. 더욱이 이들은 영흥도 진두항에 도착해 해경이 아닌 민간 어선을 얻어 타고 사고 해역으로 갔다. 해경은 “당시 구형 보트밖에 없어 위험한 바다보다는 육지가 빠르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② “거기 어디예요?”
 
야간 수색 장면. 사고가 난 새벽 고속보트가 고장 나 육로로 이동했다. [사진 인천해경]

야간 수색 장면. 사고가 난 새벽 고속보트가 고장 나 육로로 이동했다. [사진 인천해경]

전복된 낚싯배 안에 있던 생존자 심모(31)씨가 사고 신고를 하면서 해경은 오전 6시11분부터 5차례에 걸쳐 1시간10분 동안 심씨와 통화했다. 방수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였기에 통화가 가능했다. 심씨는 “우리는 선수 쪽 조타실 아래 객실에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앱을 이용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사진을 찍어 위치를 해경에 문자로 전송까지 해 줬다. 하지만 해경은 “거기가 어디냐”고 되물어 시간을 허비했다.
 
더욱이 해경 잠수요원들은 구조를 시작하면서 생존자가 있는 선수가 아닌 선미부터 조사했다. 두 팀이기 때문에 선수와 선미 양쪽으로 동시 진입할 수 있었지만 선미 쪽으로 함께 들어간 것이다. 해경은 “선주로부터 선미 쪽으로 접근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선수에 각종 장비가 있어 자칫 잠수요원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해명했다.
 
③ “배 좀 빼 주세요”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배는 해경 영흥파출소 고속단정이었다. 오전 6시42분에 도착했다. 하지만 출동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출동명령이 내려진 것은 오전 6시6분. 고속단정이 진두항을 출발한 시간은 6시26분이었다. 고속단정이 민간 선박 7척과 한데 묶여 있는 바람에 고속단정을 푸느라 20분을 허비한 것이다. 더욱이 야간 항해 장비가 없다 보니 출항 후 13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낚싯배가 5분 만에 간 거리를 고속단정이 13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해경은 “당시 천둥이 치고 파도가 높은 데다 어두워 육안으로 확인하며 달리느라 늦어졌다”고 했다.
 
④‘추돌이냐’‘충돌이냐’
 
인천 해경은 3일 오전 사고 발생 직후 보도자료를 냈다. 3일 오전 6시9분쯤 급유선 명진15호(336t)와 낚싯배 선창1호(9.77t)가 ‘충돌’해 어선이 전복됐다는 내용이었다. 해경의 발표대로 문재인 대통령도 충돌사고라고 언급했다. 사고는 급유선이 낚싯배를 뒤에서 들이받은 ‘추돌’이었다. 충돌은 ‘서로 맞부딪히는 것’이다. 양측의 쌍방과실 여부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충돌’과 ‘추돌’은 다르다. 해경은 “사고 초기엔 충돌인지 추돌인지 알기 어려웠다”고 했다.
 
⑤ 말 바꾼 해경
 
인천해경 전용 부두에서 4일 국과수 요원들이 선창1호를 감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인천해경 전용 부두에서 4일 국과수 요원들이 선창1호를 감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해경은 사고 직후 첫 보도자료(3일 오전 8시7분)에 신고시간을 ‘오전 6시12분’이라고 적시했다. 이후 여덟 번째 자료(오후 1시10분)에서 ‘오전 6시9분’으로 바꿨다. 하지만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무전통신(VHF)을 통해 “영흥도 남방에서 급유선과 어선이 충돌해 2명이 추락했고, 구조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오전 6시5분’에 접수된 사실이 나왔다. 언론이 ‘4분의 차이’를 지적하자 지난 5일에는 ‘오전 6시5분’으로 고쳤다.
 
구조대 출동시간도 당초 오전 6시13분에서 6시15분(인천구조대 기준)으로 말을 바꿨다. 해경은 “왜 6시15분에 지시를 내렸는지는 더 알아봐야겠다”고 했다.
 
⑥ 장비 갖추는데 ‘누구는 19분’‘누구는 3분’
 
두 팀의 구조대가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평택구조대는 오전 7시17분, 인천구조대는 오전 7시33분. 두 팀은 도착시간이 달랐지만 구조를 위한 잠수에 돌입한 시간은 같았다. 해경 관계자는 “평택구조대는 도착해 잠수 준비를 하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신형 구조 선박이 고장 나 구조 차량을 이용해 육상으로 이동했다는 브리핑은 누가 꾸며 낸 말처럼 황당하게 들릴 정도였다”며 “육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너무나 많은 희생자가 나왔는데 이런 황당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은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6일 발부됐다. 선장 전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유가족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갑판원 김씨는 “사고 당시 물을 마시러 식당에 내려가느라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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