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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포항에서 직접 본 지진피해 건물의 문제

황두진 건축가

황두진 건축가

경주에 이어 포항이 흔들렸다. 이 두 번으로 족하다. 이제 지진은 북핵만큼이나 명백히 실재하는 위협으로 우리에게 각인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렵고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에서 이 둘은 닮았다. 우리의 의지와 능력을 극도로 시험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런 재앙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관심하거나, 편리하게 비난할 대상을 찾거나, 비과학적 태도에 빠지는 것은 결코 답이 아니다.
 
지진 발생 9일 후인 지난 11월 24일 포항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지진 현장을 직접 보고자 했다. 이미 세상에는 말이 무성했다. 필로티가, 부실공사가, 내진설계의 미비함이 주범으로 지적됐다. 과연 그런 것일까. 이런 문제들만 아니었으면 과연 아무 일 없이 넘어갔을까. 누구에게서 부여받은 임무가 아닌, 스스로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선 길이었다. 현장의 기록을 사명으로 여기는 건축사진작가 김용관이 동행했다.
 
건축가는 지진에 관한 ‘상대적 전문가’다. 지진의 기본 이론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문가인 것은 맞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구조공학자의 의견을 구해야 하므로 결국 상대적인 전문가인 셈이다. 하지만 그 역할은 여전히 크다. 건축 프로젝트를 통합적으로 진행하고, 구조공학자에게 내진을 포함한 구조계산 전반을 의뢰하며, 건축주에게 그 비용의 지출이 마땅함을 일상적 언어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내진설계의 실체를 사회적으로 좀 더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내진설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물이 아니라 인명을 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오면 (정확하게는 일정 가속도 이상의 지진이 오면) 건물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완전히 다시 지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적어도 인명을 보호할 가능성은 현저히 높여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내진은 내화와 동일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중요 시설로서 내진설계 대상인 포항역이 이번에 경미하나마 피해를 본 것은 내진설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시론 12/6

시론 12/6

포항 지진의 아이콘이 된 필로티 건물은 오히려 현장 방문이 의문을 키웠다. 막상 가 보니 그 일대에는 필로티 건물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한 건물의 극적인 피해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물론 같은 지역의 다른 필로티 건물들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유의미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삼풍백화점 이후의 플랫 슬래브, 세월호 이후의 해경 같은, 즉흥적 판단의 희생양이 될 뿐이다.
 
포항 방문에서 눈여겨본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내·외장재다. 내진설계는 기본적으로 구조체를 다룬다. 하지만 인명 보호라는 측면에서 보면 외벽의 석재나 벽돌, 금속, 혹은 내부의 가구나 천장 마감재 등 비구조체들도 위험 요소이기는 마찬가지다. 광범위한 피해를 본 한동대 캠퍼스에는 외벽의 벽돌이 여기저기 무너져 내렸다.
기둥이 터지면서 마감 석재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이런 외장재를 쓰고도 이번에 심각한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운이 좋았을 뿐이다. 외장재의 지지 방식을 훨씬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결국 이번 지진에 무너진 곳, 그렇지 않은 곳 모두가 연구의 대상이다.
 
[외벽의 벽돌이 무너져 내린 한동대 캠퍼스=건축사진작가 김용관]

[외벽의 벽돌이 무너져 내린 한동대 캠퍼스=건축사진작가 김용관]

서울로 돌아오면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했다. 우선 앞으로 지어질 건물은 물론 이미 지어진 건물의 내진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전면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할 것이며 더 이상 이를 피할 명분도 없다. 아울러 그 내진설계의 대상에 마감재를 포함, 비구조체로 분류돼 오던 것들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이미 시작됐으나 시행을 본격적으로 서둘러야 한다.
 
당연히 이 모든 것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그 부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지와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예를 들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내진 보강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갹출하자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그것은 이미 지진의 기술공학적 차원을 넘어선 사회·문화적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서 합리적 태도 이외에 우리에게 딱히 주어진 무기란 없다. 지진을 확률 게임으로 보고 운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투자와 대비를 할 것인가. 이것이 경주와 포항에서 일어났던 지진이 우리에게 던지는 궁극의 질문이다.
 
황두진 건축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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