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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김주혁, 그를 기억하다 ①

무비위크 250호 커버 촬영 당시. '사랑따윈 필요없어' 의 개봉을 앞둔 2006년 가을이었다.

무비위크 250호 커버 촬영 당시. '사랑따윈 필요없어' 의 개봉을 앞둔 2006년 가을이었다.

[매거진M] 우리는 2017년 10월 30일 겨울의 길목에서 김주혁을 잃었다. 하나의 세계가 스러졌다. 그가 만들고 꿈꾸고 사랑한 세계. 3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 우리는 오랫동안 그의 세계에서 행복했다. 재능있고 성실한 예술가였고, 품이 넓은 사람이었다. 배우 김주혁의 20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김주혁과 함께한 동료들이 매거진M에 보내 온 그의 이야기 ①
'방자전'

'방자전'

 
“산 위에서 촬영하던 추운 밤이 생각난다. 차량에 문제가 생긴 그를 데리러 오려 300m 산길을 내려갔었다. 느긋이 기다려도 됐을 텐데, 촬영이 늦어질까  그가 서둘러 올라오는 바람에 그만 길이 엇갈렸다. 기왕 올라간 거 산 위에서 날 기다리면 될 걸, 굳이 또 나를 찾겠다고 일부러 어두운 산길을 내려오더라. 

가로등도 없는 산길에서 그와 마주쳤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왠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라. 그는 만날 손해보는 역할로 남고 싶어 했다. 크림빵이 있다면, 크림이 듬뿍 든 부분은 동료 배우에게 양보하고, 맛없는 맨빵을 기꺼이 먹는 사람이었다. 그게 나는 참 속상했다. ‘좀 약게 살면 좋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한데 장례식장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그래도 온 세상이 그의 성품을 다 알아주는 것 같더라. 늘 바보처럼 산다고만 생각했는데, 결국 욕심쟁이로 죽은 것 같다. 그동안 좋은 건 남에게 다 양보하더니, 마지막엔 그 모든 사랑을 다 안고 떠났구나.” 

-‘방자전’을 함께한 김대우 감독
 
'나의 절친 악당들'

'나의 절친 악당들'

다른 세상에서는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을 데려간다고 한다. 그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빠는 정말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으니까. 현장에 있을 때 내가 불안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늘 따뜻한 손길과 눈빛으로 다독여 주시곤 했다.

연기자로서 허세부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하게 됐었다. 그만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함께 보낸 많은 날들을 가슴에 꼭꼭 기억하고 있을게요. 오빠는 지금 다른 세상에 있다고 생각할게요. 그 세상에서 다시 만나요.’ 

-‘나의 절친 악당들’ ‘방자전’을 함께한 배우 류현경
 
'청연' 촬영 현장

'청연' 촬영 현장

“나의 첫 영화 ‘청연’. 신인 시절 영화 현장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내게 주혁이 오빠는 친오빠 같은 존재였다. 낯선 해외 촬영장에서도 하나하나 알뜰히 챙겨주셨던 고마운 분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새벽녘 호텔로 들어가는 길. 입구를 지키고 서 계시던 할아버님께 언제나 90도로 인사하셨던 주혁 오빠. 스태프 뿐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늘 다정다감했다.”

-‘청연’을 함께한 배우 한지민 
 
'아내가 결혼했다' 고사 현장, 동료 손예진과 함께.

'아내가 결혼했다' 고사 현장, 동료 손예진과 함께.

김주혁 배우가 있었기에 나는 배우로서 가장 크게 성장했던 두 작품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열정적이고 훌륭한 배우이자, 착한 사람이었다.

-‘비밀은 없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함께한 배우 손예진
 
“주혁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아들 같은 기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연배의 배우들은 주혁이 아버지 (배우 故 김무생) 와 잘 알았기 때문에 다들 주혁이를 아들처럼 생각했다. 그저 황망하고 안타깝다.”

-‘구암 허준’을 함께한 배우 고두심
 
'구암 허준' 촬영 현장

'구암 허준' 촬영 현장

'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

“과장된 표현 없이 늘 담백했다. 배려심도 깊어서, 언제나 상대 배우가 좋은 컨디션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 자신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감정을 먼저 내세우는 일이 없었다. 참 드물게 귀한 배우였다. 연기하는 일이 너무 좋다고, 자기는 요즘이 제일 신나고 즐겁다며 앞으로 더 많이 일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다.

요란하지 않은 그의 성정처럼 조용하게 피어나는 그의 재능이 놀라웠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였고, 다음 작품도 꼭 같이 하자고 약속했었는데 이렇게 영영 헤어지게 되다니. 내 영화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잃었다.”

-‘비밀은 없다’를 함께한 이경미 감독
 
"40대 중반, 배우로서 막 꽃을 피우려는 시기에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 이 시대가 ‘김주혁’이란 배우를 잃은 것이 슬프고, 안타깝다." 

-이준익 감독
 
※2부에서 이어집니다. 


김주혁 필모그래피
김주혁 필모그래피 (상)

김주혁 필모그래피 (상)

김주혁 필모그래피 (하)

김주혁 필모그래피 (하)



 
정리=백종현·고석희·김나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각 영화사·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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