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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피 튀어도 수술했는데 … 인권 침해 얘기에 자괴감”

이국종 교수가 22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 중인 귀순 북한 병사의 상태에 대해 ’수술이 매우 잘돼 회복이 기적적으로 빠르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이국종 교수가 22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 중인 귀순 북한 병사의 상태에 대해 ’수술이 매우 잘돼 회복이 기적적으로 빠르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정말 더는 못하겠습니다. 눈도 잘 안 보이고요.”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14~22일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이런 넋두리와 함께 “깊은 자괴감이 든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5일 6시간, 17일 3시간, 21일 10시간 이 센터장과 대면 인터뷰를 했다. 사이사이에 전화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17일에는 북한 병사 인권 논란을 접하고는 “이럴 수가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일주일 인터뷰 내내 ‘분노와 절망’이 가득했다. 이 센터장을 돕는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김지영 외상프로그램 매니저(간호사)는 “13일 귀순병사 1차 수술 이후 거의 잠을 못 자고 있다. 집에 들어간 적도 없다”고 말한다.
 
이 센터장은 2년여 전부터 왼쪽 망막혈관이 파열돼 실명에 가까운 상태다. 14차례 수술대에 누웠지만 회복이 안 된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정치권, 한 공공병원 간부, 군의관, 일부 의사 등 ‘나를 흔드는 세력’에 대해 정면으로 반격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몇 년간 사석에서 이 문제를 얘기했고 이번에 공개한 것이다. 이들은 “기생충 감염, 분변, 내장에 든 옥수수 등의 환자 정보 공개는 의료법 위반이고 인권 침해”라고 이 센터장을 비판한다.
 
이 센터장이 일부 정치권이라고 표현한 사람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다. 김 의원은 22일 “이 교수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고 소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 등을 말씀하셔서 보도되게 했다”며 “이 교수가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공공의료기관의 한 간부도 최근 페이스북에서 “북한군은 인권도 없고 프라이버시도 없나. 누구 동의 받고 환자 정보를 공개하냐”며 이 센터장과 아주대병원을 비난한 바 있다. 일부 군의관은 이 교수의 출신학교(아주대 의대)를 비하하는 듯한 비판을 했다.
 
북한 병사 인권 논란이 있는데.
“수술실·소생실은 피범벅이다. 의료진의 발·다리에 상처가 있으면 간염·결핵 등의 온갖 균이 우리(의료진)한테 올 수 있다. 의료진의 인권은 없느냐. 북한 병사의 분변·피·옥수수가 얼굴에 튀어도 수술한다. 북한 병사 인권만 있냐. 이런 비판이 있으니 간호사들이 그만둔다. 외과 의사를 안 하려고 한다. 피 뒤집어쓰고 이렇게 하는데 깊은 자괴감이 든다.”
 
북한 병사 상황 공개를 혼자 결정했나.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공개한 것이다. 합참과는 거의 매일 통화한다. 북한 병사의 프라이버시도 존중해야 하겠지만 이 못지않게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다고 본다.”
 
환자 동의를 받지 않나.
“학회에서 연구용으로 발표할 때 사용하는 환자 사진은 모두 동의를 받은 것이다(이 교수는 환자 동의서 스크랩 북을 보여줬다). 북한 병사는 동의서를 받을 수도 없었다. 회복하면 받을 예정이다.”
 
의료진의 인권을 좀 더 설명해 달라.
“헬기 탈 때마다 다리 긁히는 경우가 많다. 그 상태로 수술 들어간다. 한 번은 에이즈 환자를 사전 정보 없이 수술한 적도 있다. 헬기 후송 비행을 하다가 간호사가 유산한 적이 있다. 나도 어깨가 망가졌다.”
 
이 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별것도 아닌 환자를 두고 이국종이 쇼한다”는 의료계의 비난에 대해 반박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방의 한 병원장(권역외상센터 운영)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에 돌린 문서를 공개했다. 이 병원장은 문서에서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환자도 아닌 석 선장(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데리고 와 수술하는 멋진 쇼를 잘 해서 예산이 통과됐다”고 적었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중증외상을 입은 석 선장을 이 교수가 살렸다.
 
이 센터장은 “그 병원장이 석 선장의 중증지수가 8점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18점(15점 이상이 중증외상)”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석 선장의 총격 부위에서 고름이 터져나오고, 내장이 파열된 장면 등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센터장은 21일 밤 석 선장과 통화해 사진 공개 동의를 구했다. 이 센터장은 “선장님은 한 달 반가량 고생했는데 그에 비하면 북한 병사는 쉬운 환자다. 그런데도 쇼한다고 하니 사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 센터장이 22일 공개한 국정감사 문서에는 지방 병원장이 패밀리처럼 지낸다는 유력 정치인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의사 사이트에 비난 글이 적지 않다. 한 의사는 이 센터장을 두고 “의사놀이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듯하다”고 비난했다. 어떤 의사는 “코미디”라고 비아냥댄다.
 
이 교수의 건강은 최악이다. 그는 왼쪽 눈을 다쳤을 때 “이럴 바엔 오른쪽 눈도 나빠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외상센터를 그만두려 했다”고 말한다. 혈압이 240/180mmHg까지 오른 적이 있다. 고혈압과 극도의 스트레스가 눈을 망가뜨렸다.
 
혈압약을 세 개 먹는데도 잘 조절되지 않는다. 왼쪽 눈이 나빠졌을 때 석 달간 젓가락질을 잘 못했다. 수술도 힘들었다. 겨우 양쪽 눈의 초점을 맞춰 수술한다. 종전보다 속도를 좀 줄였다고 한다. 2012년 헬기에서 환자를 데리고 내리다 왼쪽 무릎을 다쳤다.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약을 먹고 있다. 최근에도 몇 번 쓰러졌다고 한다.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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