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철보다 무거운 우라늄·백금·금, 중성자별 충돌로 생성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무거운 원소의 기원
중성자별 합체 상상도.[미 국립과학재단 라이고]

중성자별 합체 상상도.[미 국립과학재단 라이고]

핵발전소 연료봉의 우라늄, 자동차 촉매 변환기의 백금, 결혼반지의 금. 이들의 공통점은? 철보다 무거운 원소라는 것이다. 이런 원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우주 물리학계의 논란거리였다.
 
우주에 있는 수소와 헬륨은 대부분 빅뱅 직후 3~20분 동안 만들어졌다. 그 밖에 산소·질소·탄소 등 가벼운 원소는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1000만~27억℃의 고온과 고압에서 원자핵이 서로 결합하기 때문이다.
 
수소가 헬륨으로, 헬륨이 탄소와 산소로, 탄소가 네온과 마그네슘으로, 산소가 규소와 황으로, 규소가 철과 니켈로 바뀐다. 별이 무거울수록 이 같은 핵융합 과정이 많이 진행된다. 큰 별에는 각각의 원소가 양파껍질 모양으로 켜켜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합성될 수 있는 원소는 철이 한계다. 이보다 무거운 원소는 고온·고압에서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더라도 다시 붕괴해 버린다.
 
 
초신성, 아주 무거운 별이 폭발하는 현상
킬로노바 충돌 잔해. [사진 NASA]

킬로노바 충돌 잔해. [사진 NASA]

철보다 무거운 원자는 커다란 별 내부에서 소량 만들어질 수 있다. 중성자를 흡수한 원자핵이 점점 더 무거운 원소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별 속에서 돌아다니는 자유 중성자는 매우 적다는 게 문제다. 핵 합성이 진행되는 속도는 느리고 이렇게 해서 무거운 원소가 모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대목에서 초신성이 등장한다. 마치 새로운 별이 탄생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아주 무거운 별이 연료를 모두 태운 뒤에 폭발하는 현상이다. 별 100억~2000억 개를 합친 것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하나의 은하 전체보다 더욱 밝게 빛난다.
 
이때 중심핵은 중력의 힘으로 초고밀도로 수축해 중성자별이 된다. 태양 1.3~2.5배 정도의 질량이 지름 10~20㎞의 공으로 밀집되는 것이다(최종 질량이 태양의 3배에 가까워지면 엄청난 중력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 된다). 이 과정에서 방출된 다량의 중성자가 다른 원자핵에 흡수되면서 금이나 우라늄 같은 원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기존의 이론이었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유력한 경쟁이론이 제기됐다. 두 개의 중성자별이 서로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주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적 관측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17일 35개국을 망라하는 국제공동연구진이 발표한 내용이다. 우선,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이 중력파 관측소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에 있는 두 곳의 라이고와 유럽에 있는 비르고다.
 
큰 그림은 이렇다. 오래전 매우 먼 은하에서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해 장대한 빛의 쇼를 연출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서로의 주위를 서서히 회전하던 두 별은 마침내 서로 가까워지면서 나선형으로 수천 번 회전하다가 최후를 맞았다. 빛의 몇 분의 1의 속도로 충돌해 합쳐진 것이다. 두 별의 질량은 태양의 1.1~1.6배였다. 충돌 결과 블랙홀이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를 뒤흔든 격렬한 사건이었다. 태양의 2억 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중력파의 형태로 방출했기 때문이다. 중력파란 (엄청난)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생기는 시공간의 흔들림이다. 호수의 물결 같은 파동이 우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이 파동은 1억3000만 광년 떨어진 지구도 스쳐 지나갔다. 지난 8월 중순의 일이었다.
 
그동안 확인된 4차례의 중력파는 모두 블랙홀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전부가 1초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다. 이번의 5번째 중력파 현상은 100초가량 지속됐다. 무엇보다 다양한 파장의 빛(전자기파)이 함께 확인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 블랙홀의 경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빛 자체가 블랙홀을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빛 덕분에 중성자별 합체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상세하게 확인하고 추론할 수 있게 됐다. 중력파는 충돌 이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전자기파(빛)는 그 후 어떻게 일이 진행됐는지를 각각 알려 준다.
 
최초의 빛은 2초 동안 지속된 감마선 폭발이었다. 파장이 극히 짧고 에너지가 큰 빛이 다발로 쏟아졌다는 의미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망원경과 유럽우주국(ESA)의 인테그라 망원경이 하늘의 동일한 영역에서 검출했다. 이것은 중력파를 발산한 것이 블랙홀이 아니라 중성자별이라는 강력한 증거기도 하다. 감마선은 중성자별이 서로 충돌할 때 생긴 파편이 빛에 가까운 속도의 제트로 분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분출된 X선도 나중에 관측됐다.
 
그로부터 11시간 후 칠레를 포함한 지상의 대형 망원경에서 많은 빛을 관측했다. ‘킬로노바’라 불리는 현상이다. (노바란 신성, 즉 새로운 별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식어 가는 흰난쟁이별이 이웃 별의 물질을 흡수해 잠시 밝게 타오르다 몇 주, 몇 개월에 걸쳐 식어 가는 것이다. 킬로노바란 노바보다 1000배 밝다는 의미다). 충돌로 생긴 고온의 파편이 제트와는 별도의 물질 소용돌이를 형성해 빛을 뿜는 것이다.
 
이 속에는 무거운 원소가 처음부터 상당량 포함돼 있다. 먼 옛날 초신성이 폭발해 중성자별이 만들어질 때 생긴 것이다. 물질 구름은 온도와 밀도가 매우 높아서 자유중성자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이 덕분에 원래 있던 무거운 원소가 자유중성자와 결합해 더욱 무거운 원소로 변할 수 있다. 약 1초 만에 금, 백금, 우라늄 등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때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하는 방사성 붕괴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자외선을 포함해 가시광선, 적외선이 분출된다. 가시광선 영역에선 보라색을 띤 파란색에서 차츰 흐릿한 붉은 색으로 변해 갔다. 이후 몇 주에 걸쳐 가시광선은 사라지고 더 온도가 낮고 파장이 긴 적외선이 관측됐다. 계속해서 생성되는 무거운 원소들이 가시광선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색의 패턴과 온도의 변화, 구름의 팽창 방식 등은 무거운 원소의 중성자별 기원설을 지지한다. 각기 다른 과학자들이 여러 해 전 발표한 연구 결과와 비슷한 것이다.
 
킬로노바의 스펙트럼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보자. 한 추산에 따르면 여기서 생성된 철보다 무거운 원소의 양은 지구 질량의 1만6000배에 이른다. 금과 백금, 우라늄을 비롯해 이름조차 생소한 여러 원소다. 금은 지구 질량의 100배, 백금은 300배, 우라늄은 10여 배로 추정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은하에서 매년 생성되는 무거운 원소의 양은 얼마나 될까. 태양계를 비롯한 여러 별에서 보이는 원소의 양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망원경 70대와 과학자 3500명 동원
라이고는 애초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같은 엄청나게 무거운 천체가 합쳐지는 현상을 탐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특정한 사건을 실제로 탐지한 것은 운이 좋았던 덕분이다. 이번 관측과 분석에는 지상과 우주의 망원경 70여 대와 3500명의 과학자가 동원됐다. 하지만 지금보다 3~4배 먼 곳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면 전혀 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태양계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알아내지 못할 수 있다. 라이고는 아주 먼 곳의 블랙홀 충돌을 탐지하도록 정교하게 미세조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근접 사건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중력파는 관측기계의 작동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태양계 바로 바깥에서 블랙홀이 합쳐진다 해도 시공간이 휜 상태가 흔들리는 것을 맨눈으로 볼 수는 없다. 이를 보려면 기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만 가스나 먼지 등의 물질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경우에는 강렬한 빛이 나올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은하에서 중성자별 합체로 생기는 킬로노바는 쉽게 눈에 띌 것이다. 밝은 별이 갑자기 나타난 거로 보일 것이며 라이고에서도 명확하게 관측될 것이다. 지속시간도 초 단위가 아니라 몇 분, 심지어 몇 시간 단위가 될 것이다. 두 별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서로를 공전하는 동안 계속해서 중력파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 내에서 중성자별이 충돌해 합쳐지는 현상은 1만 년에 한 번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에 초신성이 폭발할 때의 추진력 때문에 총알처럼 한쪽으로 날아가기에 십상이다. 또 다른 중성자별을 만나 서로의 주위를 도는 쌍성이 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용어 설명]
중성자별= 태양 4~8배의 질량을 가진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서 만들어진다. 외곽은 폭발해 버리고 핵은 자신의 중력에 의해 점점 수축하는 것이다. 질량이 태양의 1.3~2.5배에 이르지만 지름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중성자로 구성돼 있다. 중심핵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전자가 양성자 안으로 밀려 들어가 중성자로 변하기 때문이다. 원자핵과 밀도가 동일하다는 말이다. 성냥갑 크기의 무게가 30억t에 이른다. 이런 별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2000억 배다. 우리 은하에는 1억 개가량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력파=질량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뒤틀리게) 만든다. 중력이란 시공간의 이 같은 휨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중력파는 시공간의 곡률(뒤틀린 정도)에 생긴 흔들림, 요동이다.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할 때 발생한다.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강력한 중력이 물결처럼 우주 공간에 퍼져 나가는 것”이 아니다. 중력파가 아인슈타인의 이론대로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간다는 사실도 이번 측정을 통해 확인됐다. 지난해 2월 라이고와 비르고팀은 중력파를 최초로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관측 자체는 그 전 해 9월 라이고에서 이뤄진 것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여기 기여한 세 명의 물리학자가가 받았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 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 칼럼 연재. ‘조지형 빅 히스토리 협동조합’을 통해 빅 히스토리를 널리 알리면서 과학 저술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구독신청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