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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버스 60대 달리는 독일, 공장 연료로 활용은 아직 멀어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⑤ 수소 혁명
독일 쾰른에 있는 에어리퀴드의 수소 생산 공장. 이곳에선 메탄가스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섞은 뒤 섭씨 910도에서 가열해 수소를 만든다. [사진 에어리퀴드]

독일 쾰른에 있는 에어리퀴드의 수소 생산 공장. 이곳에선 메탄가스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섞은 뒤 섭씨 910도에서 가열해 수소를 만든다. [사진 에어리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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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독일 북서부 쾰른 화학단지 내 프랑스 수소에너지업체 에어리퀴드의 SMR 플랜트. 수소를 생산하는 이 공장엔 지름이 성인 키만 한 가스관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공정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소를 얻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메탄가스(CH₄)에 수증기(H₂O)와 이산화탄소(CO₂)를 주입해 910도에서 가열하고 니켈 등 촉매에 가열된 가스를 통과시키면 일산화탄소(CO)와 수소(H)가 생산된다.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일산화탄소는 인근 플라스틱 생산 공장에 팔고 수소만 따로 모은다.
 
에어리퀴드 독일법인의 페드로 오테로 경영책임자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도 배출되지만, 이를 다시 모아 일산화탄소를 만드는 공정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천연가스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 수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선 도심에서도 수소충전소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독일 중서부 오펜바흐에 있는 현대자동차 독일법인 앞마당에는 700바(Bar=평상시 공기 압력의 700배) 압력의 고압가스 시설인 수소충전소가 있다. 하루 10대 정도의 수소차가 이곳을 방문해 수소를 채우고 간다. 도심 속에 고압가스 시설이 있으면 지역 주민이 반대하진 않았을까. 프랑크 마이어 현대차 독일법인 친환경자동차개발팀장은 “독일 사람들은 수소충전소를 일반 주유소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이 건물 바로 근처에 충전소를 두다 보니 안전에 대한 믿음도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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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소 에너지 활용은 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듯 보였다. 수소 생산부터 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넛지 효과’(유연하게 개입해 선택을 유도하는 전략)로 민간이 주도하는 수소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프랑크푸르트·쾰른·슈투트가르트·마인츠·비스바덴 등지에선 이미 60여 대의 수소버스가 상용화했고, 뮌헨에는 수소차 공유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2년 전부터는 가정용 난방에 쓰고 남은 지열 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고 이를 다시 난방용으로 쓸 수 있는 ‘수소 히터’도 나와 지금까지 1200대가 판매됐다.
 
독일에선 안전성 기준만 충족하면 도심에서도 수소충전소를 세울 수 있다. [김도년 기자]

독일에선 안전성 기준만 충족하면 도심에서도 수소충전소를 세울 수 있다. [김도년 기자]

독일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5% 줄여야 하는 신(新)기후체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 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정책은 교통부·경제부·환경부 등이 모인 국립 수소연료전지기구(NOW)가 맡고 있다. 수소 사회를 구현하려면 환경 정책과 교통·산업 정책이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운 것이다. 이들은 현재 40여 개인 수소충전소를 2023년까지 총 400개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내년까지 2억5000만 유로(약 3250억원)의 국비를 수소 에너지 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물론 독일도 처음부터 수소 인프라를 늘리자는 결정을 쉽게 내린 건 아니었다.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의심도 컸다. 수소가 사용되는 자동차나 가정용·산업용 발전 장비도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은 수소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수소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부품 수도 적어 자동차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좁혀지지 않는 논란을 끝낸 것은 독일 특유의 ‘숙의 민주주의’가 작동한 덕분이다.
 
틸만 빌헬름 수소연료전지기구 부장은 “수소 생산·충전 설비를 설치할 땐 항상 주민의 의향을 조사한 뒤 결정하는데, 지금까지 반대 의견이 있었던 적은 없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대의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고, 기업도 탄소를 줄이지 않았을 때의 규제 비용 폭등 가능성을 우려해 수소 인프라를 늘리자는 방향성을 명확히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민적 공감대 속에 수소 인프라 구축을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니 현대차, 일본 도요타, 프랑스 에어리퀴드 등 해외 기업들도 독일을 수소 사회 이행을 준비하는 시험 무대로 삼고 있다.
 
에어리퀴드의 피에르 에티앙 부사장은 “수소 인프라 구축에 나선 민간 기업은 정부 지원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가 곳곳에서 활용될 미래를 구상하며 독일 전역에 수소파이프망구축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었다. 린데그룹의 마커스 바흐마이어 수소솔루션글로벌부문장은 “현재는 고압가스나 액체 상태로 만든 수소를 트레일러로 운송하고 있지만 앞으로 사용량이 늘어나면 가스 배관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물론 독일도 수소가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가정용 전기로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사례도 아직 나오진 않았다. 독일 제조업 공장을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꾸는 ‘인더스트리 4.0’에도 공장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수소 에너지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미래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사회 전반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린데그룹의 플로리안 크납 중서부 지역 담당자는 “풍력 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작업은 아직 에너지 손실도 커 수익성을 기대할 만큼 효율적이진 않다”며 “다만 풍력·태양광·지열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의 효과적인 저장 수단이 수소라는 데에 공감하고 있어 독일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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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바흐·쾰른=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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