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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민자사업은 정말 '죄악'일까요?

국내 민자유치 1호 사업인 인천공항 고속도로 구간 중 영종대교, [중앙포토]

국내 민자유치 1호 사업인 인천공항 고속도로 구간 중 영종대교, [중앙포토]

  “아니 통행료가 그렇게 비싸면 불만이 많이 나오지 않겠어요? ”
 
  2000년 8, 9월쯤이었습니다. 당시 건설교통부 고위 간부로부터 인천공항고속도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국내 민자유치 1호 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총연장 40㎞가량으로 요금은 편도기준으로 자가용이 6000원가량이었는데요. 당시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무척 비싼 요금이었다. 
 
 그때 그 간부의 답변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사실 나도 예산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재정사업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 
 
 개인적으로 민자사업을 처음 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17년이 흘렀지만, 민자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현 정부는 민자사업에 더 부정적인데요. 지난 7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던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한국도로공사가 건설을 맡는 재정사업으로 돌린 게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왜 이렇게 민자사업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 됐을까요? 그렇다면 민자사업은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죄악'일까요? 민감한 주제이지만 한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밑 빠진 독' 민자사업 논란
  
 1호 민자유치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2000년 말 개통 때부터 비싼 요금 때문에 불만이 많았는데요. 그 뒤 더 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제도인데요. 정부 등 사업발주자가 민자사업자와 맺은 협약에 따라 운영수입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사업발주자가 메워주는 개념입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발주자는 정부이니 당연히 세금으로 메워줘야 했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고속도로에 MRG 명목으로 투입된 돈이 모두 1조 3600억원에 달합니다. 
 
 사실 MRG는 우리보다 앞서 민자사업을 활발히 벌여온 외국에는 없는 제도입니다. 당초 재정사업으로 추진되던 인천공항고속도로를 1995년 민자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민간건설업체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유인책입니다. 
 
 민자사업의 개념만 존재했지 사실상 대규모 SOC 사업에는 적용한 적이 없다 보니 민간자본이 참여를 꺼렸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손해를 많이는 안 보게 해주겠다고 정부가 보장해준 '당근'이자 '고육지책'인 셈이죠. 
공항철도의 과다 수요 예측 문제를 단독 보도한 중앙일보 2006년 8월 26일자 기사.

공항철도의 과다 수요 예측 문제를 단독 보도한 중앙일보 2006년 8월 26일자 기사.

 
 인천공항고속도로의 MRG도 논란이었는데 더 큰 폭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2호 민자유치사업이자 철도로는 최초의 민자사업인 인천국제공항철도 얘기인데요. 이 철도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지 6년 뒤인 2007년 3월에 인천공항~김포공항 사이 1단계 구간이 개통됐습니다. 
 
 그런데 애초 정부와의 협약에서 수요를 너무 많이 잡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개통 초기 예상수요의 5~6%밖에 안 되는 등 수요를 둘러싼 논란이 거셌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한 MRG 액수가 1조 4200억원이나 됩니다.  
 
 천안~논산·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다른 민자사업 역시 수요부족으로 적지 않은 돈이 MRG 명목으로 지급됐습니다. 또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우는 외국자본이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죠. 
 
 MRG는 결국 논란 끝에 2009년 완전히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앞서 MRG 계약을 맺은 사업들은 계속 적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민자사업은 비싼 요금과 적은 수요, 그에 따른 국고 부담이 맞물리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익형, 임대형 민자사업?
  
 잠시 민자사업 자체에 대해 언급하겠습니다. 민자사업은 사실 외국에서 먼저, 그리고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IMF 위기 이후 민자사업이 본격화됐는데요. 
 
 많이 들어보신 민자사업 방식이 BTO(Build-Transfer-Operation·수익형 민자사업) 과 BTL((Build-Transfer-Lease·임대형 민자사업)일 겁니다. BTO는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받아서 투자비 회수가 가능한 시설, 예를 들어 고속도로나 철도 등에 많이 적용됩니다. 민자사업자가 시설을 만든 뒤 소유권은 정부에 넘기고, 자신은 정해진 기간(통상 30년) 동안 시설을 운영하면서 이용객으로부터 요금을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BTL은 학교나 기숙사처럼 사용자에게서 이용료를 받아서는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시설에 적용되는데요. 민자사업자가 시설을 만들어서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는 것까지는 BTO와 같지만, 민자사업자는 자신이 운영하면서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합니다. 
 
 민간사업자로서는 리스크가 적은 이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익률은 BTO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BTL은 정부 재정부담이 크기 때문에 매년 일정 한도로 사업이 제한됩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적용된 사례가 드뭅니다.     
 
 
줄어드는 SOC 예산…. 그럼 탈출구는?   
 
 여러 논란이 있는데도 정부는 왜 민자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요? 바로 예산 부족 때문입니다. 정부 예산은 한정돼있는데 돈을 달라는 곳은 많습니다. 특히 요즘은 복지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수요를 다 충족하려면 세금을 훨씬 더 많이 걷어야겠지만 그것 역시 국민 반발이 작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철도와 도로 등 SOC가 많이 확충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역의 요구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SOC 예산은 늘어나기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도 SOC 예산은 23%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OC를 확충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부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빨리 확보만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국내 사정상 민자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700개 넘는 민자사업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현재 수도권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급행열차인 GTX 역시 기본적으로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문제는 그동안 제기됐던 민자사업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무엇보다 재정 사업과의 요금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용객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민자사업자에 대한 특혜 시비는 없도록 해야겠죠. 
 
 그리도 또 한가지는 해당 사업의 영향권에 있는 주민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반영하는 겁니다. 사실 지금까지 민자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통 이후 비싼 요금 때문에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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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는 해당 사업에 대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재정사업과 민자사업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주민들의 선택을 요청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경우 완공 이후 논란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차제에 '수익자 부담원칙' 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실제 이용객이 그에 맞는 요금을 부담하자는 겁니다. 그래야 해당 시설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세금을 대량 투입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민자사업의 단점을 줄여갈 수 있다면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주민생활을 한층 편리하게 해줄 SOC 확충도 차질 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봅니다.         

 
 강갑생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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