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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중앙일보 기자 neoran@joongang.co.kr

285만원 찍던 비트코인캐시 하룻새 반토막 추락한 까닭


[고란의 어쩌다 투자] 실검 1위 오른 비트코인캐시, 하루새 두 배 올랐다 반토막 난 까닭은
 
 
 
 8월 1일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비트코인캐시(BCH)의 시가총액이 12일 한때 400억 달러(약 45조원)를 돌파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캐시는 장중 2477.65달러까지 급등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는 285만원까지 치솟았다.   
출처: 더머클

출처: 더머클

 
시총 기준으로 비트코인에 이어 2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던 이더리움을 눌렀다. 시총 규모로만 따지자면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3위다. 현대차(약 35조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13일 오후 2시 40분 현재 비트코인캐시는 1394달러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는 126만5300원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고점 대비 반토막 나면서 시총도 234억 달러로, 다시 3위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캐시는 10일까지만 해도 1000달러에 못 미쳤다. 국내에서도 9일까지 60만원선에 거래됐다. 그러다 11~12일 갑자기 가격이 치솟았다. 빗썸에서는 12일 오후 3시 218만9900원에 출발한 가격이 한 시간 뒤인 4시엔 283만9700원으로 치솟았다. 한 시간 동안 30% 오른 셈이다.
 
왜 이렇게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급등했던 걸까. 그리고 왜 이튿날엔 급락한 걸까. 
자료: 코인마켓캡

자료: 코인마켓캡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이다”…불붙은 ‘적통’ 논쟁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비트코인이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8일(현지시간) 7879.06달러까지 상승했다. 8000달러를 목전에 뒀다. 국내에서도 최고가 869만9000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상승세는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연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비트코인 선물 도입은 메이저 금융시장 진입을 뜻한다. 막대한 기관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호재에 투자자들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을 팔고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비트코인만 나홀로 독주를 하면서 비트코인이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돌파했다.
 
비트코인 상승세에 이상이 생긴 건 16일경 예정돼 있던 ‘세그윗2X’ 하드포크(일종의 업그레이드)를 유보하면서다. 현재 비트코인은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화폐’라는 이름이 뭣할 정도로 결제 처리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좀 더 빨리 결제하기 위해 ‘급행료’ 명목의 비싼 수수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제안한 방법이 블록에서 서명 부분을 분리해 내는 방식(세그윗)의 하드포크다. 채굴업자은 그러나, 블록 사이즈 자체를 키우자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맞섰다. 치열한 논쟁 끝에 일단 지난 8월 세그윗을 하고, 11월에 블륵 사이즈를 현재 1메가바이트(MB)에서 2MB로 키우자고 잠정 합의헀다. 
<관계기사: [고란의 어쩌다 투자] 5000달러 눈앞 비트코인, 8월 영광을 다시 한번?>
 
그런데 세계 최대 마이닝풀인 앤트풀을 이끄는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가 이런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며 8월 세그윗 하드포크 때 블록 크기를 8MB로 키운 비트코인캐시를 탄생시켰다.
 
당초 합의가 깨진 셈이니 개발자들은 11월 블록 사이즈를 두 배로 늘리는 하드포크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NO2X’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재의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유지하는 게 비트코인의 정신에 더 맞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블록 사이즈를 키우자는 채굴업자(및 지지세력)들은 사이즈를 키워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반박했다. 양쪽 세력의 대표 주자격인 세계 5위 암호화폐 개발자 찰리 리와 ‘비트코인계의 예수’로 불리는 로저 버는 어느 쪽이 살아남을 것인가를 두고 400만달러짜리 내기를 벌이기도 했다.
 
세그윗2X 하드포크를 기점으로 비트코인이 또 쪼개지는 게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였다. 일부 거래소들은 분리에 대비해 선물의 형태로 원래의 비트코인(BTC1)와 세그윗2X가 된, 곧 블록사이즈가 2배로 커진 비트코인(BTC2)을 거래했다. 시장은 개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BTC1의 가격이 처음에는 BTC2의 대략 3~4배에서 거래되다 5~6배로 더 벌어졌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채굴 세력들이 발을 뺐다. 세그윗2X 공동 개발자들은 8일 메일로 “새로운 합의에 이를 때까지 세그윗2X 하드포크 계획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가격이 정점에 이르렀고, 호재(현재 시장에서는 하드포크로 인한 코인 분할을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도 끝난 마당에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눈에 들어온 게 비트코인캐시다.
 
출처: 비트코인닷컴

출처: 비트코인닷컴

사실 운은 로저 버가 일찌감치 띄웠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로저 버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정보업체 비트코인닷컴에는 ‘정보(info)’라는 형식으로 글이 하나 올라온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이다(Bitcoin cash is bitcoin)’라는 제목이었다. 글에서 “비트코인캐시가 사토시(비트코인 창시자) 버전의 비트코인에 더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비트코인닷컴은 로저 버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되는 사이트라고 볼 수 있고, 그런 글이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건 자금력과 영향력이 막강한 로저 버가 비트코인캐시를 밀기 시작했다는 선언이었다. 당시 그 글의 영향으로 17일(한국시간) 빗썸에서는 비트코인캐시가 35만원에서 45만원까지 3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달 초 비트코인캐시 개발자 진영은 13일(한국시간으로는 14일 새벽) 하드포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채굴 난이도 조정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는 것이 드러나 이를 수정한다는 취지였다. 불안하다고 여겨지는 비트코인캐시의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다.
 
그러자 2주 전 로저 버의 의중이 다시 주목받았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캐시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에게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이다’의 의미를 물었다. 우지한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2일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이고,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캐시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질문이 이어지자 9일엔 “비트코인캐시는 미래의 현금이고, 비트코인은 미래의 비트코인”이라고 답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의 당초 탄생 목적, 기존의 법정화폐의 단점을 극복하는 화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출처: 트위터(우지한)

출처: 트위터(우지한)

 
그리고 9일 비트코인의 세그윗2X 하드포크 잠정 보류가 발표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다시 보자 비트코인캐시’ 흐름이 감지됐다. 비트코인 적통성 논쟁에서 비트코인캐시가 홀대 받을 이유가 없었다. 13일 하드포크라는 호재도 앞두고 있었다. 비트코인을 판 자금이 비트코인캐시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8000달러를 넘보던 비트코인 가격은 6000달러선마저 내줬다. 반면 덩치(시총)가 비트코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비트코인캐시는 매수세에 뛰기 시작했다. 뛴 가격을 보고 다시 투기적인 매수세가 몰렸다. 그러면서 가격은 또 뛰었다. 11일 빗썸에서 91만8700원에 시작한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12일 장중 285만원까지 치솟았다.
 
◇“특정 거래소가 50% 점유…위험하고 인위적”
외부적 요인으로 비트코인캐시 상승 동력이 마련됐지만 그 동력에 연료를 공급한 건 순전히 한국 투자자들이다. 특히 빗썸은 비트코인캐시 가격의 급등, 그리고 급락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빗썸에 따르면, 12일 하루 거래량이 5조6688억원(12일 오후 3시 기준, 24시간)을 기록했다. 지난 8월 19일 기록한 2조6000억원의 거래량을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중 비트코인캐시 거래량만 4조원을 웃돌았다. 이날 오후에는 비트코인캐시가 포털의 실시간 검색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인힐스에 따르면, 소셜 정보기술(IT) 관련 웹사이트인 레딧에는 비트코인캐시 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유는 “비트코인캐시의 거래량의 절반 가까이가 한 거래소에 집중돼 있다”며 “이는 극단적으로 위험하고 인위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라서다. 이어 “거래량의 분산은 자산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빗썸에서는 한때 전세계 비트코인캐시 거래의 절반이 이뤄졌다. 
출처: 코인힐스

출처: 코인힐스

 
이렇게 거래가 폭증하다 보니 12일 오후 4시쯤에는 빗썸 서버가 다운됐다. 빗썸 관계자는 “그간 거래량 증가에 대비해 서버를 증설했지만 거래량이 종전 최고의 두 배를 웃돌 정도로 급증해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이라면 주가가 급등, 혹은 급락할 때 사이드카ㆍ서킷브레이커 등을 발동해 잠시 거래를 중단시키고, 시장의 열기를 식힌다. 매수가 매수를 부르는 비이성적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는 이런 시장 제어 장치가 없다. 공교롭게도 매수가 매수를 부르는, 시장의 탐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빗썸의 서버가 다운된다. 거래가 중단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던 투자 열기가 급랭했다.
 
서버 다운 직전 285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이후 급락했다. 빗썸에서는 거래가 안 됐지만,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거래소가 거래를 멈추자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다른 거래소의 비트코인캐시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빗썸이 다시 거래를 시작한 직후,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25만원까지 9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의도치 않은 서버 다운으로 거래가 막힌 투자자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 소송을 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의 법적 지위가 금융회사도 아니고 통신판매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송을 내더라도 피해금을 보상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또 다시 노출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내부 통제나 금융회사 수준의 보안 강화, 서버 증설 등을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일부의 돈 놀음으로 치부하기에는 거래 규모가 너무 커졌고 투자자들도 많아졌다”며 “암호화폐 투자자가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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