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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중국선 질서 어기는 개 ‘아법구’로 표현 ­… 한자 언어 무얼 쓰는지 알면 시대상이 보여

7년간 제자와 함께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를 만들어 펴낸 하영삼 한국한자연구소장. [김춘식 기자]

7년간 제자와 함께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를 만들어 펴낸 하영삼 한국한자연구소장. [김춘식 기자]

평소 한자를 쓸 일이 적었다면 한 한문학자의 주장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겠다.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4승1패)를 거둬 세상을 놀라게 했지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알파고를 ‘아법구’(阿法狗)라고 표현해요. ‘질서를 어기는 개’라는 뜻이지요. 이런 언어 사용을 살펴보면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그 시대상을 알 수 있어요.”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하영삼(55) 중어중문학과 교수. 그는 조선시대, 일제강점기에 편찬된 한자자전(字典) 12종 16점을 묶은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를 최근 펴냈다. 제작 기간만 약 7년. 분량이 1만3450쪽에 달한다.
 
“한마디로 ‘대형 옥편’이에요. 조선 말기에 쓴 『자류주석』(1856년)부터 일제강점기의 『회중일선자전』(1939년)까지 여러 시대에 쓰인 옥편이 수록돼 있지요.”
 
그의 자전을 찬찬히 훑어보면 시대별로 한자가 어떻게 다르게 쓰였는지를 알 수 있다.
 
“‘한 일’(一)은 ‘하나’라는 뜻이지만 조선말에는 ‘균일하다’ ‘진실되다’ ‘순수하다’란 의미도 있었답니다. 한자는 같지만 조상들이 이를 다른 의미로도 썼다는 점이 흥미롭지요. 또 서양 문물이 막 도입된 20세기 초반에는 미국 화폐 단위인 센트(cent)를 ‘신선 선’(仙)자로 표기했어요. 조상들이 서양에 대한 외경심을 가졌고, 발음이 흡사한 한자를 쓰려고 고민했던 흔적을 볼 수 있지요.”
 
하 교수가 평생을 중국과 한자 연구에 바친 계기는 무엇일까. “원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고교생 시절이던 70년대 후반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중국이 개방되기 시작됐어요. 각 대학에 중어중문학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요. 이런 가운데 ‘넓은 시야에서 한국의 현실을 공부하는 게 좋겠다’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94년 대만 정치대 박사과정 때부터 한·중·일 3국의 공통어인 한자 연구에 본격적으로 몰입했다고 한다.
 
하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협의로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의 콘텐트가 탑재된 인공지능(AI)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AI를 이용하면 한자 연구가 지금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 영문학 비평가인 아내로부터 자신의 연구 방향에 대한 조언을 종종 듣는다는 그는 “이 자전을 계기로 (한자와 관련된) 후속 연구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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