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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 맛집] 33 제주 해장음식 끝판왕, 옥돔국

제주 보양식으로 통하는 옥돔국. 보통 무를 넣어 끓이고 집에 산모가 있으면 미역을 국거리로 넣는다. [중앙포토]

제주 보양식으로 통하는 옥돔국. 보통 무를 넣어 끓이고 집에 산모가 있으면 미역을 국거리로 넣는다. [중앙포토]

제주처럼 술 마실 핑계를 찾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에메랄드 색 바다며 봉긋한 오름이며 풍경이 아름다워서 한잔이고, 두툼한 돼지고기며 신선한 방어회며 술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안주가 많아서 다시 한잔이다. 그리고 제주에서 술을 술술 넘어가는 것은 해장거리가 널려있어 내일을 괘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몸국(해초로 끓인 국)에 말고기해장국에 고기국수까지 속풀이 음식이 차고 넘치는 곳이 제주다.

제주 표선면 앞바다.[중앙포토]

제주 표선면 앞바다.[중앙포토]

그래도 제주에서 으뜸가는 해장음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옥돔’을 꼽겠다.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흰살 생선 옥돔은 제주에서는 그냥 ‘생선’으로 통한다. 고등어·멸치 등 나머지 어류는 물고기로 통칭한다. 이름만 봐도 옥돔이 제주에서 귀히 여기는 식재료였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살짝 말려서 구운 옥돔구이는 제사상에 올렸고 생물 옥돔으로는 국을 끓였다. 이게 바로 제주 주당들 사이에서 명품 해장국으로 통하는 ‘생선국’, 즉 옥돔국이다.  
생선을 통째로 넣은 맑은 국은 뭍사람에게는 낯설지만 제주 사람에게는 익숙한 음식이다. 뭍에서는 흔히 생선으로 찌개를 끓이거나 조림을 한다. 강한 양념으로 생선의 비린 맛을 감추기 위해서다. 반면 사방의 바당(바다)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언제든 구할 수 있었던 제주에서는 묽은 국을 끓였다. 수수나 보리를 잔뜩 넣어 식감이 거칠어진 밥을 국에 말아 훌훌 삼켰다. 옥돔국도 잡다한 재료나 양념을 치지 않고 단출하게 끓여낸다.  
제주도 어촌에서 옥돔을 말리는 모습. [중앙포토]

제주도 어촌에서 옥돔을 말리는 모습. [중앙포토]

옥돔국은 많은 제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손꼽는데도 불구하고 다루는 음식점을 쉬이 찾지는 못한다. 옥돔국은 식재료의 신선도에 의해 맛이 좌우되는데 갓 잡은 옥돔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귀포 표선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표선어촌식당(064-787-0175)을 가위 제주 최고의 옥돔국 맛집으로 꼽는다. 제주 표선면에서 나고 자란 송금산(45) 표선어촌식당 사장은 동생 손민수(43)씨가 3.5t급 어선 용창호를 타고 직접 낚아오는 옥돔을 그때그때 받아다 쓴다. 옥돔 양이 충분치 않으면 제주 수협에서 옥돔을 들여온다. 
표선어촌식당 송금산(45) 사장이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옥돔국 재료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표선어촌식당 송금산(45) 사장이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옥돔국 재료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냉동 옥돔은 쓰지 않고 ‘당일 바리’라고 부르는 갓 잡은 옥돔만 다룬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표선어촌식당의 옥돔국 레시피는 송 사장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어머니는 지금의 표선어촌식당 자리에 배 선원을 상대로 함바집을 운영했다. 어머니는 선원들이 하나둘 챙겨줬던 옥돔으로 국을 끓였단다. 손질한 옥돔 한 마리에 시원한 맛이 일품인 제주산 무를 한 가득 썰어 넣고 딱 10분을 끓이는데 중간에 참기름을 살짝 친다. 봄에 나오는 무가 가장 맛있어 3~4월에 수확한 무를 저장해서 쓰지만, 겨울께는 무 대신 미역을 국거리로 쓰기도 한다. 아예 미역만 넣고 끓여달라는 주문도 가능하다.
표선어촌식당 상차림. [중앙포토]

표선어촌식당 상차림. [중앙포토]

표선어촌식당 내부. 표선해수욕장과 지척이다. [중앙포토]

표선어촌식당 내부. 표선해수욕장과 지척이다. [중앙포토]

완성된 옥돔국은 언틋 보면 쇠고기를 밤새 고아 만든 설렁탕 같다. 생선을 단 10분 끓였을 뿐인데 우유를 탄 듯 뽀얀 빛깔을 자랑한다. 담담한 국물은 전혀 비리지 않고 구수해서 자꾸 손이 간다. 오래 끓여내지 않아서 옥돔 살코기에도 달고 짭조름한 맛이 충분히 배어 있다. 부지런히 생선 살을 발라먹고 식당에서 직접 만든 자리돔 젓갈도 쌀밥에 턱턱 올려 꿀떡 삼키자. 속 풀러 갔다가 다시 술을 시키지 않고는 못 배길 수도 있으니 웬만하면 차는 두고 가시라 권한다. 옥돔국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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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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