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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정당의 공천 갈등, 공론화 거친 후보 추천으로 해결하자

1960년대 말 미국 정치권은 베트남전 반대시위로 인한 국민의 정치 혐오에 위기를 맞았다. 특히 68년 반전 시위대와 경찰 간에 대규모 유혈 사태가 터진 민주당 전당대회는 위기의 절정이었다. ‘피의 전당대회’가 된 핵심 원인은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한 번도 참가하지 않은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당 지도부가 지명하는 대의원 표를 싹쓸이한 덕분에 당원·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을 누르고 대선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대선에 참패한 민주당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 개혁에 나선다. ‘맥거번-프레이저 위원회’를 구성해 당 지도부가 지명한 대의원을 전체 대의원의 10% 이하로 제한하고, 대신 일반인이 참여하는 프라이머리를 대폭 확대했다. 대의원이 되기 어려웠던 흑인·여성·젊은이 등에게 대선후보를 뽑을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저변을 넓힌 획기적 시도였다.
 
자연히 경쟁 당인 공화당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양당이 동시에 프라이머리를 실시하니, 반대 당 지지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당선을 위해 상대 당의 최약체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역선택’도 자연스레 막을 수 있게 됐다.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공천의 폐해가 극심한 우리나라도 이런 오픈 프라이머리를 여러 번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름을 알릴 기회를 갖지 못한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들에 비해 크게 불리하고, 유권자들이 후보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핵심 원인이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운영해 온 미국의 하원의원 재선율이 90%에 달하는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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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후보의 능력 대신 인기 조사에 그치는 한계와 조사 방식의 신뢰성이 문제가 돼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제3의 해법으로 제시되는 게 숙의민주주의, 즉 공론화에 따른 공천 방식이다. ‘배심원 공천제’라고도 불린다. 당이 제한된 수의 배심원단을 선발하면 후보들이 이들을 상대로 연설과 토론을 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배심원들이 투표로 공천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주는 한편 후보의 겉모습만 보는 인기투표가 아니라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배심원단이 당 지도부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선정될 우려가 있는 점이다. 따라서 배심원단 전체나 상당수 인원 선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방식을 주장해 온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공천 갈등과 동원 정치를 극복하려면 ‘숙의민주주의’를 통한 공천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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