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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그후, 한류팬덤의 진화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 [사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트위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 [사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트위터]

방탄소년단 그 이후.  

 
방탄소년단은 지난 11월 19일, “국제적 수퍼스타라고 해도 표현이 부족한 그룹”이라는 소개를 받으며 2017년 미국대중음악상(AMA) 수상 무대에서 올라, 최신곡 ‘DNA’를 공연했다. 카메라는 팬챈트(아이돌 그룹의 공연 시 팬들이 사전학습으로 만들어낸 의례적 집단 호응)를 수행하는 열광적인 미국 팬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했고, 간혹 눈물을 글썽이는 얼굴도 스쳐 갔다. 이 프로그램을 본 미국과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진정 새로운 것은, 알록달록 머리를 물들이고 그만큼 컬러풀한 재킷을 입고 세련되고도 열정적인 군무를 하며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노래하는 자그마한 체구의 동양인 보이그룹일까, 눈물을 보일 정도로 열광하고 감격한 상태에서 일사불란하게 호응하는 미국팬들의 모습일까. 이 방송 이후 구글 트랜드에서 BTS(방탄소년단의 영어약자)가 일위를 차지했듯, 이 프로그램을 통해 BTS는 팬들만의 하위문화에서 세계 대중문화 속으로 한걸음 성큼 들어섰다.  
 
싸이의 성공이 인터넷 문화의 어법인 바이럴한 전파시스템의 효과라면, 방탄소년단의 비상은 전형적으로 세계 속에 형성되어 있는 디지털 팬덤문화가 만들어낸 것이다. 모든 문화물을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문화소비자는 더 이상 전통적 매개자들이 큐레이팅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쫓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기꺼이, 그리고 가뿐하게 넘어선다. BTS는 영어로 된 노래를 하지 않고, 미국시장을 겨냥한 어떤 프로덕션과 홍보 차원의 남다른 노력 없이, 팬덤의 힘과 소통의 노력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DNA;를 선보이고 있는 방탄소년단.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트위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DNA;를 선보이고 있는 방탄소년단.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트위터]

BTS의 세계 팬덤 현상에서 진정 놀라운 것은, 그들이 한국 내 팬덤의 적극적, 개입적, 수행적인 문화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BTS 현상에서 진정 한국적인 부분을 찾자면 바로 이 부분이다. 한국 아이돌의 크고 작은 세계 팬들 또한 방탄의 세계 팬들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설명이 방탄소년단의 오늘이 있기까지 노력을 폄하하는 것으로 읽혀서는 안 될 것이다. 방탄의 스토리가 더욱 감동적인 것은 골리앗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다비드의 성공, 다시 말해서 대기업형 메이저 기획사와 방송의 지원을 받지 않은 중소기업의 성공담이어서이다. 또한 방탄은 경쟁그룹 엑소와 구분되는 지역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감추지 않는다. 멤버 모두가 지방 출신이고, 일산 출신 RM(랩몬스터)은 미국드라마를 보며 배운 영어를 미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능숙하게 구사한다. 그는 제3자의 도움 없이 방탄의 각 멤버들이 직접 세계와 소통하도록 통역을 돕고, 이젠 각 성원이 쉬운 영어로 직접 소통하려는 자신감과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케이팝 무대의 밑에서 위로 비상했기에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이 경험한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노래에 담는다. 무엇보다도 다년간의 엄청난 연습으로 이루어낸 퍼포먼스는 장인적이고 세련된 마무리를 보여준다. 본래 작곡가이고 래퍼이며 춤을 못 춘다고 토로하는 멤버가 섞인 팀이 오직 땀과 노력으로 이룬 결과이다. 이런 힘든 과거를 지녔으나, 이들은 구김살이 없고 무대를 채우는 비주얼만큼 긍정적 에너지로 가득하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마련한 무한경쟁이라는 상황을 공유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당장 오늘이 아니더라도(‘Not Today’), 노력하면 결국 무언가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방탄은 결국 진정성과 실력으로 세계와 통했다.
 
트위터에 가장 많이 언급된 남성그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방탄소년단. [사진 월드 기네스북 레코드]

트위터에 가장 많이 언급된 남성그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방탄소년단. [사진 월드 기네스북 레코드]

방탄의 AMA 공연이 있기 며칠 전, 나는 파리에서 학부와 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 한류 팬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와 배우를 적어보라는 질문에 놀랍게도 더 이상 수퍼스타와 수퍼그룹의 이름이 아니라, 홍대앞 인디밴드나 처음 듣는 힙합 아티스트의 이름, 최근에 본 한국영화나 드라마의 연기파 배우들의 이름을 주로 들고 있었다. 이것은 파리의 젊은 한류팬들이 방탄이나 빅뱅, 엑소를 듣지 않아서, 또는 동아시아의 수퍼스타 배우들을 모른다거나 그들의 영화와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는 정보가 아니라, 이미 한류팬 집단의 내부에서 취향에 따른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한류는 이제 큰 이름을 생산하지 않아도 지속될 만큼 성장했고, 이미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작은 그룹들이 유럽투어를 통해 자신의 해외 팬들을 개척해나가고 있을 정도로 전반적 대중문화가 매력적인 것으로 수용되고 있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 속에서 이처럼 ‘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의도적 생산자나 정부지원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 노력과 극복으로 쌓여진 한국사회의 메시지이고 그 절실함이 투사된 대중문화의 힘이다. 서구의 엘리트 기자단이 들어서 좋아할 이론인 한류가 정부지원에 의지한 수출형 문화산업의 결과이고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효과 라는 설명들이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하기를 바란다. 세계 모든 정부가 문화산업을 위해 투자하고 해외진출을 지원하지만, 세계적인 성공은 그것의 효과가 아니다. 정부는 물길이 트이도록 도울 수는 있지만 흐르는 물길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가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다면, 수없이 언급되었듯이 대중문화 속에서 꿈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의 노동과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를 정책적으로 마련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콘서트장 하나는 마련하자. 언제까지 케이팝을 듣기보다 보는 음악이라는 편견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체조경기장이나 연극극장,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공연하게 만들 것인가.  
홍석경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교수

홍석경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교수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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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