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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이 안에 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전격 분석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매거진M] 유럽을 횡단하는 열차에서 한 남자가 살해된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침대칸. 총 13명의 승객이 용의 선상에 오르고, 우연히 열차에 오른 ‘세계 최고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누가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 
 
전 세계가 아는 고전이지만,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오리엔트 특급 살인’(원제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1월 29일 개봉,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2017년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스케일은 커지고 이야기는 더 역동적으로 변모했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추리 소설의 대가 애거서 크리스티(1890~1976)가 1934년 발표한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74년 시드니 루멧 감독에 의해 한 차례 영화화됐다. 20세기의 걸작 추리물은 2017년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을까.
 

본질은 그대로, 정서는 현대적으로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우렁찬 기적 소리를 내며 출발하는 열차, 철로를 향해 불길하게 다가오는 거대한 눈 더미, 유럽 각지에서 모인 떠들썩한 사람들, 한밤중에 벌어진 살인 사건, 용의자를 한 명씩 조사하며 완벽해 보이는 알리바이를 깨는 탐정. 2017년 버전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불러온다. 몇몇 인물의 배경 설정만 바뀌었을 뿐 인물의 성격이나, 인물 간의 관계도 원작 그대로다. 
 
“작품의 본질을 바꾸지 않으면서, 현대의 관객에게 사실적으로 스릴 넘치는 작품을 선사할 것.” 각본가 마이클 그린은, 크리스티의 유족뿐 아니라 제작자 리들리 스콧, 감독 케네스 브래너까지 이같은 원칙에 동의했다고 말한다. 원작을 뒤엎어 재해석을 시도하기보다, 원작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현대적 감성을 가미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은 크리스티를 즐겨 읽었던 세대에겐 향수를, 크리스티를 모르는 세대에겐 고전의 향취를 느끼게 해준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연출 겸 포와로를 연기한 브래너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 클래식을 현대물로 끌어올린다. 원작과 가장 다른 것은 오프닝. 영화는 포와로가, 원작엔 없는 별도의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로 경쾌하게 문을 연다. 포와로의 성격과 특징을 단번에 보여주면서 메인 이벤트로 들어가기 전에 영화의 스케일을 압축해서 보여주겠다는 포석이다. 요즘 히어로 영화나 수사물의 오프닝 공식과 유사하다. 
 
또 다른 점을 꼽자면, 원작에선 인물들이 열차 안에서만 움직이는 반면, 영화는 보다 복잡하고 다채롭게 동선을 설계한다. 포와로는 용의자들을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면담하는데, 기차 안과 밖은 물론이고, 기차 아래, 위를 가리지 않는다. “원작과 DNA는 같으면서 더욱 역동적”이란 배우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마르케스 역)의 해석은 그래서 정확하다.
 
물론 도덕적 딜레마에 놓인 인물들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여전하다. 옳고 그름을 완벽히 구분지을 수 없는 중간지대가 존재한다는 메시지는 신작에서 더 극적으로 연출된다.
 

톱스타만 타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조니 뎁부터 미셸 파이퍼, 케네스 브래너, 주디 덴치, 윌렘 대포, 페넬로페 크루즈, 데이지 리들리까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캐스팅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방불케 할 만큼 화려하다. 이들이 서로 뭔가를 감추고, 누설하고, 파헤치는 과정에서 벌이는 화술의 대결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거물 배우를 다수 내세우는 게 요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트렌드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는 1974년 시드니 루멧 감독 버전의 유산을 잇는 듯 보인다. 
 
당시 루멧 감독의 이름값은 최고 배우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푸아로 역에 알버트 피니와 허바드 부인 역의 로렌 바콜을 비롯해 잉그리드 버그만, 숀 코네리, 마틴 발삼, 장 피에르 카셀 등. 제작비가 450만 달러(약 48억원)에 불과했지만, 피니와 코네리를 제외한 모든 배우가 10만 달러(약 1억원)만 받기로 하면서 제작이 가능했다. 캐스팅 면에서 두 영화의 차이라면 모두 백인이었던 74년 버전과 달리, 2017년 버전엔 다양성을 고려해 라틴계(페넬로페 크루즈,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와 흑인(레슬리 오덤 주니어)을 열차에 태웠다.
 

액션도 잘하는 에르큘 포와로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굵은 콧수염, 작은 체구, 빳빳한 맞춤 양복이 특징인 벨기에 출신 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다. 셜록 홈스가 현장을 발로 뛰며 증거를 수집하는 탐정이라면 포와로는 용의자와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안락의자형’ 탐정이다. ‘작은 회색 뇌세포’로 추리한다고 표현하는 만큼 원작에서 포와로의 행동반경은 그리 넓지 않다. 74년 루멧 감독의 영화 속에서도 그러한데, 피니가 연기한 포와로의 동선은 열차 안에만 국한됐다. 2017년 버전의 포와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케네스 브래너는 포와로를 타고난 육감과 예리한 관찰력, 비상한 추리 실력은 동일하게 갖추되 조금 더 민첩한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지팡이를 든 합기도의 대가”(스턴트 코디네이터 제임스 오도넬)로 설정해 “너무 두드러지지 않는 선에서 액션을 펼칠 수 있도록,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처럼 영리하게 싸우는 인물”로 만들었다. 신작에서 포와로는 열차 밖으로 도망간 어떤 인물을 추격하기도 하고, 권총으로 상대를 협박하는 등 조금 더 활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스케일이 남다른 특급 열차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볼거리지만, 신작에선 프로덕션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30년대 빈티지하면서도 호화로운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내외부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작진은 두 대의 모형 열차를 직접 만들었는데, 침대 리넨이나 냅킨같이 작은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가장 압도적인 건 고가다리. 열차가 산기슭 평지에서 멈춰선 원작과 달리, 영화에선 삐걱거리는 고가교 위에서 아슬아슬 상태로 멈추게 된다. 브래너 감독은 “인물들이 작은 방에만 갇히는 게 아니라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는 가파르고 광활한 산에 갇히면서, 탈출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가 된다”며 “기차 안팎의 공간을 모두 활용해 훨씬 더 스릴 넘치고 강렬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제작진은 좌우 200~300m의 고가교를 비롯해, 10m 높이의 산 세트를 모두 만들어야 했다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는 50년 동안 66권의 범죄 소설과 6권의 비범죄 소설, 150편의 단편을 발표한 걸어 다니는 ‘이야기의 샘’이었다. 그가 태어난 잉글랜드 남서부의 토키에선 벨기에 난민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에르큘 포와로가 벨기에 출신 경찰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크리스티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28년 일생의 소원 중 하나였던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고 중동 여행을 했고, 당시의 경험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비롯해 『나일 강의 죽음』 『메소포타미아의 살인』같은 작품에 나타난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작가가 직접 뽑은 ‘베스트 10’ 안에 들어갈 만큼 아끼는 소설이다. 크리스티가 만든 추리소설의 공식(밀실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사건의 관계자가 모여있을 때 탐정이 전말을 브리핑하는 구조 등)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고전이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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