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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동 평화 깨고 "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으로"

대사관 이전 선언에 반발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사관 이전 선언에 반발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예정이다. 로이터·AF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요르단·이집트 등 아랍 정상들에게 5일(현지시간) 전화해 이전 계획을 설명했다. 미국이 수십년간 지켜왔던 균형자적 역할을 깨고 이스라엘 편을 들어줘 중동의 분쟁에 기름을 붓는 결정이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살만 사우디 국왕,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주변 4개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나빌 사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에게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스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는 압바스 수반에게 대사관 이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 시기는 전달하지 않았다. 압바스 수반은 "분명히,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면서 "극단주의자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지난 5월 예루살렘 올드시티 '통곡의 벽'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예루살렘 올드시티 '통곡의 벽'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 강 서안지구를 1967년 점령하고 동예루살렘을 병합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이 '통일 수도'라고 주장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가 이스라엘에 무단 점유됐을 뿐이라 미래에 국가 지위를 되찾고 수도로 수복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은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최종 지위 협상에서 예루살렘 문제가 결정돼야 한다는 외교적 입장을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유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하겠다는 의향을 밝혔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무슬림 모두가 성지로 여기는 곳이라 단순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넘어서서 종교적 충돌의 여지도 크다.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 [EPA=연합뉴스]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 [EPA=연합뉴스]

트럼프의 전화 통보를 받은 압바스 자치수반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 프랑스, 요르단의 정상들에게 대사관 이전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와 통화한 다른 아랍 정상들 역시 강력히 반발했다. 트럼프의 아군으로 분류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살만 왕조차 "그러한 위험한 조치는 알카에다 등 전 세계 강경 무슬림들을 도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미 대사관 이전은 '레드 라인'이라고 선언하고 이스라엘과의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대를 표명했다.  
 
국제 사회도 우려를 나타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리는 예루살렘은 관련 안보리 결의안에 근거해 당사자 간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만 하는 최종 문제로 여긴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간 충돌이 빚어진 웨스트뱅크 입구에서 마스크를 쓴 소년이 서 있다.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간 충돌이 빚어진 웨스트뱅크 입구에서 마스크를 쓴 소년이 서 있다. [AFP=연합뉴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예루살렘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과 관련해 많은 의문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통령은 내일 조치와 관련해 연설할 것"이라고말했다. 트럼프가 수많은 세계 정상들의 조언을 무시할 준비가 된 거냐는 질문에 샌더스는 "대통령 발언보다 앞서가지 않겠다"며 자세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외신들은 이전 시기는 6개월 뒤쯤일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의 통화 직후 미국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별도의 공지가 나오기 전까지는 예루살렘 올드시티와 웨스트 뱅크 피하라고 주문했다. 또 백악관은 이스라엘 대사관에는 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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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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