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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간 vs 인공지능 반목할지 모르는 미래 대비해야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금융·국방 등 특수 분야에 주로 쓰이던 인공지능(AI)이 우리 일상 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인간이 우세할 것으로 여겨진 바둑에서조차 인간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도 급상승했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은연중에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다. 일부 온라인 구매 사이트에서 개인별 취향에 딱 맞춰 음악이나 제품을 골라 주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다. 우리가 접하는 스포츠나 재해 관련 외신기사 중에는 기자 대신 인공지능이 작성한 것들도 있다.
 
최근 상용화한 첨단 인공지능의 역할은 과거처럼 검색·계산과 같은 단순 작업을 그저 빠르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도 쉽지 않은 복합적인 생각과 업무로 확장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 덕택이다. 어떤 인공지능은 병원에서 의사를 도와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스마트 가전이 거주자의 생활습관에 맞춰 작동하도록 하는 것도 인공지능의 몫이다. 또 다른 인공지능은 음악·미술처럼 창의성이 많이 필요한 분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각 정보를 통해 인간·동물 등 주변 사물을 마치 인간처럼 인식하는 인공지능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마치 인간처럼 인식하고 판단한다고 여겨질 만큼 점점 더 우수해질 것이고, 그만큼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활동 영역이 넓어질수록 우리의 삶 전반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일단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더욱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살게 해 줄 것이란 기대가 무척 크다. 스마트화된 공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되도록 만들 것이다. 인간 투자자보다 빨리 판단하고 거래하는 인공지능에 연금 관리를 맡기면 더 나은 투자 성과를 거둬 우리의 노후가 더 풍족해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에 자동차 운전을 맡겨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도 있다. 많은 잡다한 일을 인공지능에 맡길 수 있다면 인간은 보다 중요한 활동에 집중해 삶을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예상도 많다.
 
시론 12/1

시론 12/1

그러나 인공지능의 확산이 때로는 예기치 못한 갈등을 수반할 것이라는 점도 우리는 예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상적으로는 이런 갈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인공지능 냉장고가 간식을 먹으려는 사용자를 비만이라 판단해 냉장고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심각한 환자를 앞에 두고 의사와 인공지능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면 환자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자율주행차가 최종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탑승자와 다수의 보행자 중 과연 누구인가? 암표상들이 표를 싹쓸이하듯이 전력 등 공공성 자산을 거래하는 전산시스템에서 인공지능이 거래 자산을 싹쓸이해 부의 불공정한 이전을 일으킬 우려는 없을까?
 
인공지능의 오작동은 더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층 스마트해진 무기가 의도와 달리 아군의 인명 피해를 일으킨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이 교통신호를 잘못 판단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오작동이 아닌, 인공지능의 충실한 업무 수행이 파국을 야기할 수도 있다. 2010년 5월 6일, 단 5분 만에 미국 증권시장을 폭락시켜 금융상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 뻔했던 사태는 다수의 인공지능이 경쟁적으로 거래한 결과로 판명 나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인공지능의 확산은 산업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 개발기업의 몸값은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젠 개인이든 기업이든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수록 우수한 성과를 거둘 공산이 크다. 어떤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영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고,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각종 사회 병폐나 갈등 문제의 해결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가는 것이다. 선진국은 벌써 이러한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인공지능의 법률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꾸준하다.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을 인간과 동등한 운전자로 간주한다든지, 인공지능을 전자인간으로 대우해 재산권 등 법적 권리뿐만 아니라 각종 의무, 심지어 납세 부담까지 지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공지능 시대는 바짝 다가오는데 우리는 이로 인한 충격에 얼마나 준비가 잘돼 있는지 점검할 때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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