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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한 외상센터, 어이없는 예산 삭감

이국종 센터장이 1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이곳 외상센터에는 중증 외상 환자가 밀려들지만 병실도, 인력도 모자란 상황이다. [연합뉴스]

이국종 센터장이 1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이곳 외상센터에는 중증 외상 환자가 밀려들지만 병실도, 인력도 모자란 상황이다.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4일 오전 8시40분 중환자실 40베드가 꽉 찼다.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조정센터와 경기소방재난본부에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경기도 광주의 교통사고 환자가 이송돼 왔다.
 
아주대 센터는 지난해 6월 정식 문을 연 뒤 밀려드는 중증 외상 환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병실이 꽉 차서 환자를 못 받는 일이 수시로 생긴다. 김지영 외상프로그램 매니저(간호사)는 “병실을 더 늘려 달라고 요청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최근 외상외과 전문의 2명이 그만뒀다. 조현민 센터장은 “3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체력이 뚝 떨어진다”며 “힘들어서 그만두면 남은 사람에게 과부하가 걸려 또 그만둔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사명감으로 시작해도 충분한 보상이 없으면 포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늦은 시간 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장으로 나선 이국종 센터장.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늦은 시간 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장으로 나선 이국종 센터장.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내년 예산이 되레 9%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중증외상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400억4000만원으로 올해(439억6000만원)보다 39억2000만원(8.9% 감소)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예산이 7.8% 준 데 이어 2년째 감소다. 진영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2016년 외상센터 예산 중에서 다 쓰지 못한 불용(不用) 예산이 있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불용예산 101억원 중 56억원이 외상센터가 의사를 채용하지 못해 남은 것이다. 외상센터에는 처음에 설치할 때 80억원을, 매년 운영비로 7억~27억원(대부분이 의사 인건비)을 지원한다. 전담 전문의 1명당 최고 1억2000만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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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담의사를 지원하는 게 아니다. 5명 의사를 국비로 지원하면 병원이 1명을 자비로 충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전담의사 18명을 두고 있지만 12명만 국비 지원을 받는다.
 
외상센터 의사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흘마다 12시간 야간 당직을 선다. 다음날 아침에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정상 진료를 한다. 이런 패턴을 반복한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아주대병원 김지영 매니저는 “13일 북한 병사 귀순 이후 집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간이침대에서 잔다”고 말했다. 이 센터 중환자실 간호사는 “두세 명의 환자를 한꺼번에 보는데 양쪽에서 비상신호가 오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아주대병원 간호사 이직률은 35%에 달한다.
이국종 센터장이 22일 아주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JSA 귀순 북한병사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국종 센터장이 22일 아주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JSA 귀순 북한병사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수가 체계도 엉망이다. 이국종 센터장은 “외상환자는 어디 다쳤는지 몰라 무조건 배를 연다. 출혈과 망가진 부위를 찾아 닦고 꿰맨다. 미세혈관·장간막(장 사이의 막) 등도 손대야 한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한 군데의 치료 부위만 100%의 수가를, 다른 한 군데는 70%만 인정한다. 나머지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외상센터를 기피한다. 서울·경남에 외상센터가 없는 이유다. 아주대병원 센터에는 경기뿐만 아니라 충청·서울 등지에서 환자가 몰린다.
 
조현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외상센터의 대책을 들었다.  
인력난이 심한가.
경험·지식을 가진 전문인력 확보가 힘들다. 외상외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가 부족하다. 우리 병원(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은 6명이 부족하다. 중증외상센터 17곳이 모두 문을 열면 외상전문의가 391명 필요하다. 2010~2016년 228명밖에 배출되지 않았다. 절반은 힘들어서 그만둔다.
적자인가.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지난해 20억원 적자가 났고 정부 지원으로 메웠다. 정부는 의사 외에 지원인력(응급구조사·간호사 등)에는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신규 간호사 절반이 1년 이내에 그만둔다. 수술 가격(수가)도 일반 환자의 5~10배가 돼야 한다.
외상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일주일 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홈페이지 캡처]

외상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일주일 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홈페이지 캡처]

한편 외상센터 지원을 늘리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일주일 만에 20만명을 넘었다. 이낙연 총리는 24일 "외상센터의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라"고 복지부에 지시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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