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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달항아리’ 신사옥, 61년 용산 사랑 잇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오는 20일부터 서울 용산의 신사옥 입주를 시작한다. 앞으로 그룹 계열사 소속 3500여 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백자 달항아리를 본뜬 신사옥 전경.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오는 20일부터 서울 용산의 신사옥 입주를 시작한다. 앞으로 그룹 계열사 소속 3500여 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백자 달항아리를 본뜬 신사옥 전경. [사진 아모레퍼시픽]

1945년 개성에서 태평양화학(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을 창업한 고 서성환 회장은 50년 6·25전쟁이 터지며 피난민이 됐다. 개성에서 서울 회현동으로, 다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고 서 회장은 52년 휴전 이후 다시 서울 후암동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56년 한강로 일대 땅 1521㎡(약 460평)을 샀다. ‘에레나 화장품’을 만들던 동방화학이 있던 자리다. 조선화장품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동방화학 김동엽 대표는 전쟁으로 사세가 기운데다 공장에 불이 나자 회사 문을 닫고 고 서 회장에게 부지를 팔았다. 이후 61년간 이 부지는 아모레퍼시픽의 둥지가 됐다.
 
달항아리를 본뜬 백색 건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신사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신사옥에 이달 20일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2014년 착공한 지 3년 만이다. 지상 22층, 연면적 18만8902㎡(약 5만7150평) 규모며 공사비만 6000여 억원이 들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엔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비롯해 에뛰드·이니스프리·에스쁘아·에스트라 등이 입주해 3500여 명이 근무한다. 일부 공간(17~20층)은 삼일회계법인에 10년간 임대했다.
 
용산을 떠나지 않고 같은 부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뒤로 남산, 앞으로 한강이 있는 배산임수인 데다 서울의 중심이라는 입지 때문이다. 용산에 자리를 잡고 난 후 회사가 고속 성장해 온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고 서 회장은 56년 사옥 부지를 매입한 이후 조금씩 주변 땅을 사들였고 아들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사옥 주변 주차장 부지 등을 매입했다. 61년 전 1521㎡(약 460평)였던 부지는 현재 1만4525㎡(약 4400평)가 됐다. 커진 땅 만큼 회사도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연 매출(지난해 기준)은 6조6976억원이다. 두 번째 사옥에 입주했던 76년 당시 연 매출은 350억원이었다.
 
같은 자리에 지은 세 번째 신사옥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를 맡았고,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국내 젊은 건축가와 가구 디자이너도 신축 공사에 참여했다. 한국 건축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건축물을 짓고 싶다는 서경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서 회장은 “세계적인 도시에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게 마련이고 신사옥이 그런 공간이 되길, 그 공간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신사옥은 ‘연결’이 키워드다. 자연과 도시, 용산이라는 지역 사회와 회사, 고객과 임직원이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설계를 적용했다. 건물 세 개 층(5·11·17층)에 마련된 정원인 ‘루프가든’은 자연과의 조화를 꾀했다. 건물의 많은 공간을 사회와 소통하는 데 할애했다. 지하 1~지상 1층의 미술관, 라이브러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실에선 다양한 기획전이, 지상 2~3층 대강당(450석)에선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서 회장은 “첫 사옥에서 회사의 틀을 닦았고, 두 번째 사옥에서 국내 화장품 업계 대표 주자로 성장했다”며 “세 번째 사옥은 글로벌 화장품 업계 선두주자로 성장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간의 공백 이후 아모레퍼시픽이 용산에 재입주하면서 용산은 더욱 ‘핫 플레이스’가 됐다. 용산은 러일전쟁 직후 경의선 출발역인 용산역이 들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교통 요충지였지만 6·25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80년대까지 제대로 된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주한미군 이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업무단지·민족공원 등 크고 작은 부동산 개발 계획이 속속 나왔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대기업 본사 이전 행렬이 이어졌다.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 말 용산 아이파크몰로 이전했다.
 
LG그룹은 지난해 6월 서울역 앞에 있는 STX남산타워를 인수했고 현재 LG전자·LG이노텍 등 계열사 대부분이 용산으로 모였다. 지난 4월엔 LG유플러스도 용산으로 이전했다.
 
대기업 본사의 잇따른 이전으로 일대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해외 거주 경험이 많은 고소득자가 몰려들면서 후암동이나 보광동 일대에는 이색 상권도 조성되고 있다. 이미 1년 새 땅값이 3.3㎡당 1500만원 이상 올랐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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