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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뜨거운 국물…12월 역류성 식도염 주의보

[건강한 당신]  이상길 교수의 건강 비타민
박모(57·서울 동대문구)씨는 키 1m70㎝에 체중이 80㎏ 나간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7.7로 비만이다(체질량지수 25 이상이 비만). 일주일에 4일가량 회식하고 매번 소주 1병 정도를 마신다. 두 달 전 이상 증상이 생겼다. 등·명치가 뻐근하고, 식도에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화제를 먹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연말이 되면서 술자리가 늘며 증상이 심해졌다. 2주 전부터 밤마다 가슴에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잔다. 병원에 갔더니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위와 식도 사이에는 음식물 역류를 막는 괄약근이 있다. 괄약근은 일종의 밸브다. 평소 ‘off’ 상태로 잠겨 있다가 음식물이 들어가거나 트림할 때 ‘on’으로 열린다. 이 밸브가 느슨해지거나 자주 열리면 위산이 든 위액과 음식이 식도로 거슬러 올라온다. 소화·살균을 담당하는 위산은 산성이 강하다. 위벽은 보호막(점액)으로 덮여 있어 위산이 닿아도 손상되지 않는다. 식도 점막에는 보호막이 없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heartburn)이 나타나고 역류성 식도염이 생긴다.
 
과거에는 아시아에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호주 왕립 아들레이드병원 연구팀의 논문(2005)에 따르면 서양인의 10~20%가 주 1회 이상 속쓰림(heartburn)이나 위산 역류를 겪고, 아시아인은 5% 미만이 경험했다.
 
한국 등 아시아 환자 증가세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식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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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아시아에서 역류성 식도염이 증가하고 있다. 이화여대 의대 연구팀의 논문(소화기기능성운동질환저널, 2011)에 따르면 2005년 이전 동아시아의 역류성 식도염 유병률은 2.5~4.8%였다. 2005~2010년에는 5.2~8.5%로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2012년 336만7555명에서 지난해 416만5789명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5.5% 증가한다.
 
한국에서 역류성 식도염이 주요 질환이 된 이유는 뭘까. 비만 인구가 늘고,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인구가 늘고 소비량이 느는 것도 원인이다. 한국인과 서양인의 위·식도는 해부학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괄약근 압력과 역류하는 위액의 양·빈도가 비슷하다.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은 ▶비만 ▶임신 ▶위-식도 연결 부위 조직 이상(경화증) ▶위의 윗부분이 횡격막 위로 올라온 식도 열공 탈장 ▶음식이 위에서 소장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는 증세 등이다. 증상을 악화하는 요인은 ▶흡연 ▶과식·야식 ▶기름진 음식 ▶알코올 ▶커피 등이다.
 
역류성 식도염을 방치하면 식도 점막이 원래의 모습을 잃고 위의 상피세포처럼 변형(바렛식도)될 수 있다. 바렛식도 환자 10명 중 1명은 10년 뒤 식도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역류성 식도염으로 위액이 식도로 넘어오다 기관지로 들어가면 폐렴·기관지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위험 요인, 악화 요인을 통제해야 한다.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비만이면 위가 받는 압력이 커져 위와 식도 사이 괄약근이 약해진다. 특히 내장 지방에 있는 비만 인자(사이토카인 등)가 인슐린 저항성(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만은 식도 열공 탈장을 잘 일으킨다. 식도 열공 탈장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일단 발병하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빨리 치료해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식도염

스웨덴 카롤린스카병원과 노르웨이 레방에르병원 연구팀이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한 논문(2003)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25 미만 남성의 역류성 식도염 발생 위험을 1로 잡을 때 체질량지수 25~30은 2.2배, 31~35는 3.1배, 36 이상은 3.3배로 나타났다. 여성은 각각 2배, 3.9배, 6.3배였다.
 
주목할 점은 체중을 줄이면 역류성 식도염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위 연구에서 체중 변화가 없는 사람을 1로 잡을 때 BMI가 0.5~1.5 줄면 역류성 식도염 위험이 20% 낮아졌다. 1.6~3.5는 10%, 3.6 이상에서는 40% 감소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이 병에 취약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 국내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여자가 240만4438명으로 남자(176만1351명)의 1.4배다. 통계적으로는 여자가 많다.
 
남자가 많다는 학설도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연구팀이 1997~2011년 발표된 96개 연구논문을 분석했더니 남자 환자가 더 많았다(소화기기능성운동질환저널, 2016). 다만 ‘신물이 넘어온다’ ‘속이 타는 듯하다’며 위식도 역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여자가 더 많다. 그런데 이런 여자를 내시경 검사하면 역류성 식도염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여자는 작은 변화에도 예민해 병원을 적극적으로 찾지만 남자는 병원을 덜 찾는다. 이 연구의 결론은 실제 확진 환자는 여자보다 남자가 많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남자 환자 많아
 
통계에서는 여자가 많고, 실제로는 남자가 많은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숨어 있는 남자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성모(45·서울 강동구)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성씨는 4년 전 종종 신물이 넘어오거나 속이 쓰렸다. 하지만 ‘위장병 같은 걸로 병원까지 가야 하느냐’며 넘겼다. 그러다 두 달 전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협심증인 줄 알고 놀라 가까운 병원을 찾아 심전도 등 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었다. 성씨는 ‘위암이 걱정된다’며 진료를 받으러 왔다. 검사를 했더니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주 2회 이상 가슴 쓰림이나 역류 증상이 있으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역류성 식도염이 생겨도 음식을 잘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서 약물 치료를 하면 치료할 수 있다. 금연은 필수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 생활을 하며 식후에 바로 눕지 않아야 한다. 야간에 가슴이 쓰리면 상체를 15도쯤 높여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12월은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가장 많다. 월평균 환자의 1.3배에 달한다. 뜨거운 국물, 기름진 음식, 야식, 운동 부족 등 역류성 식도염 요인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 예방·치료를 위한 생활습관 교정의 힌트가 여기에 있다.
 
아스피린이 역류성 식도염 유발
아스피린·세레브렉스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의 논문(Pharmaceutical Research, 2001)에 따르면 NSAID는 역류성 식도염 발생 위험을 2.1배 높인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소염진통제를 먹었을 때 속쓰림 등 증상이 심해진다면 약을 임의로 복용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상길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의료원 대외협력처장,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진정내시경 TFT 위원, 대한소화기암학회 위·식도암 항암 TFT 위원장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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