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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토 바닷속 들어가기 전엔 사이판 안다 말하지 마라

남태평양의 미국령 섬 사이판은 예부터 유명한 가족 휴양지였다. 태국 푸껫이나 인도네시아 발리 등 동남아시아 인기 휴양지보다 비행시간(4시간)이 짧은 데다 치안도 좋은 편이다. 웬만한 호텔에는 한국인 직원이 많아 영어 한 마디 못해도 부담없다. 그래서 아이 동반한 부모는 물론 할머니·할아버지에게도 인기다. 수영장 딸린 리조트에서 따뜻한 공기를 쬐며 느긋하게 쉬다 오는 게 일반적인 사이판 여행법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판도가 바뀌었다. 이제 사이판은 안전하지만 조금 따분한 휴양지가 아니라 역동적인 해양스포츠의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깨끗한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이들이 급증해서다. 

남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섬 사이판은 괌과 함께 한국인 여행자에게 인기다.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쉬는 사람도 많지만 요즘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해 사이판의 맑은 바닷속 세계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남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섬 사이판은 괌과 함께 한국인 여행자에게 인기다.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쉬는 사람도 많지만 요즘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해 사이판의 맑은 바닷속 세계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한국인 다이버 한해 7000명이나
사이판을 포함한 북마리아나제도를 홍보하는 마리아나관광청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사이판 방문 목적이 ‘스쿠버다이빙’이라 답한 한국인이 2013년 1734명에서 2016년 3853명으로 늘었다. 2017년 1~9월에만 5873명에 달했고, 연말까지 7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6년까지는 골프 관광이 더 많았지만 올해 골프의 인기를 넘어섰다. 
다이버들이 사이판으로 몰려드는 건 저비용항공 취항 때문이다. 2013년까지는 아시아나항공만 사이판을 오갔는데 2014년부터 제주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이 연달아 취항했다. 한국인 전체 방문객은 2013년 14만 명에서 2016년 23만 명으로 늘었다. 2017년 1~9월 방문객은 이미 25만 명을 넘어섰다. 
일명 '마리아나 블루'라고 불리는 사이판의 바다빛깔은 눈부시다. 사이판의 대표 관광지인 마나가하섬.

일명 '마리아나 블루'라고 불리는 사이판의 바다빛깔은 눈부시다. 사이판의 대표 관광지인 마나가하섬.

저비용항공 덕분에 여행경비가 동남아 수준으로 낮아졌다. 자연스레 젊은 여행자가 부쩍 늘었다. 정종윤 마리아나관광청 한국사무소 차장은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미식과 해양스포츠 등 체험을 즐기는 여행객이 확연히 늘었다”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게 스쿠버다이빙”이라고 말했다. 
사이판 바닷속을 탐험하고자 10월16일 비행기에 올랐다. 그동안 다양한 바다에서 여러차례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해봤지만 정규 교육을 받는 건 처음이다. 늘 바닷속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자격증이 없어 깊은 바다를 보지 못해 아쉬웠다. 비로소 기회를 잡았다. 물론 부산이나 제주도에도 스쿠버다이빙 강습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자격증을 따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란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비가 저렴한 데다 가을 겨울에도 따뜻한 바다에서 형형색색 바다생물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초보는 마스크 벗기도 어렵네
수심이 얕은 슈가도크는 스쿠버다이빙 입문 교육장으로 인기다.

수심이 얕은 슈가도크는 스쿠버다이빙 입문 교육장으로 인기다.

사이판으로 가기 전 인터넷을 통해 현지 다이빙업체 다이브Y2K가 진행하는 입문자용 ‘오픈워터 코스’를 신청했다. 세계적 다이빙 교육회사인 PADI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스쿠버다이빙 입문자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코스다. 자격증을 따면 수심 18m까지 다이빙을 할 수 있다. 
10월17일 아침 사이판 최대 번화가인 가라판에 있는 다이브Y2K 사무실로 갔다. 다이빙 채비 중인 여성들이 보였다. 서울서 온 오지은(30)·전민정(34)씨는 사이판에 묵는 엿새 중 나흘 동안 다이빙을 즐길 계획이란다. 가녀린 인상이라 초보자인가 싶었는데 둘 다 오픈워터보다 단계가 높은 어드밴스드와 레스큐 자격증 보유자였다. 송정학 다이브Y2K 강사는 “사이판을 찾는 한국인 다이버의 주축이 30대 여성”이라고 거들었다. 
사이판 곳곳에 있는 다이빙 명소에는 어김없이 공기통을 잔뜩 짊어진 픽업트럭과 다이버들이 있다. [사진 다이브Y2K]

사이판 곳곳에 있는 다이빙 명소에는 어김없이 공기통을 잔뜩 짊어진 픽업트럭과 다이버들이 있다. [사진 다이브Y2K]

머리를 숙이고 다이빙 선배들에게 물었다. 오픈워터 코스가 어렵진 않은지, 또 사이판 바다는 어떤지. 한 해에 서너번 해외로 다이빙을 다니는 전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이판은 바다 시야가 깨끗해서 다이빙 배우기 좋아요. ‘마리아나 블루’라고 하는 물빛도 환상적이죠. 다이빙 포인트에 따라 독특한 지형과 가오리·전갱이 떼를 볼 수도 있고요.”
이날 오픈워터 교육생은 혼자였던 터라 황제 강습을 받게 됐다. 권대희 강사와 사이판 서쪽에 있는 슈가도크(Sugar dock)로 이동했다. 수심 1~2m의 얕은 바다에서 간단한 이론과 장비 사용법, 수신호 등을 익혔다. 자격증이 필요없는 체험 다이빙과 달리 응급대처훈련이 많았다. 권 강사는 “자격증을 따놓고도 장비 사용법을 금방 잊는 사람이 많다”며 “기초부터 제대로 익혀야 안전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버 사이에서 악명 높은 ‘마스크 벗었다 다시 쓰기’가 역시 어려웠다. 물속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천천히 숨을 쉰 뒤 눈을 뜨고 다시 마스크를 찾아 착용하는 훈련이었다. 눈이 따끔거려도 호흡은 그대로 하면 되는데 긴장을 해서인지 콧속으로 짠물을 쭉쭉 들이켰다. 두세 번 해본 뒤에야 적응이 됐다. 
라오라오해변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 중국 다이버도 많다. 일본 시즈오카에서 온 60~70대 다이버들.

라오라오해변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 중국 다이버도 많다. 일본 시즈오카에서 온 60~70대 다이버들.

점심식사 후, 라오라오(Laolao)해변으로 향했다.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로 걸어들어갔다. 바다에 설치된 줄을 잡고 잠수를 하니 금세 수심이 깊어졌다. 온갖 열대어가 노닐고 있었고 초록거북도 보였다. 나도 모르게 거북 쪽으로 다가가는데 권 강사가 잡았다. ‘오늘은 교육에 집중하라’는 뜻일 테다. 
슈가도크에서 배운 내용을 수심 10m 바다에서 다시 연습했다. 마스크를 벗었다 쓰고, 호흡기 고장을 대비해 버디(동료 다이버)의 보조호흡기를 사용하는 훈련을 했다. 공기통 2개를 쓰며 바다를 드나드니 금세 일정이 끝났다. 
라오라오해변에서는 초록거북도 만났다.. 그러나 시야가 탁해 사진처럼 또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사진 다이브Y2K]

라오라오해변에서는 초록거북도 만났다.. 그러나 시야가 탁해 사진처럼 또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사진 다이브Y2K]

다이빙숍에서 건내준 교육자료와 시험지를 챙겨 호텔로 돌아왔다. 몸이 노곤했지만 자격증 취득을 위해 쓴 커피를 연거푸 마시며 교육 영상을 보고 한국어로 쓰여있는 시험문제 50문항을 다 풀었다. 다행히 ‘패스’였다. 
다이버의 버킷리스트 그로토 동굴
태풍 영향으로 라오라오 해변이 뒤집어졌다.

태풍 영향으로 라오라오 해변이 뒤집어졌다.

잠을 설쳤다. 몸이 피곤하기도 했지만 밤새 섬 전체가 떠밀려 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쳐서였다. 팔라우 부근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 란 때문이었다. 자격증이고 뭐고 물 건너 갔다 싶었는데 다이빙숍에서 문자가 왔다. “라오라오해변은 괜찮습니다. 곧 출발하겠습니다. ”
한국에서 온 30대 부부, 강사 두 명과 함께 해변으로 향했다. 다행히 파도는 높지 않았다. 저벅저벅 바다로 들어갔다. 오늘은 바다거북과 물고기를 마음껏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렜다. 그런데 바닷속이 심상치 않았다. 태풍 영향으로 시야가 탁했다. 저 멀리 전갱이 떼가 보였지만 조류 때문에 다가갈 수 없었다. 
 라오라오해변은 전갱이 떼와 함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엔 아쉽지만 이런 장관은 못봤다. [사진 다이브Y2K]

라오라오해변은 전갱이 떼와 함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엔 아쉽지만 이런 장관은 못봤다. [사진 다이브Y2K]

물밖으로 나왔다. 강사들이 분주해졌다. “바다가 완전히 뒤집어졌네요. 어쩌죠?” “다른 데를 알아보자.” 공기통 하나만 쓰고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송정학 강사가 입을 열었다. “그로토(Grotto)는 괜찮다고 합니다. 원래 오픈워터 수준에선 갈 수 없는데 대안이 없네요. 강사가 둘이니까 괜찮을 겁니다.”
석회동굴에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그로토.

석회동굴에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그로토.

그로토는 수중동굴 3개가 이어진 독특한 지형으로, 다이버 사이에서는 한 번 쯤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로 꼽힌다. 최근 여기서 스노클링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물위에 둥둥 떠서는 그로토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없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곳을 가게 됐다.
그로토는 진입로부터 험난하다. 무거운 장비를 이고 100개 이상의 계단을 밟아내려가야 한다. 난간을 잡고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었다.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그로토는 장엄했다. 촤촤.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 아래 감색 바다가 너울거렸다. 다이빙을 하지 않고도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를 알 만했다. 
종유석이 뾰족뾰족한 그로토. 태풍의 영향이 있었지만 그로토 물빛은 맑았다.

종유석이 뾰족뾰족한 그로토. 태풍의 영향이 있었지만 그로토 물빛은 맑았다.

물 속으로 뛰어드는 다이버의 모습.

물 속으로 뛰어드는 다이버의 모습.

갯바위에 올라서 호흡을 가다듬고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풍덩. 라오라오해변과는 달리 물이 맑아 멀리까지 내다보였다. 강사를 따라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수중동굴의 웅장한 지형이 또렷했다. 바위 틈으로 햇볕이 쏟아지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내 숨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깊은 적막이 내려앉았다. 물속이 어두워서인지 물고기와 산호는 많지 않았다. 대신 바위 틈에 사는 랍스터를 봤다. 물이 깊어서일까? 공기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졌다. 30분만에 물밖으로 나왔다. 낑낑대며 계단 100개를 다시 걸어올랐다. 이로써 오픈워터 강습을 무사히 마쳤다.
그로토에서는 물고기나 산호보다는 웅장한 바닷속 지형을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그로토에서는 물고기나 산호보다는 웅장한 바닷속 지형을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그로토는 동굴 3개가 이어져있는데 물속까지 빛이 비치는 장면이 신비롭다.

그로토는 동굴 3개가 이어져있는데 물속까지 빛이 비치는 장면이 신비롭다.

그로토로 이어지는 계단. 다이빙을 마친 뒤 10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일은 고역이다.

그로토로 이어지는 계단. 다이빙을 마친 뒤 10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일은 고역이다.

송 강사가 수중시계를 보며 그날 다이빙 기록을 알려줬다. “수온 29℃, 평균 수심 13.5m, 최대 수심 21.9m, 시야 15m. 오늘은 진짜 시야가 안좋았던 편이에요. 좋을 땐 40m까지 나오거든요.”
이튿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언제 태풍이 왔냐는 듯 하늘은 눈부셨고 바다색은 짙었다. 돌아오는 내내 바닷속 세계가 머리에 맴돌았다. 다이버들이 열병처럼 또 바다로 뛰어드는 이유를 알 만했다. 
 
◇여행정보=인천~사이판 노선에는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5개 항공사가 취항한다. 4시간 소요. 사이판은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숙소는 2016년 7월 개장한 5성급 켄싱턴호텔(kensingtonsaipan.com)을 추천한다. 숙박비에 3끼 식사와 레저시설 이용권이 모두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개념의 호텔이다. 다이브Y2K(divey2k.com)는 1999년 사이판에서 강습을 시작했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체험다이빙(70달러), 자격증 보유자를 위한 펀 다이빙(80달러), 오픈워터 교육(400달러)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마리아나관광청 홈페이지(mymarianas.co.kr) 참조. 
 
사이판(미국)=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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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