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현기의 시시각각] 회전목마 국가, 아님말고 국가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2014년 7월 18일 국정원장 취임식을 마친 이병기 원장에게 추명호 국장은 연필로 쓴 종이 3장을 내보였다. 국정원 내 블랙리스트였다. “너,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이 원장은 그 자리에서 종이를 갈기갈기 찢었다. 추 국장은 개의치 않았다. 최순실·우병우가 뒤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하무인이었다. 이후 있었던 국정원 인사에서 이 원장은 추 국장을 승진시키라는 압력을 청와대로부터 받는다. 그것도 “왜 그러시냐”며 거부했다. 당시 국정원 내부에 순식간에 퍼졌던 유명한 일화다.
 
2015년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도 이병기는 박근혜 친위세력과 수시로 충돌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 A씨의 회고다. “세월호 인양은 당시 청와대에선 함부로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금기어’였다. 그런데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이 실장이 돌연 인양을 건의했다. 이를 들은 박 대통령이 얼굴이 하얘지면서 ‘아니, 예산이 1500억원이 든다면서요. 그걸 누가 원할까요?’라고 답했다. 분위기는 급 냉랭해졌다. 하지만 이 실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네. 하지만 1조원이 든다 해도 국민이 원하면 해야죠.’ 전임 김기춘 실장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광경이었다.”
 
그런 원칙주의자 이병기가 국정원의 특별활동비 청와대 상납 건과 관련, 13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세 명의 국정원장 전원이 조사 대상이 됐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국정원 특활비가 생겨나 청와대에 건네졌는지 공평하게 조사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 DJ 때의 이종찬·임동원, 노무현 때의 김승규·김만복 모두 불러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의 국정원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이병기 같은, ‘버티던 국정원장’도 덜 억울할 것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정보 요원들의 고군분투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짠하다. 그들은 애국심과 상명하복, 두 개로 버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내침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다. 이들을 욕되게 하지 않고 악순환의 고리도 끊으려면 결국 시스템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독립적 감찰기구를 만들거나 아예 기능을 해체,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가정보국(DNI) 산하에 CIA·FBI 등 16개 정보기관으로 나눠 독립성을 부여하는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다음 정권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 아닌가. 언제까지 늘 그 자리에서 빙빙 도는 ‘회전목마 국가’로 남을 순 없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진정한 업그레이드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의식 적폐’의 청산이다.
 
가수 고 김광석씨와 딸 타살을 둘러싼 특정인과 일부 언론의 호도는 말이 좋아 ‘합리적 의심’이지 과학도 증거도 부족한 ‘살인자 만들기’나 다름없었다.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부정에도 얼치기 인터넷 여론과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정의의 사도인 양 나서기 좋아하던 여당 정치인까지 거기에 가세했다. 경찰의 재수사 결과 바뀐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문제를 제기했던 자칭 고발뉴스 기자는 “국민적 의혹에 비춰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국민적 의혹을 만들어 내고, 남편과 딸을 잃은 한 여성(서해순씨)을 ‘연쇄 살인범’으로 몬 게 누구인데 서씨에겐 사과 한마디 없다. 그러면서 ‘제보자’들에겐 미안하단다.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사실이 뒤죽박죽 엉켜 있는 ‘아님 말고 국가’의 민낯이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우린 과연 ‘선진국’ 명함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