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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외계인과 원시인? 텃세에 상처받는 귀농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10월 31일은 미국에서 건너온 새로운 축제인 ‘핼러윈 데이’였다. 켈트족 사람들이 음식을 마련해 죽은 영혼을 위로하고, 악령을 쫓던 풍습이 전해져 아이들이 분장하고 집집이 다니며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축제가 우리나라로 건너와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노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지난 10월 31일 부여에서 희귀한 핼러윈 파티가 벌어졌다. 제목은 ‘구습타파 범군민 자정 결의대회’였다. 웬 구습타파?
 
 
구습타파 범군민 자정 결의대회. [사진 김성주]

구습타파 범군민 자정 결의대회. [사진 김성주]

 
사진만 보면 핼러윈 데이를 부여에서 농민들이 하는 줄 알았다. 시간도 저녁 7시 즈음이라 캄캄해진 공터에서 장의차, 상여니 운운하면서 결의 대회를 하니 귀신을 달래주는 의식인 핼러윈 데이와 똑 닮아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장의차 통행료로 500만원?
 
이 사달이 난 것은 지난 9월 마을로 들어선 장의차를 일부 주민들이 막아서서 장례를 못 치르게 방해하며 500만원을 요구하다가 350만원을 갈취한 사건 때문이다.
 
 
"장의차 통행료 안받아요" 군민 결의대회 [부여=연합뉴스] 일부 마을 주민이 주변에 묘를 쓰려면 수백만원을 내야 한다며 장의차를 가로막아 논란이 됐던 충남 부여군이 7일 국립부여박물관 사비마루에서 범군민 자정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용우 군수와 기관, 단체, 공무원, 지역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장의차 통행료 안받아요" 군민 결의대회 [부여=연합뉴스] 일부 마을 주민이 주변에 묘를 쓰려면 수백만원을 내야 한다며 장의차를 가로막아 논란이 됐던 충남 부여군이 7일 국립부여박물관 사비마루에서 범군민 자정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용우 군수와 기관, 단체, 공무원, 지역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마을 안에 장의차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통행료를 내면 마을에 묘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명분 없는 일이다. 수백 년 전부터 마을에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죽고 상여가 오갔을 텐데 무엇이 불길하고 마을에 누가 된단 말인가. 오히려 제사와 차례를 통해 자손들과 조상들이 끈끈히 정신적인 유대감을 가진 것이 한국인의 미덕인데 말이다.
 
이는 비단 부여군 일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30년 전 일이다. 친구 부친이 돌아가셔서 영안실에서 상을 치르고 고향의 선산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차를 지나가지 못하게 해 나와 친구들이 관을 들고 마을 옆 산길로 수 킬로미터를 돌아 묫자리로 간 기억이 있다.
 
핼러윈 파티 같은 결의 대회에서 부여군 이장 단과 주민들은 선진장례문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틀렸다. 문제의 본질은 장례문화가 아니다. 외부인에 대한 텃세다. 우리 마을에 묘를 쓰러 들어오는 외지인에 대한 텃세와 귀농·귀촌인에 대한 불신과 텃세다.  
 
 
텃세와 따돌림…. 통행료 사건으로 폭발
 
 
귀농 귀촌인들이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마을 사람들의 텃세와 따돌림이다. [중앙포토]

귀농 귀촌인들이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마을 사람들의 텃세와 따돌림이다. [중앙포토]

 
귀농·귀촌인들에게 살면서 불편한 것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생활편의, 문화생활, 의료시설, 교육 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의 텃세와 따돌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10년을 살아도 외지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도대체 몇십년을 살아야 공동체의 일원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까. 심지어 그곳에서 태어나 살다가 장성해 도시로 직장 생활을 하러 떠났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도 외지인 소리를 듣는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외지인 소리는 '외계인'에 가깝다.
 
귀농 귀촌인에 대한 텃세와 불편부당함이 심각하지만, 그냥 넘어가다가 이번 장의차 통행료 사건에서 터졌다. 장의차 통행료를 마을의 원주민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귀농·귀촌 인들과 마을에 연고를 둔 도시민들에게만 적용한 까닭이다. 전 국민이 공분했다.
 
 
장의차.(본문과 연관없는 사진입니다.) [중앙포토]

장의차.(본문과 연관없는 사진입니다.) [중앙포토]

 
마을의 원주민들과 이주민들 간의 갈등은 항상 있는 일이다. 모르는 사람이 곁에 다가오면 경계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낯선 곳으로 이주한 사람도 불안감이 있는 것도 맞다.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긴장은 서로를 알아 가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기 마련이지만, 서로 상생하자는 전제 조건이 붙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귀농 귀촌한 사람들이 마을 분위기를 망친다고 싫어한다. 갑자기 모르는 도시 사람이 이사 와서 시골 사람이라고 무시하고 잘난 척하는 것이 싫고, 돈 자랑하는 것 같아 못마땅하단다. '원시인' 취급받는 것 같아 싫단다.  
 
귀농·귀촌 인들은 주민들이 자기를 외계인 바라보듯이 경계하고 따돌리는 것이 싫단다. 사생활을 무시하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부담스럽단다. 10년을 살아도 외지인이라고 하니 외계인 취급을 받아서 싫단다.
 
 
도시 사람 vs. 시골 사람 생활 패턴 차이 커
 
 
많은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위해 '귀농귀촌 체험학습 박람회'를 찾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많은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위해 '귀농귀촌 체험학습 박람회'를 찾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들은 생활 패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아파트 단지로 표현되는 도시 공간은 옆집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사는 것이 편하다. 도시의 시스템은 내가 돈을 지불한 만큼 누군가 대행해주는 구조다.
 
농촌은 공동체 사회다. 옆집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아야 하는 구조다. 왜냐하면 옆집을 보호해주는 것은 나이고,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옆집 사람이기 때문이다. 농촌의 시스템은 대행 구조가 아니라 품앗이와 같은 자조 시스템이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수십 년을 생활한 사람들이 만났을 때는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농촌으로 이주한다면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자기를 소개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맞다. 주민들도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면서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설명해 주며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외계인과 원시인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귀농·귀촌 가구가 많은 마을은 이사 오기 전에 주민들과 만나는 자리를 일부러 만들어 준다.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주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다.
 
 
귀농 귀촌하기 전 주민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중앙포토]

귀농 귀촌하기 전 주민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중앙포토]

 
그러나 둘 다 자기 생각만 하며 소통하기를 거부하며 고집부리다가 서로 친해질 타이밍을 놓쳐 수년간 서로 서먹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새롭게 인생을 개척하는 귀농·귀촌귀농 귀촌인은 먼저 사는 주민에게 다가가 겸손의 미소를 보내고, 주민들은 새로운 식구를 반갑게 맞이하며 친절의 미소를 보내야 한다.  
 
핼러윈데이의 결의 대회를 보면서 궁금했다. 과연 그들은 유족들에게 사과했을까. 진정한 사과 없이 선언문만 낭독하는 결의 대회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죽은 영혼을 위로한다며 해괴한 복장을 하고 즐기는 핼러윈 데이에 죽은 망자가 편하게 마을을 못 지나가게 해 미안하다는 결의 대회를 하는 모습을 보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나저나 장의차 사건 때문에 귀농·귀촌귀농·귀촌을 다시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부쩍 늘어났으니 걱정이다. 외계인과 원시인들은 참 어울리기 쉽지 않은가 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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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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