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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대출 허용해 서민금융 공급 늘려야”

‘금융 약자’. 
이 단어에 대한 명료한 정의는 없다.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기 힘든 신용등급 7~10등급 사이 저신용ㆍ저소득자를 금융 취약계층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학술적 규정일 뿐이다. 남주하(57ㆍ사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생각하는 금융 약자의 범위는 훨씬 넓다.
 
“금융 서비스 이용은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불이익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 7~10등급 저신용자가 아니더라도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고금리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번듯한 직장이 없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이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겸 시장경제연구소장은 6일 인터뷰에서 ’금융 약자의 범위는 신용등급 7~10등급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대출과 금리 책정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많은 사람이 금융 약자다“라고 말했다. [사진 서강대]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겸 시장경제연구소장은 6일 인터뷰에서 ’금융 약자의 범위는 신용등급 7~10등급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대출과 금리 책정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많은 사람이 금융 약자다“라고 말했다. [사진 서강대]

 
남 교수가 금융 약자를 주제로 책을 펴냈다. 『금융 포용과 금융 약자를 위한 미래』다. 출간에 맞춰 그를 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남덕우 경제관에서 인터뷰했다.  
 
남 교수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민금융 공급이 많이 축소됐지만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은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연 20%대 고금리는 ‘금리 고문’이고 평범한 월급쟁이ㆍ자영업자라 해도 연 20%대 금리를 버텨낼 수 없다”고 짚었다. 현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책으로 내놓은 대부업체 법정 최고 금리 인하(현재 연 27.9%→내년 24%)가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란 지적이다.
 
남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정부는 서둘러 서민금융 양극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대안으로 서민금융 전담 ‘스몰뱅크’ 설립, 우체국과 신협의 서민금융 공급 역할 강화를 제안했다. “현행 미소금융 재원인 휴면예금 출연금과 기부금이 2조원가량 된다. 이를 자본금으로 활용해 20조원 규모의 중금리 서민금융 공급이 가능한 스몰뱅크를 설립한다면 불법 대부업체 성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서민금융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우체국 대출 허용을 제안했다. [사진 서강대]

남 교수는 서민금융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우체국 대출 허용을 제안했다. [사진 서강대]

 
그는 “우체국은 예금을 받지만 자산운용은 공공투자와 채권 투자에 한정돼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서민금융 공급원으로서 우체국에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우체국은 예금ㆍ보험 업무를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기업(우정사업본부)이다. 우체국 대출 허용은 은행ㆍ저축은행ㆍ캐피탈 같은 민영회사에서 하는 신용사업 경쟁에 정부가 뛰어든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체국 신용 부실=국고 손실’이란 점도 논란거리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소금융의 스몰뱅크 전환, 우체국 대출 허용. 실행까지 법적인 난관이 많다. 반론도 있을 텐데.
“지난해 불법 대부업체 이용자가 40만 명, 24조원에 이른다. 금융 약자가 받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는 서민금융, 포용금융을 얘기할 때 불법 대부업체 이용 관련 통계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 결국 과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그래서 미소금융의 스몰뱅크 전환, 우체국 대출 허용, 신협 역할 확대 등을 얘기했다.  
 
남 교수가 새로 펴낸 책 표지. [중앙포토]

남 교수가 새로 펴낸 책 표지. [중앙포토]

 
하지만 당장 하자는 건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해서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위험(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도 해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전문가, 정치권,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달 금융 당국에서 장기 연체자 채무 탕감 책을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방향은 맞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남았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엄격히 가려 채무 조정을 한다. 자기 책임이 적고 사회적 환경 탓이 크다면 채무 조정을 적극적으로 해준다. 반대로 과소비 같은 개인적 책임이 확인되면 채무 조정을 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얼마를 몇 년간 연체했느냐에 대해선 잘 따지는데 원인에 대한 파악은 부족하다. 연체한 건(현상) 아는데 ‘왜 이렇게 됐나(원인)’는 모른다. 개인별 채무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 역시 ‘얼마를 어느 기간 연체했냐’에서 벗어나 채무의 원인까지도 파악하는 광범위한 연구와 추적이 있어야 한다.”
 
 
 남 교수는 ’한국에서 채무 연체의 이유와 과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서강대]

남 교수는 ’한국에서 채무 연체의 이유와 과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서강대]

 
-해결책은.
“역시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가 무엇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자료를 축적하고 분석해야 한다. 책에서 국민행복기금, 신용회복위원회 데이터 분석을 한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더 연구가 필요하다. 개인 정보 유출,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선에서 빅데이터를 구축해 원인부터 찾는 작업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6년여 만에 맞은 금리 인상기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었다. 대출 이자가 1%포인트만 올라도 큰 부담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줄어들 여지가 있지만 구조적ㆍ질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정부가 준비를  더 해야 한다. 금융 취약층, 서민층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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