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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귀순병, 고위지휘관 운전병···고급 군사비밀 알수도"

판문점 귀순 북한군, 식량도 싣고와…지휘관 운전병이라 탈북 가능
 
북한군 병사(상급병사)가 지프 차량을 정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한 차량으로 연대장급에 배차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군 병사(상급병사)가 지프 차량을 정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한 차량으로 연대장급에 배차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 13일 판문점에서 탈북한 북한군이 운전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북한군 대좌(대령) 출신 탈북자 A씨는 “판문점 구역에서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이 차량을 통제한다”며 “대낮에 운전병이나 정비병이 아니라면 초소를 통과하기 어렵고 장교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오후 3시 5분에 판문각 앞 도로에서 지프 차량이 돌진했다”며 탈북 당시를 설명했다. 군 정보 관계자는 “운전병이라면 고급 군사비밀을 알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고위급 지휘관에만 지프가 배차된다. 지난 2015년 6월에도 보위군관(대좌) 운전병이 휴전선을 넘어 탈북했었다. 당시는 휴전선 근처에 차를 두고 걸어서 넘어왔다.
 
합참 관계자 15일 “귀순한 북한군이 하전사 복장으로 발견돼 한국군 부사관 정도로 추정된다”며 “합동신문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에도 북한군이 탈북해도 병사(전사~상급병사) 또는 하전사(하사~특무상사) 수준으로만 대략적으로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계급은 공개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북한군이 가지고 있던 수첩에 쓰인 내용과 지프에 식량도 다소 싣고 있어 운전병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어디서 출발했는지 좀 더 조사해봐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계급이나 소지품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판문점에는 CCTV가 설치돼 탈북 과정도 일부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16일 CCTV 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판문점에서 북한 경비병이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군 병비병은 탈북을 우려해 항상 2명 이상 같이 움직인다. [사진 연합뉴스]

판문점에서 북한 경비병이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군 병비병은 탈북을 우려해 항상 2명 이상 같이 움직인다. [사진 연합뉴스]

 
이와 관련, 북한군의 계급도 우리와 달라 관심이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하사, 중사, 상사, 특무상사 계급을 한국군 부사관(하사, 중사, 상사)과 같은 급으로 분류한다. 한국군의 원사 계급도 있는데 북한군 초기복무사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북한군에서 전문성이 필요한 특수분야(레이더, 통신기기 등)에 복무하던 병사가 제대하지 않고 장기복무할 때 부여된다. 하지만 별도의 계급장은 없다. 한국군 병사(이병, 일병, 상병, 병장)에 해당하는 북한군 계급(전사, 초급병사, 중급병사, 상급병사)도 있다.  
 
한국군과 북한군은 병사 개념에도 차이점이 있다. 북한군 대좌 출신 A씨는 “북한에서 장교 이하 계급은 모두 병사로 불리는데 전사부터 중사까지는 하급병사, 상사부터 특무상사까지는 상급병사”라며 “군사칭호가 아니라 직무를 기준으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계급을 ‘군사칭호’라고 부른다.  
 

지난 2010년 제38차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북한정책과장 문상균 대령(왼쪽, 현 국방부 대변인)과 북한 이선권 대좌(오른쪽, 현 조평통 위원장) 등 남북 대표들이 회담 시작 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 2010년 제38차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북한정책과장 문상균 대령(왼쪽, 현 국방부 대변인)과 북한 이선권 대좌(오른쪽, 현 조평통 위원장) 등 남북 대표들이 회담 시작 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에서 군관으로 불리는 장교는 한국군과 달리 4단계로 계급이 구분된다. 한국군은 위관급이 소위, 중위, 대위이지만 북한군 위관급은 소위, 중위, 상위, 대위로 나뉜다. 한국군 영관급(소령, 중령, 대령)은 북한군 좌관급(소좌, 중좌, 상좌, 대좌)에 해당한다. 장성급은 한국군이 준장, 소장, 중장, 대장이고 북한군은 장령급으로 부르는데 소장, 중장, 대장, 차수, 원수 등 5단계다. 공산권에선 준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2010년 인민군 대장 군사칭호를 받았고 2012년에는 차수를 건너 뛰고 공화국 원수에 올랐다.  
 
북한군은 판문점에서는 위장 계급을 달고 나온다. 북한군 대좌 출신 A씨는 “경계를 서는 북한군 병사 또는 하사는 사실 알고 보면 모두가 군관(장교)”이라며 “신체 조건과 집안 배경이 두루 우수한 출신들만 배치한다”고 했다. 그러나 판문점을 지원하는 북한군 경비중대와 운전병 등에는 병사나 하전사도 있다. 이들은 당연히 위장계급장도 달지 않는다. 대북 소식통은 “판문점 지원 병력이 노동당 간부 자녀는 아니지만 4촌 이내 범죄 경력이 없고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야 선발된다”고 말했다.  
 
판문점에 근무하는 북한군 경비병은 사실 장교(군관)만 배치하지만 위장계급장을 달고 병사로 나오기도 한다. 상급병사(왼쪽)계급과 소위(오른쪽) 견장이다. [사진 연합뉴스, 재구성]

판문점에 근무하는 북한군 경비병은 사실 장교(군관)만 배치하지만 위장계급장을 달고 병사로 나오기도 한다. 상급병사(왼쪽)계급과 소위(오른쪽) 견장이다. [사진 연합뉴스, 재구성]

 
군 당국은 13일 탈북한 북한군이 20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군에는 보통 17세에 신체검사를 받아 입대한다. 북한군 전차부대 소좌(소령)로 근무했던 탈북자 B씨는 “의무 복무기간은 10년이지만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한다”고 했다. 남자는 12년, 여성은 7년 동안 복무한 뒤 제대한다. 특수부대는 13년 이상 복무하고 특기에 따라서 복무기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북한은 2003년 최고인민회의에서 군사복무법에 복무기간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정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탈북한 북한 군인 A씨는 “북한군에서 지프를 탈 정도라면 최소한 연대장급 이상 지휘관이다”며 “장군 운전병이 탈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군 운전병은 대부분 병사 계급이지만 북한군에는 하전사가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휘관이 부대를 이동할 때 운전병도 함께 간다”고 했다. 13일에 탈북한 북한군이 하전사 계급장을 달고 있어도 운전병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전방 GP(일반전초)에서 북한군을 감시했던 한국군 장교는 “북한 지프 차종을 보면 계급을 알 수 있다”며 “연대장까지는 중국에서 만든 지프(신비)를 타지만 사단장 이상 또는 중요 보직 간부는 일본(닛산 팔라딘)ㆍ독일(벤츠)차를 탄다”고 말했다. 이어서 “운전병이거나 차량에 접근할 수 있는 군인이라면 그만큼 고급 지휘관과 가깝다”고 말했다. 북한군 군사비밀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단서라도 얻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4월 북한 김일성 전 주석 생일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군이다. 선두에 선 차량은 독일(벤츠) 지프다. [사진 노동신문]

지난4월 북한 김일성 전 주석 생일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군이다. 선두에 선 차량은 독일(벤츠) 지프다. [사진 노동신문]

 
군 당국은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정보는 함구하고 있다. 이번에 귀순한 북한군이 발견 당시 방탄모를 착용했는지 조차 확인해 주지 않았다. 탈북한 북한군이 고급 정보를 알고 있을 수 있어 조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13일 탈북한 북한군은 추격하던 북한 경비병이 쏜 총을 맞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탈북 당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 평화의 집 인근 지역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재 수술을 마친 상태지만 장기 손상이 심해 경과를 보고 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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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