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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어 러시아발 '한방' 멀어지는 文의 '평화올림픽' 그림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 뉴욕을 방문해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분들이 평창을 직접 방문해 ‘평화올림픽, 평창올림픽’을 완성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곤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을 성사시키겠다”는 취지의 포부도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 직후 러시아 올림픽 퇴출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로잔 AP=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 직후 러시아 올림픽 퇴출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로잔 AP=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연타를 맞았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에 이어 6일 스위스에서 또 ‘한 방’이 날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조직적 도핑 조작을 저지른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올림픽의 붐업은 물론이고 평화의 제전이라는 의미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도핑으로 인한 첫 국가 출전 제재=토마스 바흐(64·독일) IOC 위원장은 집행위원회 종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자행한 도핑 조작은 올림픽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IOC는 이전에도 정치적 이유 등으로 특정 국가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한 적이 있다. 독일·일본(전범국)·남아프리카공화국(인종 차별)·쿠웨이트·가나·인도(정부의 과도한 개입) 등이다. 하지만 도핑으로 인한 국가 제재는 처음이다.  
 
IOC는 또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자격을 정지하고, 도핑 조작의 막후 지휘자로 드러난 비탈리 무트코(59) 러시아 체육담당 부총리를 올림픽에서 영구 추방하기로 결의했다. IOC는 수년간 도핑 스캔들을 조사하느라 발생한 비용 등을 대신 지불하라는 취지로 ROC에 벌금 1500만 달러(163억원)도 부과했다.
 
러시아의 도핑 조작 스캔들은 지난해 5월 그레고리 로드첸코프 전 러시아 반도핑센터 소장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합동조사 결과 러시아가 2011년부터 5년 간 자국 선수들의 소변 및 혈액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30여개 종목 1000여 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IOC는 러시아 국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25명의 기록과 성적을 무효화하고 메달 11개를 박탈했다.
 
다만 IOC는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 러시아 선수의 경우 개인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 자격으로 출전 시 러시아 국기 대신 오륜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국적은 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러시아 출신의 올림픽 선수)로 표기된다. 금메달을 따도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러시아는 IOC의 결정에 반발하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결정했다. 또 아예 ‘보이콧’을 결정, 자국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도 불허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정부, IOC 결정 존중한다지만=IOC의 발표 이후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러시아 선수단이 개별적으로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IOC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도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고, 청와대 역시 IOC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9월 1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9월 1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겨울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의 부재는 올림픽에 대한 관심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평창 올림픽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세계적인 평화 올림픽이라는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 IOC에 대승적 차원에서 다른 방안을 강구해달라는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한 이유다.
 
고심은 더 있다. 평창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던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갈수록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도발을 멈춘다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정부는 중국·러시아 등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할 수 있는 국가들의 지원도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이어 러시아까지 참가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정부가 그리던 평화 올림픽의 모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평창 구상 수정 필요성=전문가들은 평창 올림픽을 정치적 국면 전환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정부의 구상을 현실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좀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참가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참가하더라도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되기엔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창을 한반도 긴장 완화의 기회로 삼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국민 사이에 ‘북한이 불참하는 평창 올림픽≠평화 올림픽’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성공적인 올림픽을 열고 한국의 발전상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발신하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평창 올림픽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수록 올림픽이 정치적으로 변질될 우려도 커진다. 북한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도 평창 올림픽 참가를 우리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처럼 쓸 수도 있는 일”이라며 “순수하게 올림픽의 정신에 입각해서 인류 화합을 구현하는 평화의 스포츠 제전으로 치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혜·송지훈·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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