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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로 쥐 뇌 자극하니, 연구자가 원하는 대로 춤췄다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④ 뇌의 비밀
머리에 뇌 깊숙한 곳을 자극하는 기기를 심은 척추마비 환자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의료진 덕분에 자신의 생각대로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사진 오하이오주립대]

머리에 뇌 깊숙한 곳을 자극하는 기기를 심은 척추마비 환자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의료진 덕분에 자신의 생각대로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사진 오하이오주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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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혁신적 연구자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주한다는 미국 스탠퍼드대 제임스클라크센터. 이 건물 서관 2층 리랩(The Lee Lab)엔 검은 쥐들이 우글거렸다. 쥐들은 머리에 종 모양의 기계장치를 모자처럼 쓰고 있었다. 레이저를 쏘아 쥐의 뇌를 자극하는 광학장치다.
 
리랩의 검은 쥐는 코를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를 지켜보던 이진형 스탠퍼드대 바이오공학과 교수가 쥐와 전선으로 연결된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검은색 기계에서 파란 불빛이 흘러나오더니 갑자기 쥐가 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다시 버튼을 조작하자 이번엔 쥐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춤을 췄다. 레이저로 뇌의 특정 부위(선조체·stratum)를 자극했을 뿐인데, 쥐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한 것이다.
 
선진국들이 뇌 연구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조(兆) 단위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항공우주국(NASA)·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해 5조5000억원을 쏟아붓는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2013년부터 시작했다. 860억 개의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수조 개의 시냅스를 죄다 그리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시기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EU 25개국 135개 기관이 뇌과학을 공동으로 연구하는데 총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일본은 2014년부터 브레인 마인즈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영장류 뇌를 지도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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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은 “21세기는 뇌연구의 대항해시대”라며 “인간의 뇌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수많은 난치병의 극복은 물론 과학기술의 혁명적 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최근 수년 들어 빠른 속도로 선진국 뇌공학 기술을 흡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연구환경 덕이다. 뇌공학이 발달한 미국·유럽 선진국은 동물 대상 실험 요건이 엄격하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의 연구진은 중국 과학자와 공동연구 또는 중국 현지 실험 등으로 관문을 뚫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위스연방공대는 척추마비 원숭이의 뇌·척추 신경계에 탐침을 꽂아 사상 최초로 원숭이가 스스로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3대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이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은 중국의학연구소 소속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연구진이 원숭이 머리를 잘라 다른 원숭이의 몸체에 이식한 적이 있는데, 이 실험 역시 중국 하얼빈대에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연구진은 선진국의 고급 뇌공학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뇌의 비밀

뇌의 비밀

한국도 시작은 늦지 않았다. 1998년 뇌 연구촉진법을 시작으로, 2003년 뇌프론티어사업단이 출범했다. 10년간 25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뇌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2002년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뇌공학을 연구하는 학부(바이오및뇌공학과)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등장했다. 이후 한국뇌연구원(2011년)·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2011년)·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2013) 등이 속속 들어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뇌 연구는 선진국에 뒤져 있다. 미국·유럽 기업이 뇌 공학기기·치료제 시장을 거의 독식하는 동안 한국은 파급효과가 큰 제품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일부에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한국 연구진은 최근 4년 동안 1만 개에 가까운 논문(9236건)을 쏟아냈다. 하지만 기술이전까지 발전한 논문은 불과 18건에 불과하다.
 
정부의 규제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신찬영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뇌 관련 임상시험은 여전히 정부와 산업계·학계의 컨센서스가 부족하다”며 “한국 뇌 연구가 발전하려면 규제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뇌의 비밀

뇌의 비밀

한국의 뇌 연구와 기술개발이 지지부진한 사이 서구 선진국은 연구실 문턱을 넘어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뇌에 전극을 삽입해 뇌를 자극해 질환이나 질병을 치료하는 시장은 메드트로닉스·사이버로닉스 등 미국 4개 기업이 세계 시장을 100% 독점하고 있다. 올 초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뉴럴링크라는 바이오의학 연구기업을 설립했다. 뉴럴링크는 뇌에 전자그물망을 주입해 뇌의 신경세포에 전기 자극을 주거나 전기 신호를 읽어내는 게 목표다. 뇌공학과 컴퓨터를 결합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이다. 지난 4월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회의(F8)에서 리지나 두건 페이스북 수석부사장은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두뇌컴퓨팅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선언했다. 뉴럴링크처럼 뇌에 기계를 심지 않고도 피부에서 뇌로 직접 자극을 전달해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당장 십수 년 이내에 이들이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다는 게 국내외 저명한 뇌공학자들의 일관된 평가다. 냉정한 평가의 배경은 ‘뇌’다. 인류는 여전히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어떤 전기 신호가 어디에서 발생했다는 정도만 겨우 인지하는 수준이다. 또 이를 인지한다고 해도 뇌에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까지는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비전’이란 측면에서 뉴럴링크·페이스북의 아이디어가 ‘가치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은 불가능해도 기술이 꾸준히 발전한다면 언젠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은 “머스크가 전기차를 대량생산한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현실이 됐다”며 “IT 대기업이 30년 이상 전적으로 연구에 매진해 급진적 성과를 얻는다면 이들의 아이디어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지난 기사
 
샌프란시스코(미국)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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