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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사 성희롱, C사 갑질… 모두 사전 신호 충분했는데 놓쳤다 커져"

 "성추행·성희롱은 처벌 대상도 못되고 성폭행 정도 돼야 솜방망이 처벌. 회사는 피해자의 책임을 찾아내려고 최선을 다한다. 당사자가 지쳐 나가떨어지길 바라는 듯…".
 
지난 9월, 기업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의 H사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이 회사의 사내 성추행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일각에서 불매운동 얘기가 나올 정도로 H사는 궁지에 몰렸다.
 
사전 경고는 이전에도 있었다. H사 게시판에는 올 초부터 '음담패설이나 성희롱이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기업 문화를 이해할 수가 없다' '여직원들한테 술 돌리면서 대중교통 없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제 회식을 하는 의도를 모르겠다'는 등의 불만을 담은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사내 갑질이 문제가 된 C사도 마찬가지다. C사 게시판에는 지난해부터 'C사 맨은 부품이다. 스타크래프트의 마린 같은 느낌',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한 갑질이 너무 심하다' 등의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2014년 4월 문을 연 잡플래닛에는 현재 국내 100인 이상 기업의 98%인 32만 개사의 사별 게시판이 있다. 잡플래닛 황희승 대표는 "회사에서 생긴 문제를 외부 게시판에 올릴 때는, 내부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를 이미 접은 다음"이라며 "근무 현장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올리는 게시판은 경영자들에게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잡플래닛이 1년여 준비한 끝에 두 달 전 기업 위기징후 포착 시스템 '알리(ALRI)' 서비스를 론칭한 이유도 바로 게시판에 올라온 정보를 경영자료로 활용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알리는 게시판에 쌓인 빅데이터를 키워드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위기징후를 포착한다. 황 대표는 "H사의 게시판 내용을 분류하면 '성희롱'을 중심으로 '군대 문화' '강제회식 '여직원'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며 "키워드를 모아 보면 어떤 분야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 진단은 크게 조직문화·경영·불공정거래·파트너의 네 개 분야로 진행한 뒤 자료를 기업 측에 제공한다. 조직 문화의 경우 성희롱·성폭력·폭언·회식·강요 등의 키워드를, 경영 위기의 경우 구조조정·감원·부정부패·체불 등의 키워드로 포착한다. 기업들은 이 서비스를 월정액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황 대표는 "때론 게시판에 장문의 글 하나가 기업의 큰 위기를 예방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며 "현장의 소리를 놓쳐서는 좋은 기업으로 가꾸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만 33세인 황 대표는 미국 에모리대 경제학과를 도중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국에 들어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니 기숙사 '방짝' 친구가 창업해 거부가 돼 있었다. 그는 "성공은 공부보다 창업에 있다"는 신조로 곧장 자퇴했다. 이후 그루폰코리아 창업자 및 대표이사, 글로시박스 코리아 대표이사 등 한국에서 5개의 회사를 만들고 두 차례의 M&A를 성공시켰다.  
 
잡플래닛은 창업 3년 만에 월 이용개 300만 명의 기업정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3년간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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