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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사저에서 총성 …짐바브웨 37년 독재 무너지나

짐바브웨 수도 인근에서 대기 중인 탱크와 병력. [트위터]

짐바브웨 수도 인근에서 대기 중인 탱크와 병력. [트위터]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이 37년간 장기집권해 온 짐바브웨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41세 연하인 부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하자 군부가 무력 행동에 나선 것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짐바브웨 군부는 국영방송국 ZBC를 장악한 뒤 성명을 발표했다. 
대변인 격인 짐바브웨 방위군 SB모요 장군은 “우리는 국가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적·경제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대한 빨리 상황을 정상화할 것”이라며 “시민들은 차분하게 생업을 유지하고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라”고 덧붙였다. 또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들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날 군부는 수도 하라레를 장악했다. 도심엔 탱크 여러 대가 배치됐고 병력이 이동하는 모습도 주민들에 의해 목격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군인들이 군용 차량에 탄약을 싣는 모습도 포착됐다. 커다란 폭발음도 수차례 들렸다. 로이터 통신은 병력이 의회 등 정부 기관 건물 접근을 막아섰다고 전했다.  
15일 짐바브웨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의 부통령 경질에 반발해 사실상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날 수도 하라레는 군 병력과 탱크가 장악했다.[AP=연합뉴스]

15일 짐바브웨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의 부통령 경질에 반발해 사실상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날 수도 하라레는 군 병력과 탱크가 장악했다.[AP=연합뉴스]

15일 짐바브웨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의 부통령 경질에 반발해 사실상 쿠데타를 일으켰다.[AP=연합뉴스]

15일 짐바브웨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의 부통령 경질에 반발해 사실상 쿠데타를 일으켰다.[AP=연합뉴스]

무가베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총성이 들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 사저 인근의 한 주민은 “오전 2시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에 그(무가베 대통령)의 집 쪽에서 3∼4분 사이 30∼40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짐바브웨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하루 대민 업무를 중단하겠다며 짐바브웨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안전한 장소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유럽연합(EU) 대표부도 업무를 중단했다.  
짐바브웨 주재 미국 대사관이 상황이 불안정해 이날 대민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리고 있다.

짐바브웨 주재 미국 대사관이 상황이 불안정해 이날 대민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리고 있다.

짐바브웨의 정국 혼란은 지난 6일 무가베 대통령이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75) 부통령을 전격 경질한 데서 비롯됐다.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와 함께 독립 게릴라전을 펼쳤으며, 독립 정부에선 정보당국 수장과 국방장관 등 요직을 지냈다. 독립전 참전 군인들의 절대적 지지도 받고 있다. 
절대 권력자의 투쟁 동지이자, 오른팔이면서 단단한 정치적 기반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무가베와 그레이스의 ‘부부 집권 플랜’이 본격 가동되면서 음난가그와는 그레이스의 라이벌로 견제받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충(不忠)했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해임됐다. 
음난가그와는 살해 위협을 느낀다며 국외로 도피한 뒤 “무가베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일주일 뒤엔 군부의 수장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방전쟁 참전 용사를 겨냥한 숙청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군은 혁명을 보호하는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알린다”고 경고했다.
37년간 군림해 온 무가베를  향한 최초의 도전이었다.
지난주 전격 경질된 음난가그와 부통령. [AP=연합뉴스]

지난주 전격 경질된 음난가그와 부통령. [AP=연합뉴스]

짐바브웨 군부 수장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 [AFP]

짐바브웨 군부 수장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 [AFP]

짐바브웨 군부는 무력 행사의 목적이 정권 탈취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데타가 아니라는 것이다. 
외신들은 군부의 정치 개입 이유가 그레이스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레이스의 세력을 제압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호주국립대학의 졸리온 포드 교수는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그레이스에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독립 투쟁의 경험이 없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내엔 G40이라는 파벌도 구축했다. 
만약 그레이스가 집권하면 이들로 권력이 옮겨가고, 현 기득권층인 해방군 출신의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독립영웅 무가베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 덕분에 부와 권력을 누려온 군부로선 권력의 세대교체를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외신들도 “짐바브웨 군부가 그레이스의 집권욕과 그 지지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며 현 상황을 신구 세력의 권력 다툼으로 보고 있다.
하라레를 장악한 군부가 그레이스의 측근인 이그나티우스 촘보 재무장관을 억류 중인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93세 무가베 대통령과 52세 부인 그레이스 [AFP]

93세 무가베 대통령과 52세 부인 그레이스 [AFP]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37년간 집권한 세계 최장기, 최고령 통치자다.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짐바브웨 국민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는 독재와 호화 생일잔치를 벌여왔다.
ZANU-PF 트위터 계정은 무가베 대통령도 현재 군부에 의해 구금돼 있다고 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홍주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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