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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신용카드’가 사라진다

직장인 조모(31) 씨는 KB국민카드 ‘로블’카드를 지난 4일 홈페이지로 신청했다. 연회비가 비싸서 그동안 발급을 망설였던 상품이지만 연말에 단종된다는 소식에 신청을 서둘렀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항공권 혜택이 있는 로블카드가 없어지기 전에 가입하라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을 맞아 올해도 카드업계에 구조조정 찬바람이 몰아친다. 인력 얘기가 아니다. 카드 상품·서비스 구조조정이다. 고객 입장에서 쏠쏠하지만 카드사엔 돈이 안 되는 알짜 카드·서비스가 주요 퇴출 대상이다.
 
연말에 사라지는 카드 상품·서비스

연말에 사라지는 카드 상품·서비스

KB국민카드는 이달 1일 ‘로블’카드와 ‘미르’카드를 내년 1월 1일부터 발급 중단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로블카드는 연회비 30만원, 미르카드는 20만원인 프리미엄 카드다. 이 중 로블카드는 ‘동남아 항공권 1+1’ 혜택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카드로 대한항공 동남아 항공권을 예매하면 이코노미M클래스 항공권을 하나 더 주는 서비스다. 대한항공 직항 기준으로 가장 먼 동남아 노선이 인도네시아 발리여서, ‘발리카드’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로블카드는 만든 지 오래된(2007년 출시) 카드이기 때문에 올 초에 나온 베브5(BeV Ⅴ)카드로 리모델링해 이를 승계하는 것”이라며 “연회비가 같고(30만원) 혜택도 비슷하다”고 단종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상품이라는 베브5카드엔 로블카드의 핵심인 항공권 추가 지급 혜택이 빠져있다. 로블카드 단종 소식을 접한 일부 소비자들이 급히 카드 발급을 신청하는 이유다. 로블·미르카드는 KB국민카드 홈페이지에서 이달 22일까지만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농협카드는 ‘채움 알뜰주유 적립형 카드’의 발급을 이달 18일 중단할 계획이다. 기존 고객에 한해 유효기간 연장은 가능하지만 신규·추가 발급은 안 된다. 이 카드는 알뜰·농협(NH-OIL) 주유소에서 최대 L당 200원(전월 실적 150만원 이상)을 적립해주는 신용카드다. 또 전월 실적 20만원 이상이면 모든 일반 주유소에서도 L당 80원을 적립해준다. 보통 다른 주유카드는 전월 실적이 최소 30만원 이상이어야만 적립·할인을 해주는 것과 비교할 때 혜택이 크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내년 초에 새로운 주유특화 카드를 내놓을 계획이어서 오래된 알뜰주유카드(2012년 출시)는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움 알뜰주유 적립형 카드는 홈페이지에선 11일, 영업점에선 15일까지만 발급 신청을 받는다.
 
현대카드는 ‘우체국현대체크카드’ 발급을 이달 15일 중단한다. 우체국이 자체 체크카드를 강화하고 있어 현대카드와의 제휴를 종료했다는 설명이다. 또 프리미엄 카드 고객 전용 공간인 ‘하우스 오브 더 퍼플’ 운영을 이달 말로 종료한다.
 
2011년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문을 연 하우스 오브 더 퍼플은 프리미엄카드(블랙·퍼플·레드)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다. 초기엔 유명 연예인이 자주 찾는 곳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대카드는 과거 프리미엄 카드 고객 전용 공간으로 ‘인천공항 에어라운지’를 운영했지만 2014년 1월 철수했다. 이번에 하우스 오브 더 퍼플까지 영업을 중단하면서 현대카드는 별도의 프리미엄 회원 전용 공간을 따로 두지 않게 됐다.
 
카드 업계는 최근 몇 년 간 카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적자카드를 단종하는 방법으로 고객 혜택을 줄여가고 있다. 업계에선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인하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시장 금리는 오르는데, 정부는 내년에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하겠다는 방향을 밝히고 있다”며 “카드사로선 수입 감소가 뻔히 예견되다 보니 예전만큼 고객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출시·유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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