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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어둠 속에서 일하는 손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오페라 극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 프로시니엄이라고 불리는 무대 액자와 여기에 드리워진 막이 이 두 부분을 가른다. 한쪽은 관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고 다른 한쪽은 무대 관계자들에게만 허용되는 부분이다. 출입구조차 정반대로 설계된다. 관객들은 크고 화려한 정문으로 들어가 티켓을 제시한 다음 로비로 들어간다. 여기서 사람도 만나고 공연 정보도 얻고 여유가 있으면 샴페인도 마신다. 큰 극장이라면 식당도, 작은 전시 공간도 있다. 시간이 되어 곳곳에 있는 문을 통해 객석으로 들어가면 아직 무대를 가리고 있는 막을 만난다. 여기가 끝이다.
 
정문과 반대쪽으로 가면 다른 입구들이 있다. 관계자의 출입구와 무대장치의 반입구들이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정문 쪽과 대조적인 분위기를 만난다. 로비와 객석 쪽이 밝다면 여기는 어둡다. 저쪽이 화려하다면 여기는 소박하다. 저쪽이 즐기는, 여유 있는 분위기라면 여기는 일하는, 엄격한 분위기다. 미로 같은 통로들을 따라가면 분장실·연습실 같은 작은 방들이 있고 더 들어가면 무대 뒤편이 된다. 객석에서 보이는 무대의 몇 배가 되는 커다란 공간이 여기 있다. 이곳은 공장 같은 느낌이다. 컴컴한 가운데 보관상자·단·작업도구 등이 쌓여 있고 밧줄과 커튼이 앞을 막곤 한다. 공연 무대를 꾸며줄 건물·나무·가구 등의 장치가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위를 쳐다보면 텅 빈 공간이 보인다. 커튼과 무대장치가 올라가는 곳, 극장에서 가장 높은 부분이다. 신비스럽다.
 
이 다른 쪽에서 일하는 손들을 스태프라고 부른다. 빛의 색깔과 밝기와 그 변화를 조정하는 사람들, 의상을 만들고 입히고 정리하는 사람들, 무대 장치를 제작하고 세우는 사람들, 분장하는 사람들, 출연자들에게 소품을 챙겨주는 사람들, 무대를 전환하는 사람들, 정확한 등장과 퇴장을 돕는 사람들…. 이들은 어둠 속에서 일한다. 객석에 노출되는 것이 금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존재가 관객의 눈에 띄는 순간 무대 위에 연출된 시공간의 환상이 깨져 버린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말은 이들에게 꼭 들어맞는 말이다.
 
이 스태프들을 이끄는 사람이 연출자다. 지휘자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일단 공연이 시작되면 막 뒤의 모든 일은 무대감독이 통제한다. 지휘자가 음악을 지휘하는 동안 그는 어둠 속에서 일하는 손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음악의 어느 대목에서 막이 열려야 하는지, 무대의 회전이 음악과 어떻게 물려야 하는지 등등. 심지어 그는 지휘자가 언제 음악을 시작할지도 알려준다. 그는 무대의 모든 조건에 대해선 물론 공연하는 작품의 음악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무대 위에 나서지 않는다. 간혹 연출자는 무대인사를 하지만 그가 하는 경우는 없다.
 
1875년 프랑스 파리에 새로운 오페라극장이 완공되었다. 2000석 가까운 객석을 가진 화려하고 큰 규모의 건물이었다. 지하수 문제 때문에 밑에 저수조를 두기도 하고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설치되기도 해서 건설 당시부터 화제였다. 그 평면도와 입면도를 보면 무대와 객석 공간은 그 극장의 중앙에 있는 무척 작은 부분이다. 그만큼 다른 부분이 크다. 이 기념비적인 극장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다. 이 작품에서 ‘유령’은 흉측한 외모를 비관하여 이 큰 극장에 숨어 지낸다. 당연히 무대 안팎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 그러나 숨어 지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무대 위의 일을 간섭하다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파리의 오페라극장 같은 고전적인 극장에서 막 뒤와 막 앞의 일이 조우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공연을 보여주는 일, 인사하기 위해 나서는 일 외에는 안 된다. 심지어 옛날에는 배우들이 분장한 얼굴로 관객을 만나는 일도 금했다. 막 뒤의 일은 어둠의 신비 속에 남겨져 있어야 오히려 힘을 가진다고 여겼던 것이리라.
 
이건용 작곡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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