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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sible 한반도] 김정은이 서둘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둘러 방아쇠를 당겼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12월께 발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29일 오전 2시 48분에 쏘았다. ICBM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 서두른 감이 든다. 게다가 미국의 감시가 두려웠는지 캄캄한 야밤중에 도발을 감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를 앞두고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를 앞두고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화성-15형이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에 성공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밤 대기권 재진입과 관련해 “(화성-15형 발사를 통해) 설계의 요구를 정확히 만족했다”면서 성공을 주장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지난 17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에 부닥쳤다고 보고했다. 설령 “화성-15형이 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럼 김정은은 왜 서둘렀을까? 첫째, 내부 결속용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자신의 뱉은 말을 실천하려는 듯 2017년을 핵·미사일 도발의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 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그는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했다. 아직은 ‘완성’이라는 단어를 쓸 단계가 아닌데 마침표를 찍었다. 
 
김정은은 목표를 제시하면 끊임없이 확인하는 스타일이다. 아버지 김정일은 강성대국 등 거대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점검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김정은은 이번에 주민들에게 자신은 약속을 지킨다는 이미지를 남기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가속되는 대북 제재에 대한 위기의식도 반영된 듯하다. 서둘러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대화국면으로 넘어가 제재 국면을 타파하려는 계산이 깔렸다.
 
김정은이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이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둘째, 대외 과시용이다. 북한은 29일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책임있는 핵강국으로 평화애호국가로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화성-15형 도발에 대해 변명이자 한발 물러서는 듯한 표현이다. 막다른 골목이 몰린 북한이 자신들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놓고 인제 와서 세계 평화를 거론한 것이다. 결국 북한은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으로 올려놓고 협상하겠다는 주변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을 듯싶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미국은 일단 강공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과의 외교 및 교역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며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제한하는 것도 옵션”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추가 금융 기관에 맞춰질 것”이라며 “우리는 잠재적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한 긴 목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외교적으로 우리는 매일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정은이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 이전에 점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이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 이전에 점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문제는 중국의 대응이다.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특사로 방북했지만, 김정은과의 면담이 불발됐다. 중국의 대북 제재를 줄여달라는 김정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라는 게 해외언론들의 반응이다. 중국이 결국 패싱 당한 꼴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15형 도발과 미국의 강공 드라이브가 중국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그동안 원유공급 중단의 요구를 못 들은 척했다. 북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오히려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인지 두고 볼 대목이다. 원유공급을 완전히 중단하지 못하더라도 대북 압박용으로 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에 대해 항상 “죽지 않을 정도만 지원한다”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원유공급의 경우 북한이 죽지 않을 정도만 지원할 수 있다. 
 
북한은 화성-15형 발사 이후 얼굴을 바꿔 대화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때를 놓쳤다. 세상이 북한의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 밖으로 나와야 세상이 보이는데 북한이 이 중요한 사실을 항상 잊고 살고 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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