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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태우면 돈 안돼” 택시 8대가 그냥 갔다

이슈진단 │ 노인 차별하는 사회
지난달 말 광주광역시 서구 대로변에서 임종애(81) 할머니가 택시를 잡고 있다. 택시를 타려는 자세를 취해도 5대가 그냥 지나쳤다. 손을 들었는데도 3대가 지나치고 네 번 만에 잡았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말 광주광역시 서구 대로변에서 임종애(81) 할머니가 택시를 잡고 있다. 택시를 타려는 자세를 취해도 5대가 그냥 지나쳤다. 손을 들었는데도 3대가 지나치고 네 번 만에 잡았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말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한 대로변에서 임종애(81·여)씨가 택시를 잡았다. 임씨는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로 지팡이에 의존해 손을 들기가 편하지 않다. 인도와 차도 턱에 서서 택시를 타려는 자세를 취했는데도 5대가 그냥 지나갔다. 할 수 없이 손을 들었다. 그래도 3대가 지나고 네 번 만에 택시가 잡혔다.
 
같은 장소에서 승차 거부를 당한 정규향(81·여)씨는 “택시기사에게 왜 안 서느냐고 따졌더니 ‘노인들은 가까운 곳에 가는 경우가 많아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탑승을 안 시켜도 신고하지 않더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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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지난해 11월 65세 이상 노인이 유소년(0~14세)보다 많은 ‘노인 추월시대’가 됐다. 올 8월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됐다. 한국 사회는 노인 추월시대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노인 1만451명을 조사했더니 7.1%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중앙일보가 경로당·탑골공원·병원 등지에서 노인 26명을 심층 인터뷰했더니 다양한 형태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희(81·여·서울 용산구)씨는 얼마 전의 수모를 잊지 못한다. 다리가 아파 천천히 버스에 올랐는데 기사가 “집에나 있지 노인네가 뭐하러 다녀요”라며 면박을 줬다고 한다. 박씨는 “‘기사님은 나중에 안 아플 줄 알아요’라고 쏘아붙였지만 아직도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다”고 분개했다. 얼마 전에는 다른 버스에서 짐을 들고 앞자리에 앉았더니 기사가 “짐 갖고 저 뒤로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차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김병국(82·서울 은평구)씨는 “서울 강남의 한 제과점 2층의 카페에 올라가려는데 종업원이 ‘노인은 들어오지 마세요. 여기는 젊은 사람만 있어요’라고 막았다”고 말한다.
 
노인 차별이 심해지면 극단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서울시민 5846명을 분석했더니 60세 이상 시민 중 차별 경험자가 자살을 생각한 경우가 19%로 차별 경험이 없는 사람의 약 세 배에 달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생산성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데서 노인 차별이 생겼다. 생산성 향상에 역할을 못하는 노인 세대가 짐이 된다는 것”이라며 “여기엔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근홍(강남대 사회복지학과) 한국노년학회 회장은 “연금 같은 노후소득 제도가 잘 안 돼 있어 노인이 덜 대접받고 자기 목소리를 못 내는 측면이 있지만 젊은 세대가 효를 실천한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옛날식 효나 공경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노인도 세태 변화를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며 “복지관·평생교육원 등이 노인 준비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정종훈·박정렬·백수진 기자 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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