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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혁신예산 연봉 수천만원 지급···'시험없는 공무원' 논란

[단독]주민자치간사ㆍ코디네이터ㆍ활동가, ‘혁신 예산'으로 만들어진 ‘시험없는 공무원’ 논란 
“뼈 빠지게 몇 년을 공부해서 9급 공채 시험 (합격해) 들어오면 연봉이 2000만 원이 안 돼요. 그런데 각 부처마다 자격요건도 없고 선발기준도 없는데 이렇게 수천만 원씩 주는 것을 군데군데 숨겨와 가지고, 정말 이럴 거에요?”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국가 월급을 꼭 공무원들만 받아야 돼요? 공무원들이 해 가지고 대한민국이 잘됐어요? 복지가 잘되고 다 잘됐으면 공무원들한테 다 맡기지. 정치가 뭐 필요 있고, 전부 다 시험만 치지.”(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면 노량진 가서 컵밥 뭐하려고 먹었어?”(김 의원)
“그렇게 얘기하는 게 어디 있어요?”(박 의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본청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지도부와 논의 뒤 다시 예결소위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본청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지도부와 논의 뒤 다시 예결소위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험 없는 공무원’ 채용 의혹을 놓고 여야 간 기싸움이 뜨겁다.  
각 부처에서 지자체의 주민자치나 문화사업 등을 기획·추진하는 민간인들에게 정부가 연간 수 천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주민자치회 간사·코디네이터·활동가 등 명칭은 다양하다. 지난 23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도 이를 놓고 여야 간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읍 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크게 3개 부처 5개 사업이 주요 의혹 대상이다.

가장 논란이 큰 사업은 혁신읍면동사업(행정안전부)이다. 주민자치회 간사 200명(연봉 2500만 원), 중간지원조직 전문가 60명(연봉 3000만원)을 채용하며, 전국 규모로 확대되면 2020년까지 각각 간사는 3500명, 중간지원조직 전문가는 684명 증원된다. 이 경우 인건비는 연간 1080억 원까지 늘어난다.
행정안전부는 이 외에도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운영인력 45명(연봉 5000만 원),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 혁신코디네이터 60명(연봉 4300만 원)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문화진흥 사업 담당 문화재생 커넥터 15명(연봉 4000만 원)을,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사업  코디네이터 및 활동가 (인건비 및 역량강화 예산 15억원)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백재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왼쪽)이 15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개의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백재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왼쪽)이 15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개의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대해 야권은 정부가 조건도 갖추지 않고 유사 공무원을 양산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 17만4000명 공무원 증원 외에 일부러 어거지로 연봉 2000만 원, 3000만 원짜리 기간의 정함이 없는 불필요한 공무원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지난 5월 부처 예산 요구 때는 없었는데 청와대가 넣으라고 해서 만든 예산”이라며 “(1년 실시 후) 226개 지자체마다 희망자가 있으면 더 늘리고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사업 유사성이 있는 지역 문화 예산을 줄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전남 해남문화원 등이 명량대첩지 개발과 고증을 잘 했는데, (그런 것을 지원할) 지역문화 역량강화 예산은 191억원(2017년도)에서 24억원으로 확 줄여 버리고는 커넥터인가 뭔가 이상한 것을 뽑는데 내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야권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내년도 지방선거를 둘러싼 우려도 자리잡고 있다. 이 사업들을 통해 친여 성향의 운동가들을 각 지역에 내려보내 정치적 거점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들 조직들은 떠돌이 좌파운동권에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처음에는 지역활동도 하겠지만 정부 예산으로 사회운동을 교육하고, 장기적으로 시·군·구의회를 장악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좌파 백년 집권을 위한 참으로 원대한 계획"이라며 "혈세를 투입해 좌파 풀뿌리 운동권을 양성하는 '완장부대' 사업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혁신 읍면동 사업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조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예산 6개월치를 삭감됐고, 예결위에서는 아예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여권은 지나친 정치적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서울 한양도성 문화사업 등 민간을 통해 고증되고 활성화된 좋은 사례가 많다”며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은 “인건비 등은 감액할 수도 있고,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추진해보고 판단하자”고 제안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국가 월급을 꼭 공무원들만 받아야 하느냐는 발언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는 세상을 다양하게 한다”며 “꼭 시험만 친 사람만 꼭 국가의 녹을 받으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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