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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판 커진 ‘헬스 앤 뷰티숍’ … CJ·GS·롯데·신세계 영토 전쟁

서울 부츠 명동점. 고급 화장품까지 취급하는 백화점 같은 H&B숍을 표방한다. [중앙포토]

서울 부츠 명동점. 고급 화장품까지 취급하는 백화점 같은 H&B숍을 표방한다. [중앙포토]

화장품과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이 사업 시작 18년 만에 1000호 매장 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만 전국에 매장 200여 개를 추가한 덕이다. 압도적 1위인 올리브영을 추격하는 GS리테일의 왓슨스와 롯데쇼핑의 롭스도 출점에 가속도를 붙였다. 헬스 앤 뷰티(H&B)숍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2.5% 성장해 올해 시장 규모 2조원 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향후 5년 내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화점과 면세점·대형마트의 쇠퇴기에 배고픈 유통기업이 주목할만한 규모가 된 것이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 시장을 놓고 유통 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일찍 자리 잡은 올리브영을 잡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발걸음도 바쁘다. H&B 카테고리 밖에 있던 화장품 로드샵이나 편의점도 시장진출을 넘보는 상황이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해 매출액 2조630억원, 영업이익 1110억원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대비 각각 약 32%, 18% 늘어난 것이다. 매출의 80%는 올리브영 사업부문에서 나온다. 사업 첫해인 2009년엔 1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이후 몇 년간은 별 성과가 없던 천덕꾸러기였지만 지금은 그룹 계열사 내 성장성이 가장 좋은 효자 사업으로 등극했다.
 
H&B 시장의 성장은 1인 가구 증가가 견인했다. 최신 미용용품이나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를 발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샀다. 2011년 일부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면서 일반소매점 판매가 허용된 것도 호재였다. 판매 상품군은 점점 다양해져 의약외품과 스낵류·음료·문구류·생활용품 등이 매대에 올랐다. 2011년 3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3000억원을 찍을 수 있었다. 가격대비 품질을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다양한 제품을 눈치 보지 않고 써 본 뒤 살 수 있도록 한 점도 성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장이 커지자 유통 대기업은 일제히 H&B 매장 경영전략을 재수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2위인 왓슨스는 2005년 조기에 시장에 진출하고도 보수적인 전략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엔 주력 사업인 편의점이 어려운 가운데도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GS리테일이 왓슨스 코리아의 지분 50%를 매입해 단독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생긴 변화다. 전국 곳곳에 있는 편의점 GS25와 시너지를 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롭스 체급 키우기에 나섰다. 2013년 10개 매장으로 시장에 진출한 롯데 롭스는 한동안 이렇다 할 변화 없는 답보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해엔 매장을 30여개 이상 늘리면서 매출을 두 배로 키웠다. 현재 매장은 89개로 2위 왓슨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그동안 맏형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사이에 끼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주요 사업으로 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롭스는 올해 중 매장을 1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제 막 가세했지만,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영국 드럭스토어 체인 부츠의 한국 체인점 독점 운영권을 따내고 5월부터 스타필드 하남점을 시작으로 4개의 점포를 냈다. 이마트는 주거지역과 소규모 도심 상권, 대형 도심 상권 등 상권별 상품 구성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공식적으로는 “기존의 H&B 숍과 상품이나 소비자가 겹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 명동에서는 1위 올리브영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올리브영 명동 본점 30~40m 거리에 4층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차린 것이다. 총 1284㎡(388평) 규모로 국내 H&B 매장 중에서는 가장 크다. 신세계는 주요 상권에 부츠 매장 10곳을 운영할 예정이다.
 
H&B 매장에 손님을 빼앗긴 화장품 로드숍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가는 특히 서울에만 매장 300개, 전국 매장 1340개를 가진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로드숍 아리따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아리따움은 최근 ‘먹는 화장품’이라는 콘셉트의 이너 뷰티(inner beauty) 제품, 즉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 비율이 80% 이상이라 당장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중국 관광객 감소로 어려워진 아리따움이 H&B 숍으로 변신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밖에 편의점업계도 화장품 제조사와 협업해 전용상품을 내놓으면서 H&B 숍으로 손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헬스 앤 뷰티(H&B)숍
드럭스토어(Drugstore)라고도 한다. 약국에서 화장품을 팔던 형태에서 진화하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은 이제 막 전성기에 돌입했다. 한 곳에서 화장품에서부터 생활용품까지 해결할 수 있어 1인 가구, 젊은 소비자가 많이 이용한다. 한국에선 약품보다는 화장품 등 미용용품, 건강보조식품, 다이어트 식품 중심이라 드럭스토어보다는 헬스 앤 뷰티(Health and Beauty)숍이 적합하다는 뜻에서 이렇게 불리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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