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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 안산 그동네 가보니…CCTV 확 늘어 3547개

조두순 사건 이후 범행 현장에 설치된 CCTV. 최모란 기자

조두순 사건 이후 범행 현장에 설치된 CCTV. 최모란 기자

2008년 12월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목길. 
등교하는 8세 여자아이(가명 나영이)에게 한 50대 남성이 다가갔다. 이 남성은 아이에게 "교회에 다녀야 한다"며 인근 교회가 들어선 상가 화장실로 끌고 가 주먹을 휘두르고 성폭행했다. 이로 인해 아이는 몸에 장애가 생기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
 
얼마 뒤 붙잡힌 남성은 "당시 상황이 술에 취해 기억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죄질이 무겁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은 "나이가 많고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전자발찌 착용 7년, 5년간 신상정보 공개도 명령했다. 그런데도 이 남성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돼 최종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아동학대 그래픽. 중앙포토

아동학대 그래픽. 중앙포토

 
바로 '조두순(64) 여아 성폭행 살인미수 사건'이다. 조두순은 현재 흉악 범죄자들이 수감되는 경북 북부 제2 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조두순이 3년 뒤인 2020년 12월 출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엔 '조의 출소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들끓고 있다. 
지난 9월 6일 시작된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엔 10일 오후 3시 현재 42만8615명이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이래 역대 최다 참여자 기록이다. 
[사진=청와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사진=청와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지난 9일 오후 조두순이 범행을 저질렀던 안산시 단원구의 한 골목을 직접 찾아가봤다. 9년이란 시간이 흐른 때문인지 예전 모습은 없었다. 오래된 아파트가 있던 자리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조두순이 범행 했던 건물 안의 교회도 없어졌다. 범행 장소가 '교회 화장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구설에 올랐고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조두순 사건에 관해 묻자 "그런 일이 있었느냐. 나는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민은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많아서 정말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들 그때 일을 말하길 꺼린다"고 귀띰했다. 그는 "사건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거리에서 매일 마주쳤던 아이가, 또 다른 이웃에게 피해를 봤다는 것이 주민들 마음에 큰 상처가 됐다"고 털어놨다.
 
'조두순 사건' 이후 안산은 몰라보게 변했다. 골목 초입은 물론 곳곳에 폐쇄회로 TV(CCTV)가 설치됐다. 상가 앞에는 '아동지킴이집'을 알리는 스티커가 곳곳에 나붙었다. 경찰 순찰차도 자주 오갔다.
 
2005~20009년 111개였던 안산지역 CCTV 설치 대수는 현재 3547대로 30배나 늘었다. 
특히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 동네 일대는 14대였던 CCTV가 274대로 증가했다. 인근에 설치된 오래된 가로등 164개를 모두 교체하고 다소 어두운 보안등은 더 밝은 것으로 바꿨다.  
영화 '소원'.

영화 '소원'.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주민들이다. 조두순 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면 안 된다며 두 팔을 걷고 동네 지키기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자율방범대'를 조직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직접 순찰한다. 현재 안산 전역에서 1505명이 활동하고 있다. 
등하굣길 안전과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로보캅 순찰대'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순찰에는 안산에 사는 외국인들도 가세했다. 2008년부터 매일 8명씩 야간(오후 6~오후 10시), 심야(오후 10시~오전 4시)로 나눠 순찰도 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 등 단속도 한다. 
영화 '소원'.

영화 '소원'.

 
이창호 안산시 다문화지원본부장은 "조두순 사건 이후 경찰 순찰도 강화됐지만, 방범대 조직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면서 이후부터는 큰 강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앞으로도 강력한 범죄예방 환경개선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순찰만으로는 범죄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 달까지 단원구 일대 기숙사 단지 주변에 셉테드(범죄예방환경설계)를 도입한다. 
골목길 등 우범지역에 CCTV 뿐 아니라 손으로 누르면 경찰이 출동하는 비상벨을 설치하고 안전지킴이집 표시도 곳곳에 할 예정이다. 건물 벽면엔 형광물질을 발라 범죄가 발생해도 곧장 범인을 잡을 수 있다. 
공중화장실에는 안심 비상벨을, 택배기사를 사칭한 범행을 예방하기 위해 무인택배함도 곳곳에 설치했다.
 
안산시 로보캅 순찰대 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안산시]

안산시 로보캅 순찰대 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안산시]

하지만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소식 등이 알려지면서 일부 주민들은 "석방된 조두순이 안산으로 다시 올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동네를 떠난 아이의 가족과 달리 조두순의 가족이 여전히 안산에 산다는 소문 때문이다. 
"조두순이 이사 오지 못하도록 시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주민 구모(36)씨는 "조두순 사건이 연일 뉴스를 통해 나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벌써 '아이 학원을 번화가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등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법에 따라 죗값을 치르고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의 출소를 막을 수는 없다. 형사소송법상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이다. 재심도 본래의 재판이 위법한 것이 명백해졌을 때와 원심 재판을 뒤집을만한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을 때나 요구할 수 있다.
전자발찌 [중앙포토]

전자발찌 [중앙포토]

특히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원래 유죄였던 재판을 무죄로 바꾸거나 형량을 낮출 때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조두순 청원처럼 형량을 높이기 위한 재심은 허용되지 않는다.
2008년 조두순에게 성폭행 당한 나영이(가명)가 그린 그림. 범인을 처벌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제공=KBS 화면 캡처]

2008년 조두순에게 성폭행 당한 나영이(가명)가 그린 그림. 범인을 처벌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제공=KBS 화면 캡처]

 
경찰 관계자는 "조두순의 가족이 안산에 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조두순이 온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조두순뿐 아니라 모든 성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곡동에 사는 외국인들이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 잘 적응하는 외국인들이 더 많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사진제공=안산 단원경찰서, 안산 외국인주민센터]

원곡동에 사는 외국인들이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 잘 적응하는 외국인들이 더 많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사진제공=안산 단원경찰서, 안산 외국인주민센터]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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