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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의무판매제' 정부·업계 대립…“국산차 타격 클 것”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의무판매제 법제화가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같은 친환경차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해진 비율 이상 친환경차를 판매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는 기준을 밑도는 미달량에 비례해 과징금을 물게 된다.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업체의 규모나 의무 판매 비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보니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벌써부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각국의 지난해 전기차 지원혜택과 판매비중

각국의 지난해 전기차 지원혜택과 판매비중

업계에선 친환경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의 분위기와 관련 부처의 입장을 봤을 때 해당 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10월 국정감사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좀 더 공감해야 한다”며 의무판매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선 “기존 배출가스 규제에 또 하나의 규제를 더 하는, 공포스러운 법이 될 것”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의무판매제가 시기상조며, 친환경차 보급이라는 사회적·공공적 책임을 자동차 업계에 전가하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친환경차 기술과 시장 상황이 무르익지 않아 생산 단가가 높고 상품성도 낮은 상황에서, 판매 할당량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전기차 구매에 있어선 차 성능이나 가격뿐 아니라 충전 여건, 주거 형태, 소득 수준, 전기요금 체계 등 다양한 요건이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판매만 늘리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할당량을 맞추려면 업체는 가격을 대폭 낮추거나 인프라 투자 등을 자체 감당할 수밖에 없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보조금을 점차 줄일 텐데, 결국 이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업체가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내수 판매량에 비례해 의무 판매량이 정해지면 중저가 차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국내 업체가 고가의 차를 소량 판매하는 수입사보다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쌍용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크다. 친환경차 라인업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 의무판매제에 대한 대응이 힘들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결국 해외에서처럼, 전기차 판매 기준에 미달한 기업이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기준을 초과 달성한 기업으로부터 돈을 주고 여유분을 구입하는 ‘ZEV(zero-emission vehicle) 크레딧’ 거래 등을 통해 과징금을 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여유분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려 하면 결국 경영상태가 어려운 쌍용차의 돈으로 테슬라·BYD 등 수입사를 지원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이미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기차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 상황인데 업계가 근시안적 시각으로 법 제정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1만4000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예산이 책정됐고, 전기차 구매 수요는 1만6000대에 달하는데 10월 말 기준 실제 공급은 1만여대에 그쳤다”며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에 소극적인 탓에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쌍용차 등 국내 업체들의 부담에 대해선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 일정 판매량 이상 업체만 의무판매제 대상으로 삼는 것도 가능하다”며 “국내 산업이 과도한 부담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정 과정을 거치면 의무판매제 도입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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