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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선 “구석에 앉아요” 자식은 “말해도 못 알아듣잖아요”

노인 차별하는 사회<상>
지난달 말 광주광역시 서구 대로변에서 임종애(81) 할머니가 택시를 잡고 있다. 택시를 타려는 자세를 취해도 5대가 그냥 지나쳤다. 손을 들었는데도 3대가 지나치고 네 번 만에 잡았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말 광주광역시 서구 대로변에서 임종애(81) 할머니가 택시를 잡고 있다. 택시를 타려는 자세를 취해도 5대가 그냥 지나쳤다. 손을 들었는데도 3대가 지나치고 네 번 만에 잡았다. [프리랜서 오종찬]

노인 추월 시대에는 노인의 사회 활동이 증가하게 된다. 일상생활을 하거나 일터에서, 심지어 집에서 다른 연령층과 섞이게 된다. 한정란(한국노년교육학회 회장)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노년학회 발표에서 “평균수명 60세일 때는 3세대가, 80세일 때는 4세대가, 요즘처럼 100세 시대가 되면 5세대가 동시대에 공존하게 된다”며 “노년을 준비하고, 노인을 이해하며, 노인의 지혜·경험을 전수하는 세대 공동체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5세대는 ‘증조부모-조부모-부모-자녀-손자녀’를 말한다.
 
5세대 공존은 예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이 2000년 7%가 넘는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뒤 17년 만에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됐다. 미처 4세대를 경험하지 못한 채 5세대로 가고 있다. 프랑스가 115년, 미국 73년, 독일 40년에 이런 변화를 겪은 것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다. 일본도 24년이 걸렸다. 17년이란 세월은 5세대 공존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짧다.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노인들이 차별을 호소한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노인들은 가정 내 차별을 더 민감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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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 차별
 
이모(95·여·서울 성북구)씨는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 나들이밖에 못 한다. 그런데 같이 사는 자식한테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씨는 “내가 말을 잘 못 알아듣거나, 행동에 문제가 있거나, (애들에게) 서운한 일이 생기면 그런다”며 “부모·자식 간에 못할 말이 뭐가 있겠느냐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마음에 오래 담진 않으려고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땐 어찌나 서운한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같은 경로당에서 만난 윤모(75·여)씨는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경로당 총무 일을 맡게 됐다. 그런데 자식들한테 “엄마는 왜 그런 곳에 다녀? 분별없는 사람 같다. 소속 그룹이 곧 지위를 말해 주는데, 경로당이 뭐냐”는 핀잔을 들었다. 그 뒤로 경로당 얘기를 안 꺼낸다고 한다.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주요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는 걸 매우 서운하게 여긴다. 박형우(85·광주광역시 서구)씨는 최근 손자(30)의 혼사 세부사항을 결정하는 데서 배제됐다. 평소 가정의 중대사를 도맡아 결정해 왔는데, 최근에는 손자가 “주례 없이 결혼식을 한다. 할아버지는 이런 결혼식을 잘 모르시지 않느냐”고 일방적으로 알려줬다. 박씨는 “ 조언은 할 수 있는데 애초에 말을 안 하니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대 김주현 박사가 2015년 노인 27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70대 여성은 “엄마는 그런 거 몰라도 된다 그런 식이지. 그래도 궁금하잖아. 우리는 자꾸 알고 싶은 거야. 그리고 우리가 자식들 말을 얼른 못 알아듣잖아. 그러면 두 번, 세 번 대답을 안 하더라. 그게 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일상생활 차별
 
박병선(75·서울 성북구)씨는 종종 친목회를 하러 커피숍에 가는데, 종종 황당한 경험을 한다. 종업원·점장 할 것 없이 대놓고 반기지 않는다. 박씨는 “한 번은 인원수보다 커피를 적게 시켜서 나눠 마시려고 컵을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더라. 종업원이 귓속말로 ‘노인이 많으면 젊은 사람이 안 온다’고 말하는데, 다 들리게 하더라”며 “‘집에서 반려견 다음이 노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노인이 심하게 차별을 받는다”고 말한다.
 
성백엽(69·여·서울 용산구)씨는 식당에 가면 가운데를 피해 구석에 앉는 게 버릇이 됐다. 가운데 앉으면 종업원이 옆자리로 가라고 한 걸 몇 차례 경험하고 나서 처음부터 구석자리로 간다. 성씨는 “식당에서 노인들이 가운데 앉으면 영업에 지장이 있을까 봐 그러는 것 같다”며 씁쓰레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노인들은 복잡한 지하철 노선 때문에 차별에 노출된다. 김상옥(84·여·서울 용산구)씨는 한 번은 반대 방향 지하철 승강장에 들어갔다가 다시 들어가는데 카드가 안 찍혀서 역무원에게 문의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역무원은 “노인들이 꼭 이런다”고 대놓고 무시했다.
 
박모(92·여·서울 성북구)씨는 버스를 타면 문 앞에 선다. 좌석 앞에 서면 앉은 사람이 불편할 것 같아서다. 멀리서 불러서 자리를 양보하면 가서 앉는다. 최근 한 승객이 자리에 앉아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어르신께 자리 좀 양보해라”고 말하니 애들이 “우리도 돈 주고 탔는데요”라고 따지는 걸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한다.
 
김관애(87·여·서울 용산구)씨는 동대문구 경동시장 같은 데서 다른 노인과 같이 서서 택시를 잡으면 그냥 지나간다고 한다. 지나치자마자 젊은 손님을 태워 가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한 명이 나와서 택시를 잡고 나머지는 숨어 있다가 차가 서면 나와서 탄다”고 말한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김모(75)씨는 10월 초 경험을 털어놓으며 분개했다. 손주들 추석빔 옷을 고르고 있는데 저쪽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왔다. 그러자 주인이 “할머니 이거 하실 거예요, 안 할 거예요?”라고 쏘아붙이더니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정종훈·박정렬·백수진 기자 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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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