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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성장, 중국 광군제에서 배워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주도한 쇼핑 행사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매출이 11일 하루 판매액 28조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깼다. 이날 광군제 판매액은 지난해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의 구매액보다 네 배 이상 많다. 이제는 광군제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부르는 대신 블랙프라이데이를 ‘미국판 광군제’로 불러야 할 판이다.
 
광군제의 성공은 알리바바그룹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큰 폭의 할인율을 앞세우며 대대적으로 분위기를 띄운 데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결제가 급증한 덕을 봤다. 모바일 쇼핑 비율이 올해 90%에 달했다. 광군제의 글로벌화도 한몫했다. 전 세계 200여 개국의 소비자가 해외 직구로 광군제에 참여했다. 이제는 광군제가 중국의 국내 행사를 넘어 세계의 쇼핑 행사로 떠오른 것이다. 온·오프라인과 모바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신유통 혁신도 주목해야 한다.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상품의 생산·유통·판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알리바바는 흔히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지만 신유통 영역에서만큼은 아마존이 ‘미국의 알리바바’로 불려야 한다”고 보도할 정도다.
 
독신자의 외로움을 쇼핑으로 달래자는 소박한 취지로 2009년 시작된 광군제가 8년 뒤 글로벌 쇼핑 이벤트로 우뚝 섰다. 반면 광군제보다 훨씬 앞선 1990년대 시작했던 한국의 빼빼로데이는 여전히 초콜릿과 과자 매출에 기여할 뿐이다. 우리가 광군제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를 벤치마킹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열었지만 할인 상품이 많지 않고 할인율이 일반 세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소비자 반응이 시원찮다.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들이 떠밀리듯 참여하는 구도에서는 신바람 나는 장터가 열리기 힘들다. 유통업의 불공정행위는 제재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갑을 관계의 프레임에 유통을 가둬 놓는 과잉행정도 경계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통업법 등 유통 관련 3개 법률의 전속고발권을 우선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세일 행사를 위해 납품업체에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경우 자칫하면 ‘유통 갑질’로 고발당할 수 있다.
 
결국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한국의 알리바바’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보수 정권은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암덩어리’ 등 격한 용어를 구사하며 규제를 비판했지만 규제 개혁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서비스업법 등 기존 이익집단과 야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정책들이 숱하다. 보수 정권이 제대로 못한 규제 개혁을 진보 정권이 적극 추진하면 어떨까. 적어도 야당의 협조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광군제 덕분에 한국 기업의 매출이 덩달아 늘어난 건 좋은 일이지만 언제까지나 광군제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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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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