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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파워게임, 미국 학자가 중국 손을 들어준 이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일본, 한국, 중국 순방에서 막대한 경제 실리를 챙겼다. 그 규모가 수백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견 그의 승리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미국 일각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슈퍼 파워를 꿈꾸고 있는 중국을 도와준 꼴'이라는 분석도 있다. "G2(미국)의 파워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방문이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 끝난 19차 당대회에서 2050년 미국을 능가하는 강국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한 시진핑,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고 나선 트럼프, 그들의 파워 게임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최근 명동 중국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본 중국의 외교 정책 변화'를 주제로 중앙 당교 교수의 설명회가 있을 예정인데 참석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중국이 전 세계 주요 외교 공관을 통해 당대회 선전에 나섰구나….' 설명회에 갔다. 중앙당교 교수인 가오주궤이(高祖貴)교수가 강연자로 왔다.
가오주궤이 당교 교수가 지난 8일 남산 힐튼호텔에서 '19차 당대회를 통해 본 중국의 외교 정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부원장, 공산당대외연락부 현대세계연구센터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국제 전략, 국가 안전, 대외 전략통이다. [사진 차이나랩]

가오주궤이 당교 교수가 지난 8일 남산 힐튼호텔에서 '19차 당대회를 통해 본 중국의 외교 정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부원장, 공산당대외연락부 현대세계연구센터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국제 전략, 국가 안전, 대외 전략통이다. [사진 차이나랩]

당교는 공산당 이데올로기의 본산이다. 그 당교 교수의 강연, 충분히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핵심은 '미국의 세력은 지고, 중국은 떨치고 일어난다'라는 것이다. 그는 세계정세의 큰 흐름이 "미국 중심의 단극 세계에서 다극화, 블록화로 바뀌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독일, 인도 등의 지역 강국이 등장하고 있고, 이들 강국을 중심으로 지역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다"라는 설명이다. 가오 교수는 이 과정에서 '탈 서구(Post-West)'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모델이 힘을 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는 막을 내리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지역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새로운 형태의 발전 모델이 경쟁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이 기존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와 견줄 수 있는 중국만의 새로운 발전 모델, 즉 차이나 스탠더드를 수립하겠다는 뜻이다.  
 
가오 교수가 만든 말이 아니다. 이날 강연은 당대회 때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언급한 사안을 그대로 옮겼을 뿐이다. 그는 시진핑의 뜻을 해외에 전파하기 위해 파견된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오 교수는 확신에 차 있었다. 막힘이 없었다. 시진핑이 제시한 '미국을 능가하는 중국의 굴기'에 흥분하고 있는 중국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중국이 이겼다'는 타임지 커버. [사진 타임지]

'중국이 이겼다'는 타임지 커버. [사진 타임지]

여기  또 한 명의 '중국 굴기 옹호론자'가 있다. 미국의 국제 정치분석가인 이안 브레머(Ian Bremmer)가 주인공이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경제 발전에 서방 자유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브레머가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글을 썼다. '중국 경제는 어떻게 미래 승자가 될 것인가(How China's Economy is poised to win the future)'라는 제목이다. 커버에 'China won'과 그에 맞는 중국어 '中国赢了'을 거꾸로 배치해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칼럼이다.  제목 그대로다. 그는 "누가 지금의 영향력을 미래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당신이 만일 미국에 미래를 건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답한다. '중국'을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브레머는 중국이 서방을 이길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하나하나 들어보자.
첫째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를 가졌다. 시진핑이다. 그는 지난 집권 5년 강력한 반부패 투쟁으로 인민의 마음을 얻었다. 마오쩌둥을 추월하는 영향력을 가졌다. 미국이 가장 지지도 낮은 대통령을 가진 지금, 중국은 가장 강한 지도자를 가졌다.  
 
둘째 국가 통제 경제(state-controlled economy)의 위력이다.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의 40%에 불과하지만, 정부의 지침대로 움직이는 국유기업이 경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통해 60여 개 주변 국가 경제에 각종 SOC 개발 사업을 지원한다. 국가 자본주의의 위력이다. 미국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셋째 일자리 안정이다. 중국은 기술의 발달, 그로 인한 실업이 사회를 얼마나 위험에 빠뜨리는지 알고 있다. 공공분야 일자리 창출로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국가 통제 경제 시스템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넷째 기술을 활용한 사회 관리다. 중국은 기술 수단을 동원해 국민의 생활을 감시할 수 있다. 서방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이윤 추구에 활용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사회 신용 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에 활용한다. 서방은 이를 '빅브라더' 사회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사회 신용 제고를 범죄 예방 수단으로 받아들인다.  
 
다섯째 '중국 모델'이 다른 나라에서도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 자유민주주의가 문제를 노출하면서 중국식 발전 모델은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바람직한 정부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양화되고 있는 세계에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 물론 중국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모델이 곧 망가질 것이라는 가정은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안 브레머. 스탠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정치 리스크를 연구하는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이안 브레머. 스탠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정치 리스크를 연구하는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독자 여러분은 이안 브레머의 견해에 동의하시는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일 수는 있겠지만, 뒷맛은 어쩐지 영 개운치 않다. 중국이 가진 그 많은 문제점은 왜 거론하지 않는거지? 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중국에는 지금 국내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산처럼 쌓여있다. 문제점만 지적해도 서너 시간쯤 얘기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 학계에서는 가오 교수와 같은 '굴기파' 지식인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에서조차 중국 굴기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오 교수의 특강과 브레머의 칼럼은 그런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들의 말대로 중국이 강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강해진 중국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올 것이냐에 있다.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이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 - 가오주궤이 교수
'중국의 이익을 건드리는 자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시진핑 총서기의 당대회 연설에도 나오는 문구다. 힘이 세진 중국은 그런 위협적인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드가 그 파편이다.
중국의 힘이 세지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를 무작정 부정하려고만 든다면, 정부든 기업이든 올바른 중국 정책과 기업 전략을 짤 수 없다.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강해져 가고 있는 중국을 인정하고, 그런 중국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남한산성의 최명길처럼 말이다.
국책은행의 상하이 지점장 근무를 마치고 최근 귀국한 필자의 친구는 '중국 생활에서 뭘 느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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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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