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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 브레이크 풀어 암세포 깔아뭉개버린다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카터 前 대통령 살린 면역관문억제제
면역핵심T세포. 표면의 많은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가 암세포 공격력을 조절한다.

면역핵심T세포. 표면의 많은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가 암세포 공격력을 조절한다.

국내 사망 원인 1위 암. 암으로 28%가 죽는다. 내 식구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암을 만난다. 수술만으로 완치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암환자 60%는 항암치료를 받는다. 이상적인 항암제는 어떤 것일까.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것? 아니다. 면역력을 높이는 거다. 그래야 스스로 없앤다. 핵심은 면역세포다. 암환자의 약해진 면역세포를 주사 한 방으로 높이는 획기적인 차세대 항암제가 나왔다. 면역관문억제제다. 이제 보험이 적용된다. 이 주사는 어떻게 면역을 높일까. 암은 무릎을 꿇을까.
 
최종 킬러 T세포 강약조절이 중요
면역관문억제제라는 낯선 주사를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다. 91세 지미 카터는 흑색종 말기였다. 이 암은 강한 자외선에 피부반점형태로 생기며 전이되면 77% 사망한다. 간·뇌에 전이된 카터는 몇 달을 견디지 못한다 했다. 이때 막 시판되기 시작한 면역관문억제제 주사를 맞았다. 말기 흑색종이 줄어들었다. 몇 달을 훌쩍 넘겨 3년 동안 카터를 살리고 있는 주사제 이름은 ‘키투르다(머크제약)’다. 면역관문억제제다. 이놈이 달라붙은 곳은 비실비실한 면역세포(T세포)다. 달라붙으면 면역세포가 강해진다. 암을 부순다.
 
면역관문은 면역세포 표면의 브레이크 페달이다. 면역은 몸속에서 강약 밸런스를 브레이크로 잘 유지해야 한다. 너무 약하면 외부바이러스·암세포를 못 죽인다. 너무 강하면 정상세포도 죽인다. 과잉방어다.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어떻게 구분할까. 두 가지다. 암세포만의 독특한 물질(네오항원)이 있거나, 정상세포 표면에도 있는 정상물질을 ‘너무 많이’ 가진 경우다. 전자는 쉽게 확인, 킬링한다. 문제는 후자다.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여섯 아이 엄마다. 그녀는 유방암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미리 모두 잘라 냈다. 검사 결과 세포 표면 수용체(HER-2)가 정상인보다 수십 배 많았기 때문이다. HER-2는 성장호르몬 신호를 받는다. 졸리의 세포는 수용체가 더 많이 있으니 성장신호를 더 많이 받아서 더 많이 자란다. 암세포가 된다. 이 경우 면역세포는 HER-2를 확인한다. 많으면 암으로 간주, 죽인다. 적으면 놔두어야 한다. 면역세포, 특히 최종킬러인 T세포 강약조절이 중요한 이유다. 조절은 세포표면 브레이크 페달이 한다. 바로 면역관문이다. 이 페달을 면역조절세포가 누르면 면역T세포가 착해진다. 암세포를 덜 공격한다. 암환자는 이러면 곤란하다.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브레이크 페달이 눌려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전략은 외부에서 만든 단백질항체(면역관문억제제)로 그 브레이크 페달을 미리 봉해 버리는 것이다. 항체는 특정부위에 달라붙는 면역물질이다. 바이오신약의 대표주자다. 국내 회사(셀트리온, 삼성 바이오로직스)도 배양탱크에서 동물(쥐)세포를 키워 만든다. 최초 면역관문억제제(Yerboy, BMS 제약)는 ‘CTLA-4’라는 관문 브레이크 페달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한 개 관문을 막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협공이 필요하다.
 
카터는 치료가 잘 된 경우다. 하지만 이 면역관문억제제(키투르다) 하나만으로는 20%만 치료된다. 왜 100% 안 될까. 암세포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면역관문을 원천봉쇄하는 치료제를 맞은 면역T세포들이 반짝했다가 다시 비실비실해졌다. 원인은 놀랍게도 암세포였다. 즉 흑색종 암세포가 면역T세포의 또 다른 브레이크 페달을 찾아서 누르기 시작했다. ‘PD-1’ 브레이크다. 문제는 85% 흑색종 암세포가 면역세포 브레이크(PD-1)를 누르는 물질(PD-L1)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소름이 돋는다. 암세포는 이 무기(PD-L1)로 두 가지 이득을 본다. 첫째, 브레이크(PD-1)를 밟아서 면역세포를 순하게 만든다. 둘째, 면역순찰팀을 속인다. 즉 면역조절세포만 가지고 있는 브레이크 조절물질(PD-L1)을 암세포도 가지고 있으니 순찰대가 속아서 공격하지 않는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셈이다. 이에 놀란 과학자들은 두 번째 면역관문 브레이크 봉쇄 주사제를 만들었다. PD-1, PD-L1에 달라붙어 막아 버리는 항체(옵디보, 키투르다)다. 두 번째 무기도 만들었다. 이제 협공이다.
 
T세포가 암세포항원에 달라붙는다. 이때 면역조절세포나 암세포(PD-L1)가 브레이크(PD-1)를 막아 T세포를 약하게 만든다.(왼쪽) 관문억제제(적, 황)가 PD-L1과 PD-1에 달라붙어 T세포가 약해지지 않게 만들어 암세포를 공격, 파괴한다.(오른쪽) [사진 미 암연구소]

T세포가 암세포항원에 달라붙는다. 이때 면역조절세포나 암세포(PD-L1)가 브레이크(PD-1)를 막아 T세포를 약하게 만든다.(왼쪽) 관문억제제(적, 황)가 PD-L1과 PD-1에 달라붙어 T세포가 약해지지 않게 만들어 암세포를 공격, 파괴한다.(오른쪽) [사진 미 암연구소]

2017년 ‘네이처 메디슨’에는 흑색종 937명 대상 동시주사 치료효과가 실렸다. 한 개만 사용했을 경우(25%)보다 동시투여가 2배(57.7%) 좋았다. 게다가 새로운 형태 면역세포들이 나타나서 암을 공격했다. 좌우 스트레이트 펀치가 확실히 먹힌 셈이다.
 
이 결과에 고무된 연구자들은 새로운 브레이크를 더 찾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브레이크 페달은 모두 11개다. 곁달아 보물도 건졌다. 누르면 더 강해지는 액셀러레이터도 6개 발견했다. 페달이 많을수록 치료효과는 높아진다. 최고 방법은 브레이크는 풀고 액셀러레이터는 밟기다. 이 방법이 T세포를 최대로 강하게 만든다. 더불어 다양한 암킬러들도 찾았다. 면역대표 T세포 이외에 NK(자연살해세포), 식균세포, 항원제시세포들의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가 추가됐다.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상승주사다. 소위 ‘면역치료(Immune Therapy)’의 하나다. 환자 면역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최첨단 기술이다. 하지만 면역치료는 이미 고대 이집트에도 있었다.
 
기원전 2600년 이집트 파라오 임호텝은 의사였다. 그의 종양치료방법은 기이했다. 종양근처에 상처를 내고 그곳을 더러운 수건으로 문질렀다. 고름이 생겼다. 염증이다. 염증은 침입 세균들을 면역세포가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때 몰려온 면역세포 때문에 종양이 줄어든다. 종양은 면역을 강하게 만들면 자연 치료된다. 에드워드 제너는 안전한 소 천연두(우두)를 일부러 몸에 주사해서 천연두 면역을 미리 강하게 준비시켰다. 현대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죽일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1세대 항암제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빨리 자란다는 특성에 착안했다. 몸에서 빨리 자라는 놈들을 무차별 폭격했다. 늘 자라는 모발, 피부세포도 죽어 나갔다. 2세대 항암제(표적치료제)는 특정표적에 달라붙어 암세포만을 죽였다. 하지만 암세포도 돌연변이를 만들어서 쉽게 내성이 생겼다.
 
제3세대 면역항암제. 외부에서 키워지거나 주사로 강해진 면역T세포(적색)가 구강암세포(회색)에 달라붙어 파괴한다.

제3세대 면역항암제. 외부에서 키워지거나 주사로 강해진 면역T세포(적색)가 구강암세포(회색)에 달라붙어 파괴한다.

과학자들은 눈을 돌렸다. 꿩 잡는 게 매다. 암세포 전문킬러는 면역세포다. 암세포를 주사로 직접 죽이기보다는 면역세포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면역관문억제제다. 둘째, 면역세포를 꺼내 실험실에서 강하게 만들어 다시 주사하는 면역세포치료제다. 이 두 종류가 면역치료 핵심인 제3세대 항암제다. 미 FDA(식품의약국)가 ‘혁신적 치료제’로 지정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이제 환자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면역세포 주사방법은 이제 승인단계다. 면역주사 장단점은 무엇일까.
 
IS(이슬람 국가)는 이슬람 자체에서 발생한 테러리스트다. 이들을 없애는 최선책은 무얼까. 미국 항공모함에서 IS 본거지를 미사일로 폭격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숨어 버리기 십상이고 미사일에 살아남는 법을 체득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IS테러리스트를 잘 아는 그곳 민병대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면역치료제는 민병대(면역세포)를 강하게 만든다. 현명하다. 효과적이다. 물론 인위적으로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멀쩡한 부분(피부, 대장, 간, 내분비선)에 총질을 해서 염증이 생기는 부작용(자가면역질환)도 발생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급선무다. 면역관문치료제는 강력한 녹아웃 펀치다. 하지만 암세포 맷집은 상상 외로 단단하다.
 
암세포는 자기 명찰 지워 진화
2017년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은 면역관문억제제 주사치료에 암이 자기 명찰(네오항원)을 지워 진화했다고 밝혔다.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생기듯 장군 멍군이다. 암 진화는 면역치료제가 넘어야 할 장벽이다. 장벽이 높을수록 기술이 경쟁력이고 황금알이다. BMS 제약 옵디보(PD-1 억제제)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7000억원이다. 바이오의료시장이 미래먹거리다. 과학은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
 
“나는 암이 정복되는 것을 보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 DNA 구조를 밝혀내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이 한 말이다. 그가 최근 유명의학지 ‘랜셋’에 새로운 암치료이론을 내놨다. 운동 중 생기는 활성산소가 해로운 게 아니라 질병을 치료한다는 이론이다. 암 근본치료는 결국 자연 면역이란 의미다. 그는 85세 노인이다. 나이를 거스르는 끊임없는 도전, 인류가 암세포를 이길 수 있는 희망이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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