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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가배상 패소한 민간인 지뢰피해자에게도 위로금 줘야”

국방부에게 위로금 지급을 거절당한 민간인 지뢰 사고 피해자 4명에게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행정법원 11부(부장 하태흥)는 지난 10일 지뢰 사고로 남편을 잃은 A(60)씨 등 4명의 위로금 청구를 거부한 국방부 산하 지뢰피해자지원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A씨 등은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의 위로금과 의료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1월 지뢰 폭발사고가 발생해 한모(40)씨가 숨진 강원도 철원군 풍암리 현장. 박진호 기자

지난해 11월 지뢰 폭발사고가 발생해 한모(40)씨가 숨진 강원도 철원군 풍암리 현장. 박진호 기자

1996년 경기도 연천에 살던 A씨의 남편은 나물을 채취하러 갔다가 지뢰를 밟아 사망했다. A씨는 당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지뢰를 매설한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A씨의 남편과 같은 지뢰사고 피해자가 매년 5~6명 이상 발생하자 국회는‘지뢰 피해자 지원에 대한 특별법’(이하 지뢰피해자법)을 제정해 2015년 4월부터 정부가 위로금과 의료지원금을 지급하게 했다. 1953년 7월27일 정전 협정 이후 지뢰사고를 당한 민간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법률이다.  
 
김씨 등 4명은 2015~2016년 각각 심의위에 위로금 등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법 6조에 ‘피해자 또는 유족이 지뢰사고와 관련하여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위로금 지급 제한 사유로 두고 있다는 게 거부의 이유였다.  
 
특별법의 사각지대로 몰린 김씨 등을 거든 것은 법무법인 지평 산하 공익사단법인 두루였다. 지뢰사고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단체 ‘평화나눔회’를 통해 김씨 등의 사연을 접한 두루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배상소송에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다른 피해자들과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법원은 김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조항은 입법과정에서 승소 확정판결로 이미 국가배상을 받은 사람들이 추가로 위로금을 지급받는다면 확정판결의 효력을 위배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있어 들어간 조항”이라며 “‘확정판결’에는 ‘패소 확정판결’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목적적 해석이다”고 판단했다.   
M14 대인지뢰. [중앙 포토]

M14 대인지뢰. [중앙 포토]

지뢰피해자법은 매년 적게는 2~3건, 많게는 10건 이상 발생하는 지뢰사고의 피해자들이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거나 공무원의 고의ㆍ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법 시행(2015년 4월) 이후 2년'으로 정한 신청 기한이 이미 지나 기간을 놓친 피해자들은 더 이상 위로금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기간을 늘리는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소송을 수행한 사단법인 두루의 김용진 변호사는 “신청기간이 지나 위로금을 청구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은 국방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개정안이 빨리 처리돼 법의 존재를 몰랐던 피해자들도 도움을 받을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등은 이번 소송 진행과정에서 법원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원고 승소로 판결하면서 이 신청은 기각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항소해 법원의 해석이 뒤바뀔 우려가 생긴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해 끝까지 다툴 생각이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ㆍ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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