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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똥 커피는 어떤 맛?

코끼리 배설물에서 얻은 생두를 정제해 코끼리똥 커피, 블랙아이보리커피 원두를 얻는다. 코끼리똥 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하는 모습.

코끼리 배설물에서 얻은 생두를 정제해 코끼리똥 커피, 블랙아이보리커피 원두를 얻는다. 코끼리똥 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하는 모습.

이른바 '코끼리똥 커피'로 불리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black ivory coffee)’는 세계에서 가장 이색적인 커피로 꼽힌다. 별명에서 유추하듯 코끼리의 배설물에서 골라낸 원두로 만든 커피를 뜻한다. 100g에 240달러(약 26만원)이나 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이기도 한데, 고가 원두로 꼽히는 게이샤커피보다 몇 곱절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원두 7~8g에 에스프레소 한잔이 추출된다고 가정했을 때, 코끼리똥 커피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은 약 17달러(약 1만8000원) 정도다.
태국은 커피벨트에 속한 나라다. 태국의 아라비카 원두 생산지인 치앙라이 고산지대 풍경.

태국은 커피벨트에 속한 나라다. 태국의 아라비카 원두 생산지인 치앙라이 고산지대 풍경.

태국에서는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커피 수확기다. 표면이 새빨갛게 익었을 때 열매를 딴다.

태국에서는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커피 수확기다. 표면이 새빨갛게 익었을 때 열매를 딴다.

당연한 말이지만 코끼리똥 커피는 커피와 코끼리, 즉 코끼리똥 커피를 만들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지역에서만 난다. 이 묘한 교집합에 꼭 들어맞는 나라가 바로 태국이다. 태국은 북위 25도~남위 25도 사이에 걸쳐있는 커피벨트(커피 재배에 적당한 기후와 토양을 가진 지역) 중 한 곳으로, 태국 북부 고산지대에서 고품질의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한다. 이와 동시에 태국은 코끼리의 나라다. 야생에 1000~1500마리의 코끼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화이트 코끼리(신체 일부분이 흰 코끼리)는 태국 왕실의 상징일 정도로 태국인에게 코끼리는 신성하고 친밀한 존재다. 그러니 어찌 보면 코끼리똥 커피는 가장 태국스러운 커피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골든트라이앵글아시아코끼리재단(The Golden Triangle Asian Elephant Foundation)의 보호 받고 있는 코끼리.

골든트라이앵글아시아코끼리재단(The Golden Triangle Asian Elephant Foundation)의 보호 받고 있는 코끼리.

코끼리똥 커피는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걸러 만들어내는 고양이똥 커피 ‘루왁 커피’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커피 콩이 코끼리와 사향고양이 위 속에서 으깨지지 않고 원형 그대로 배출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원두 외벽의 커피 기름이 위산에 열매가 분해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덕분이다. 동시에 커피 열매는 동물 특유의 효소로 인해 커피의 쓴 맛을 내는 단백질이 분해되는 발효 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코끼리똥 커피와 고양이똥 커피는 쓴 맛이 거의 없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하지만 두 커피는 생산 환경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고양이똥 커피는 사향고양이의 불결한 사육 환경 탓에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돼왔다. 커피 생산자가 사향고양이를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기르는데, 2004년 중국 정부는 사향고양이를 사스 전염 원으로 추정하고 1만 마리의 사향고양이를 도살 처분하기도 했다. 고가의 루왁 커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인간의 욕심이 화근이 된 셈이다. 수많은 5성급 호텔과 백화점이 루왁 커피를 매대에서 퇴출한 배경이다.
은은한 향기가 나는 코끼리똥 커피.

은은한 향기가 나는 코끼리똥 커피.

반면 코끼리똥 커피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수단이 됐다. 코끼리똥 커피는 세계에서 딱 한 군데 마을에서만 생산되는데, 바로 코끼리와 사람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태국 수린(Surin)주 농촌마을 반 타클랑(Ban Taklang)이다. 반 타클랑 마을에는 약 200마리의 코끼리가 사는 마을로 주민들은 1000년 전부터 코끼리와 함께 생활했다. 학교나 병원 시설도 턱없이 부족했던 10여 년 전, 이 마을에 코끼리똥 커피 회사인 '블랙 아이보리 커피 컴퍼니'가 들어오면서 마을 주민들은 코끼리와 가족을 보살필 수익을 얻고 있다. 블랙 아이보리 컴퍼니는 마을 농부에게서 커피 열매를 1㎏에 350바트(약 1만2000원)로 수매한다. 태국의 평균적인 커피 노동자는 1㎏에 단돈 7바트(약 250원)를 받는다. 태국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커피 농사를 짓기 전에는 코끼리를 대도시의 관광 시설로 팔아넘기거나, 코끼리로 불법 벌목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커피를 한 바구니 수확해 온 농부.

커피를 한 바구니 수확해 온 농부.

블랙 아이보리 커피 컴퍼니의 창립자는 캐나다인 블레이크 딘킨(Blake Dinkin)으로, 그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 여행을 왔다가 코끼리똥 커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딘킨은 태국과 미얀마·라오스 등 3개국 접경지인 골든트라이앵글의 고급 호텔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에 머물렀다. 호텔 체인 아난타라는 대도시의 코끼리를 구조하고 보살피는 비영리 재단(The Golden Triangle Asian Elephant Foundation)을 설립해 운영하는데, 재단에서 보호하고 있는 코끼리 몇 마리가 항시 리조트 부지에 어슬렁거린다. 딘킨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리조트와 코끼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블랙아이보리커피컴퍼니의 수익 일부를 코끼리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또 5년 전 아난티라 리조트는 코끼리똥 커피 판매하는 최초의 소매점이 됐다.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

코끼리똥 커피는 일반 카페에서는 마실 수 없고 태국과 몰디브에 있는 5성 호텔 17군데에 공급된다.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가 코끼리똥 커피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아니지만, 커피를 맛볼 요량이라면 무조건 이 리조트로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코끼리똥 커피는 코끼리에게 33㎏의 열매를 먹이면 단 1㎏의 원두만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 효율이 낮아, 생산량이 1년에 50㎏ 정도다. 다른 호텔은 재고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에는 비교적 코끼리똥 커피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편이다.
리조트에 투숙하지 않고도 호텔 로비 카페에서 누구나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단 코끼리똥 커피(1800바트, 약 6만원)를 시키면 35g 분량으로 소분된 원두와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를 준다. 원두를 갈고 있으면 코끼리똥 커피에서 쿰쿰한 냄새 대신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코끼리의 주 먹이인 사탕수수, 바나나향이 원두에 배어 있다.
블랙아이보리커피. 35g 소분해서 판매한다. 85달러(8만5000원). 호텔에서 마시려면 1800바트(6만원) 정도다.

블랙아이보리커피. 35g 소분해서 판매한다. 85달러(8만5000원). 호텔에서 마시려면 1800바트(6만원) 정도다.

원두를 갈고 나면 코끼리똥 커피 전용 에스프레소머신이 탁자에 준비된다. 증기의 압력을 이용하는 사이폰 방식의 커피 추출 기계인데, 블레이크 딘킨이 직접 디자인했다.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여 주전자에 물을 올려 끓이면 증기가 원두가루가 담긴 사이폰 기구 안으로 흡입된다.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다. 기계 꼭지를 열어 에스프레소 잔에 커피를 담으면 완성이다. 달콤한 향이 일품인 코끼리똥 커피는 목 넘김이 부드러웠고 살짝 신맛이 난다. 1회 추출로 에스프레소 4잔 분량이 나오니 가족 혹은 친구와 희귀 커피를 마시며 여행 중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여행정보=태국 치앙라이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에 블랙 아이보리 커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페가 있다. 커피 세트 1800바트(약 6만원). 한국에서 치앙라이까지 한 번에 닿는 직항은 없다. 태국 방콕을 경유해 태국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는 게 낫다. 타이에어아시아엑스(airasia.com)가 하루 3회 인천~방콕 항공편을 운항한다. 방콕~치앙라이 국내선은 하루 3~4회 연결한다. 인천~치앙라이 왕복항공권을 예약하면 최종 목적지에서 짐을 찾을 수 있다.  
치앙라이(태국)= 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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