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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구속 사유 아니다"…법원 설득해 석방된 김관진 측 주장은

이명박 정부 때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 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풀려났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11일 만이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 지난 20일 법원에 구속이 필요한지 판단해달라며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신광렬 형사수석부장)는 김 전 장관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도주나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오후 10시 46분쯤 구치소를 나선 김 전 장관은 “수사가 계속되니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22일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22일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구속적부심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된 피의자가 청구할 경우 법원이 구속의 적정성 등을 다시 심사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214조2)에 따르면 청구가 접수되는 즉시 법원은 심문 기일과 장소를 정해 통지해야 하고, 심문은 접수 48시간 이내에, 결정은 심문 종료 24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체포·구속 적부심사 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1948년 3월이다. 1679년 영국에서 만든 ‘인신보호법’에서 유래한 인신보호 영장제도가 미 군정 법령에 도입됐고, 이를 제헌 헌법이 이어받아 형사소송법의 일부로 정착시켰다. 
 
그 명칭처럼 수사기관의 부당한 구속으로부터 피의자를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때문에 석방 또는 기각 결정이 내려진 경우 항고(결정이나 명령에 상소하는 것)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다.
 
그러나 구속적부심사에서 중요 사건 피의자가 풀려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법원이 구속을 결정한 피의자에 관해 판단을 뒤집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체포·구속적부심사 인용률은 15.1%, 2015년엔 16.4%, 2014년엔 20.5%이었다. 2010년(30.4%)과 비교해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구속의 위법성보다는 주로 합의 등 구속 뒤에 바뀐 사정 등이 큰 영향을 준다.
 
 
김관진 전 장관 측, “구속 자체가 부당”
 
그러나 21일 열린 심사에서 김 전 장관 측은 심사에서 애초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형사소송법(70조)은 ‘①범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도주나 ③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로 구속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구속사유와 관련된 이 세 가지 모두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먼저 김 전 장관에게 적용된 구 군형법 94조(2014년 1월 개정되기 전)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구 군형법은 ‘군인과 군무원은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연설·문서 또는 그밖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거나 정치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반면 현행 군형법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에 대해 지지·반대하는 경우 등 몇 가지 유형을 특정한 뒤 이 부분만 금지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현행 법에 적시된 각 행위만을 제한하더라도 헌법 37조가 규정한 국가안전보장 및 질서 유지 등을 위한 기본권이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군인·군무원의 모든 정치적 의견 공표의 자유 등을 제한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요 혐의인 군형법상의 정치관여죄를 국가공무원이었던 김 전 장관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점,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댓글이 모두 정치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사이버 심리전 수행과 관련된 보고를 받고 ‘V’자로 결재만 했을 뿐 정치 관여 댓글 작성 등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직을 지낸 대한민국 안보 최고책임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피의자에 대한 모욕”이라며 “관련 수사가 2013년에 시작돼 증거도 모두 확보됐고 연제욱·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관 등이 이를 바탕으로 유죄 판결까지 받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연제욱(왼쪽)·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중앙포토]

연제욱(왼쪽)·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중앙포토]

 
석방 결정이 나오자 검찰 측은 “증거관계가 웬만큼 단단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현재 법원 심사 기준에 비춰볼 때 구속 이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데 석방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한 영장전담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인용은 영장실질심사 때와 아예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국민의 관심이 쏠린 대형 사건에서는 특히나 더 이례적인 케이스다”고 말했다.  
 
과거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차남이 술집에서 시비 끝에 폭행을 당하자 경호원 등을 동원해 상대방을 ‘보복 폭행’한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피해자들과 합의해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당시 심사를 맡은 재판부는 “영장 발부가 적법했고 지금도 계속 구속 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2009년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9)씨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안의 성격과 중대성에 비춰볼 때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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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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