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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산부 배려석 거의 없는 분당선…눈치보는 임산부들

분당선의 임산부 배려석에 20대 남자가 앉아있다. 남자 앞에는 임산부로 보이는 여성이 가방을 들고 서 있다. 임산부 배려석에는 임산부 먼저라고 쓰여있는 스티커 하나만 붙어 있어 일반 좌석과 구분이 쉽지 않다. 함종선 기자

분당선의 임산부 배려석에 20대 남자가 앉아있다. 남자 앞에는 임산부로 보이는 여성이 가방을 들고 서 있다. 임산부 배려석에는 임산부 먼저라고 쓰여있는 스티커 하나만 붙어 있어 일반 좌석과 구분이 쉽지 않다. 함종선 기자

임신 15주차인 김언정(34)씨는 요즘 출퇴근길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지하철 분당선을 타고 경기 미금역에서 서울 선릉역까지 출퇴근한다는 김씨는  “분당선은 임산부 배려석이 너무 적고, 그나마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표시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임산부임을 알리는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달아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기 어렵다”며 “특히 퇴근길에는 항상 속이 좋지 않아 서서 가는 동안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임신 35주차인 박현영(32)씨는 최근 분당선 강남구청역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던 20대 남성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말하고 그 자리에 앉았다. 박씨는 ”그 남자는 자리를 쳐다보며 일어났는데 아마 임산부 배려석임을 알리는 흰색 스티커를 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앉은 듯했다 “고 말했다.  
 
분당선의 또 다른 임산부 배려석에도 20대 남자가 앉아 있다. 함종선 기자

분당선의 또 다른 임산부 배려석에도 20대 남자가 앉아 있다. 함종선 기자

분당선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임산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지하철 1~9호선과 신분당선 등 다른 지하철에 비해 분당선은 열차에 임산부 배려석이 적고 배려석 표시도 희미하기 때문이다.  
 
분당선 외의 지하철은 칸마다 2개씩의 임산부 배려석이 있다. 따라서 6칸 열차의 경우 임산부 배려석이 12개 있다. 하지만 14일 오후 탑승한 분당선 열차는 6칸 열차에 임산부 배려석이 4개뿐이었고 4개 자리 모두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일반 노약자석에 임산부 배지를 단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던 한 여성승객은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눈치를 보며 이 자리에 앉아 있다”며 “얼마 전에는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나에게 ‘젊은 사람이 버릇없다’며 손가락질한 중년 아주머니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산부임을 알리는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달고 다녀도 자리를 양보받기 어렵다. [중앙포토]

임산부임을 알리는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달고 다녀도 자리를 양보받기 어렵다. [중앙포토]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서울시가 2013년 시작했다. 법적 강제성은 없고 말 그대로 ‘배려’하는 자리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서울지하철 1~8호선에 대해 열차 내부 양쪽 끝 교통약자 지정석 외에 열차 한 칸당 두 좌석씩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승객이 자리에 앉으면 벽면에 엠블럼이 가려져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사실을 알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의 임산부 배려석 전체(7140석)를 새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지하철 7호선에 있는 임산부 배려석.바닥부터 벽면까지 모두 핑크색으로 표시돼 임산부 배려석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함종선 기자]

지하철 7호선에 있는 임산부 배려석.바닥부터 벽면까지 모두 핑크색으로 표시돼 임산부 배려석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함종선 기자]

 
처음에는 벽면에 엠블럼 스티커만 부착되어 있었지만 새 디자인은 벽면부터 의자, 바닥까지 전체가 분홍색으로 돼 있다. 엠블럼도 분홍색 바탕에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허리를 짚고 있는 임산부를 형상화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지 않는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도 임산부 배려석 수와 표시는 지하철 1~8호선과 거의 같다. 신분당선 관계자는 “청소 작업이 쉽지 않아 의자 색깔을 핑크색으로 바꾸지 않았을 뿐 바닥시트나 엠블럼 등 나머지는 서울교통공사의 배려석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인 메르토9가 운영하는 지하철 9호선도 지하철 역사에 ‘저는 임산부 배려석입니다’라는 임산부 배려석 안내 플래카드를 크게 걸어놓는 등 임산부 배려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 붙어있는 임산부 배려석 홍보 프래카드. 함종선 기자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 붙어있는 임산부 배려석 홍보 프래카드. 함종선 기자

하지만 코레일이 분당선은 아직 흰색 엠블럼만 벽면에 붙인 경우가 많았다. 분당선 내 임산부 배려석에 이어폰을 끼고 앉아있던 30대 남성은 “다른 남자가 앉아 있다 일어난 자리에 내가 앉았을 뿐”이라며 “임산부 배려석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모든 승객이 내린 분당선 왕십리역에서 찍은 분당선 열차의 임산부 배려석. 벽면에 하얀 스티커가 임산부 배려석임을 알리는 전부다. 이런 자리가 6개 칸에 4개만 있다. 함종선 기자

모든 승객이 내린 분당선 왕십리역에서 찍은 분당선 열차의 임산부 배려석. 벽면에 하얀 스티커가 임산부 배려석임을 알리는 전부다. 이런 자리가 6개 칸에 4개만 있다. 함종선 기자

분당선의 부족한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문제는 임산부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지적되고 있고, 코레일 고객센터에도 개선 요구가 잇따른다. 
모 임산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분당선 임산부 배려석와 관한 댓글 [커뮤니티 캡쳐]

모 임산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분당선 임산부 배려석와 관한 댓글 [커뮤니티 캡쳐]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임산부 배려석이 적고 안내 표시도 약하다는 지적이 고객센터 등에 자주 접수돼 현재 다른 지하철과 동일하게 임산부 배려석 수를 늘리고 새 디자인으로 교체하고 있는 중”이라며 “올 연말까지는 분당선 열차 전체의 임산부 배려석이 다른 지하철과 같은 수준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코레일은 경인선 등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1호선 일부 노선에 대해서도 임산부 배려석 개선작업을 최근 시작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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